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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키덜트(kidult)족 취향저격, 캐릭터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어른아이를 뜻하는 ‘키덜트(kidult)’가 하나의 대중문화 콘셉트로 자리 잡으면서 만화, 영화, 웹툰 그리고 포털 메신저 이모티콘 속 캐릭터들도 전 연령대의 사랑의 받으며 그야말로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최근 이 캐릭터들이 다양한 제품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며 구매력을 갖춘 키덜트족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일명 ‘캐릭터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의 마케팅 실태를 취재했다.


[M이코노미 조운기자]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만화 속 주인공이 그려진 성인 남성용 화장품. 이 뜬금없는 조화가 최근 마케팅 시장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4월 미국 마블 코믹스(Mavel Comics)의 만화책 속 어벤저스의 슈퍼 히어로 캐릭터들과 아모레퍼시픽의 남성전용 화장품 라인인 라네즈옴므가 만나 어벤저스 화장품을 내놓은 것이다. ‘오일 컨트롤 워터 로션 헐크’, ‘선 비비 토르’ 등 유치하다면 유치할 수 있는 이런 캐릭터와 제품의 신선한 만남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키드(kid)+어덜트(adult)=키덜트(kidult)


캐릭터와 제품의 만남이 호응을 얻기 시작한 것은 아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kidult)’가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과거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이라는 말로도 표현되던 여전히 어린이로 남아 있길 원하는 성인의 심리는 과거 ‘콤플렉스’라고도 일컬어지며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했다. 하지만 유년시절 부모의 제지에 의해 또는 경제적 여건에 의해 소유하지 못했던 동경의 대상인 장난감이나 만화 등을 구매력을 갖춘 20대, 30대 성인이 돼서 향유하는 것이 점차 하나의 취향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키덜트가 오해와 멸시를 뚫고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양지로 나온 키덜트들은 점점 더 수를 늘려가며 하나의 소비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지난해 키덜트 페어, 키덜트 피규어 페어, 올해 초 열린 키덜트&하비 페어 등 키덜트들을 위한 전시회가 곳곳에서 열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이제 키덜트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과거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던 만화, 캐릭터 산업도 덩달아 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5년간 매출액 67%가 증가했고 수출액도 5년 간 112%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캐릭터 산업은 흔히 생각하는 만화, 애니메이션에 한정 되었으며 그 비즈니스도 캐릭터 상품, 피규어 등 몇 가지로 제한되었다. 하지만 최근 만화와 애니메이션 외 웹툰과 이모티콘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하고 ‘키덜트족’이라는 새로운 구매층이 생기면서 캐릭터 산업의 확장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키덜트족의 성장과 동반성장한 캐릭터 산업


본래 캐릭터 산업이란, 최초 캐릭터 창작자가 지적 재산권 소유자로서 라이센서를 갖게 되면 라이선싱 대행사를 통해 캐릭터 사용 권리를 허락하게 되고 라이선시가 소유하거나 취득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하여 유통과 소매로 연결하여 캐릭터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통해 캐릭터가 상품화 되고 활용되어왔다. 소설, 그림책, 일러스트, 게임, 영화, 최근에는 이모티콘 까지 다양한 원작 캐릭터를 상품화해 완구, 가정용품, 의류, 액세서리, 문구, 식품 등으로 만들고, 광고 판촉을 하고, 미디어 전개, 어뮤즈먼트 등으로 확장해 무궁무진한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키덜트족 취향저격,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최근에는 캐릭터와 새로운 산업과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콜라보레이션은 원래 패션 분야에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명망 높은 디자이너 간에 이루어지는 협업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캐릭터와 상품화된 제품이 협업을 맺어 결합하는 방식의 캐릭터 콜라보레이션은 키덜트라는 트렌드와 만나 식품, 뷰티, 가전, 의류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친 제품들과 만나 윈윈(win-win)하고 있다.


핀란드의 국민 캐릭터인 ‘무민’은 2014년 캐릭터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8월 애니메이션 영화<무민>을 개봉하고 이 캐릭터와 우리나라 브랜드들이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홍보 마케팅을 실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특히 ‘무민 대란’이라고 회자될 정도로 뜨거웠던 던킨도너츠와 무민의 콜라보레이션은 연일 SNS를 뜨겁게 달궜다. ‘무민 대란’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던킨도너츠가 2014년 12월1일부터 도넛8개를 사면 무민인형을 3천원에 판매하기 시작했고 , 캐릭터 팬들이 이 인형을 사기위해 도너츠를 먹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매장 곳곳마다 무민 인형이 조기 품절되면서 다음 입고를 기다리는 손님들은 SNS로 무민인형이 있는 매장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무민인형을 얻은 이의 영웅담(?)이 돌 정도였다. 실제로 던킨도너츠는 이 기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 무민인형으로 재미를 본 던킨도너츠는 2015년에도 리사와 가스파드 캐릭터 인형을 내놔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비슷한 사례는 맥도날드에도 있다. 맥도날드의 전통적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인 해피밀은 유아, 청소년 소비자를 대상으로 햄버거와 음료 등 사이즈를 줄인 어린이 세트메뉴였다. 과거에는 가족단위로 맥도날드를 찾은 소비자들에게 어린이를 위한 메뉴로 인식되던 해피밀이 언젠가부터 세트 메뉴와 함께 딸려 나오는 피규어를 수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뀌어 버렸다.


지난해 스누피 피규어가 출시된 이후 어린이도 청소년도 아닌 키덜트 족들이 자신이 원하는 피규어 캐릭터를 갖기 위해 몇 번이고 해피밀을 사 먹는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선보인 슈퍼마리오 시리즈는 출시 사흘 만에 전국 매장에서 품절됐으며 헬로키티, 미니언즈, 원피스 등 캐릭터 제품도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는 스누피 캐릭턱 출시돼 매장에는 재고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업계에서 캐릭터 상품은 전략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캐릭터 하나가 갖는 어마어마한 위력이 식품·패션계에서 증명되자 최근에는 화장품업계들에서 캐릭터 러시가 계속되고 있다. 에이블씨앤씨 미샤의 원더우먼 캐릭터 화장품, LG생활건강의 이상한나라 앨리스, 무민, 토니모리의 아톰 화장품 등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의 제품에 캐릭터만 얹었을 뿐인데 10대는 물론 20대 30대까지 사로잡는 ‘캐릭터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과 차별화가 쉽지 않은데다 친숙한 캐릭터와 협업하면 신규 브랜드들도 인지도를 금방 높일 수 있다"며 "캐릭터와 협업한 키덜트 화장품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신규 캐릭터를 찾기 위한 업체들의 눈치작전도 치열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라바(Larva)’와 ‘윙클베어(Wingcle Bear)’로 유명한 글로벌 캐릭터 애니메이션 전문 기업 투바앤은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발굴한 중소·벤처 기업 4곳과 자사 캐릭터 무상사용 계약을 체결하기로 해 캐릭터를 통한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벤처 및 중소기업에 자사 대표 캐릭터인 ‘라바(Larva)’와 ‘윙클베어(Wingcle Bear)’의 캐릭터 사용 권한을 1년간 제공해 상품성이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도 디자인이나 캐릭터 사용의 한계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눈에 익은 캐릭터를 입은 이들 기업의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더 한층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상으로 나온 포털 메신저 이모티콘


최근에는 거대 포털 사업자들도 이 캐릭터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의 양대 산맥인 카카오의 카카오톡과 네이버의 라인 속 캐릭터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면서 각각 포털은 자사의 이모티콘 캐릭터들을 오프라인 캐릭터 시장으로 데뷔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2013년 10월, 라인프렌즈가 서울 명동 롯데 영플라자에 ‘라인프렌즈 스토어’라는 임시매장(팝업스토어)를 먼저 설립하였고, 뒤이어 2014년 4월에 카카오가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에 ‘플레이 위드 카카오프렌즈’라는 임시매장을 설립하게 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숙 책임연구원은 『포털 사업자의 캐릭터 비즈니스 전략』을 통해 포털 사업자들이 브랜드 간 이미지 결합 상품을 출시한다든지, 프렌즈샵 캐릭터를 이용하여 다른 부문의 제품 이용자층을 확장하도록 하거나 이종 사업자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메신저 캐릭터들은 소통의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40대, 50대까지도 친근한 감성형 이모티콘으로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여 소비층을 확대하는 효과를 견인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달 중순부터 라인 프렌즈가 미샤와 콜라보레이션하여 출시한 라인 프렌즈 에디션의 경우 SNS, 블로그 등의 후기에서 성인 여성들이 매직큐션, 아이쉐도 팔레트, 틴트, 립루즈 등으로 구성된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화장품 패키지를 얻기 위해 강남점, 명동점, 합정점 등 매장들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구매했다는 내용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카페 투썸 플레이스가 카카오 프렌즈와 콜라보레이션을 해 ‘투썸 스페셜 세트’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이용한 뉴욕 치즈케이크와 ‘쁘띠 망고 케이크’, ‘쁘띠 초코 치즈 케이크’ 등을 출시해 시너지를 낸 바 있다. 세트를 먹으면 카카오 프렌즈 볼펜까지 사은품으로 주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누군가에겐 추억을 자극하는 향수가 되고,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주는가 하면, 차가운 물건에 생명을 부여해 우리 생활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캐릭터들은 앞으로도 종횡무진 우리 삶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