현충일 연휴 첫날인 지난 4일(토요일), 흐린 날씨 속에 간간히 비가 내렸지만 경상북도 상주시 청리면은 푸른빛이 짙어가는 6월의 상큼함을 듬뿍 안고 있었다.
모내기를 끝낸 논에는 가지런한 모들이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기분 좋은 손짓을 했고, 곧 수확을 앞두고 있는 황금물결의 밀밭은 푸른 6월과 대조를 이루며 묘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상주시 청리면 일대는 지난 5월28~29일 양 일 간에 걸쳐 ‘청보리축제’가 열렸던 곳이다. 겨울농한기에 놀고 있는 땅을 개간해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 심었다는 이 일대 밀밭은 총 16헥타르(48,400평)이다.
사단법인 전국 새농민회 이성희 회장은 “농민들이 노령화되어 가면서 소득원이 줄어들어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밀을 심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시중에서 거래되는 밀은 40kg 한 가마니에 45,000원, 여기에 정부 직불금(6,000원 정도)을 지원받으면 51,000원 정도로 농가소득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올해 수확량은 일부 농가에서 밀을 심어 크지 않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농가들이 참여할 것”이라며 “현재 국내생산 밀 자급률이 3~4%정도 불과한 점을 비춰볼 때 밀농사는 농가소득 창출은 물론 국산 밀 보급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이 지역에서 생산된 밀은 윤리적 소비를 기치로 내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아이콥(icoop)이 전량 수매(收買)해 갈 예정에 있다.
30년 전통의 된장제조법에서 탄생된 ‘골안옻된장’
청리면에 위치한 ‘골안옻된장(박연자 원장)은 “30년 전부터 담그던 전통 된장 제조법에다 기능을 입힌 옻 된장과 옻 간장을 개발해 내놓으면서 조명을 받고 있다.
“당시는 된장을 이렇게 담그나 보다 했어요. 그러다 건강에 좋은 기능성 옻 된장과 옻 간장 담그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요.”
35년 전 갓 시집온 새댁은 당시 시어머니께서 담그던 된장제조법을 그대로 배웠고 30년 전부터는 옻 된장과 옻 간장을 담그면서 황태를 넣어서 단맛과 고소한 맛을 내는 장맛을 완성해왔다고 했다.
“장을 담그고 메주를 뜰 때는 콩을 새로 삶아서 넣어요. 여기다 막걸리를 넣게 되면 된장이 짜지도 않고 발효가 잘 되더라고요.”
“몸이 냉하거나 위장이 안 좋은 분들이 옻을 먹으면 좋다고 하지만 아무 때나 먹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평소에 옻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옻 된장과 옻 간장을 만들게 됐죠.”
박 원장은 처음에는 지역의 산에서 자라는 야생 옻나무를 채취해 된장을 만들었다. 그러다 야생옻나무만으로는 제품을 규모화 할 수 없어서 올해부터는 2천 여 평에 옻나무도 심었다고 했다.
박 원장의 옻 된장과 옻 간장은 올해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면서 향후 사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박 원장은 앞으로 청리면 일대에 심어지는 밀을 이용해 새로운 장맛을 만들어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주 외남 육쪽 마늘은 맛이 일품
흐린 날씨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마늘을 캐고 있는 바쁜 일손들. 상주 외남면 들판에서 는 마늘 캐기가 한창이었다.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가 모두 일손 돕기에 나선 모습이었는데 시끄러운 기계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마늘을 줍는 손길이 뒤를 따랐다.
상주 청리면에서 태어나 19살에 외남 면으로 시집을 왔다는 정미자 (78세)세 할머니는 “올해 마을 값이 얼마나 나갈지 모르겠다”면서 “예전에는 상인들이 직접 마을에 들어와 마늘을 사 갔는데 요즘은 농사를 지은 다음에 한 접씩(100개 묶음) 만들어 직접 시장에 가지고 나가 팔아야 한다”고 전했다.
딸 셋에 아들 둘을 뒀다는 정 할머니는 “이제는 다리가 아파서 일을 하기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농사를 안 하고 살수가 없기에 곶감농사며 마늘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마늘 값을 묻는 취재원의 질문에 정 할머니는 “글쎄! 시장에 나가봐야 알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어. 마늘 한 접에 3만 원 정도라고 들었는데...우리 외남 육쪽 마늘은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값이 좋겠지 뭐”라며 은근히 높은 마늘 값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황금연휴를 맞아 전국의 유원지에는 행락객들로 북적였지만 농촌에서는 바쁜 일손과 구슬땀이 함께 했다. 논두렁의 풀 베는 제초기 소리와 바쁜 일손이 함께 한 농촌의 하루는 구름 속에 가려졌던 태양이 서산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출 때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