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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 경감’은 개혁과제 될 수 없어(2편)

 

『1편』에 이어서>>>입시경쟁과 사교육비 문제는 사실 정부의 개혁과제 대상이 될 수 없고 중·단기적으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입시 경쟁은 내 자식은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학부모의 열망의 반영이다. 교육 당국이 무슨 수로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국민들의 의식이 학력 외에 개인의 다양한 재능 계발로도 더 나은 경제적 생활과 행복한 가치관을 깨우치고 발견할 데까지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전 국민의 의식 개혁은 국가 교육 전반의 철학을 정립 하고 그와 같은 철학을 뒷받침하는 윤리 교육과 실천을 통해 일부나마 겨우 달성될 수 있으면 다행이다. 교육계뿐 만 아니라 종교계, 언론계, 시민단체, 학계, 경제계, 정부 당국이 끈질기게 합심하여 노력해야 먼 미래에 가서야 가능 한 부분이다.


사교육비 부분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망국병’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교육비를 망국병이라고 하는 의식이 더 문제라고 본다. 학교 공부를 하면 자연히 앞서 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뒤처지는 아이가 있고 아마도 후자가 더 많을 것이다.

 

학교는 한 학기에 진행해야 하는 진도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뒤처지는 학생들만을 위해 진도를 안 나갈 수 없다. 뒤처지는 학생들은 학원에서 배 울 수 있으면 좋은 것이지 그것을 막는다는 것을 어불성설이다. 공부를 꽤 잘한다는 학생들도 더 잘 하기 위해,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학원을 가고자 하는 수요가 있는 건 당연하다. 또 아주 잘 가르치는 학원 강사에게 많은 학생들이 몰리면 수강비가 비싸지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물론 이것도 지나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나, 그것은 개인의 일탈 문제이지 사회 전체 문제로 확대하여 개혁 과 제로 삼는 것은 과잉 대응이다.


올 연초에 교육부가 밝힌 4대 개혁과제와 10대 핵심정책을 보면 ‘개혁’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하고 ‘정책’에 다름 아니다. 10대 정책이란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밀한 프로세스를 느끼지 못하겠다. 10개 정책 중 개혁적 성격을 띤 것을 꼽는다면 ‘대학 구조개혁’과 ‘교육 관련 규제 완화’ 정도다. 이 두 가지의 개혁적 정책에 대해 앞으로 구체적 청사진 제시와 함께 즉각적인 실행을 기대한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 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노조 활동에 대한 법치주의 확립인 것 같다. 여기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임금 보상 체계를 뿌리내리는 기반을 조성한다면 ‘노동개혁’만으로도 성공한 정권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임금 보상체계는 직장 내 인사 개혁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연공서열 폐지, 직장 상사의 각종 갑질 과 괴롭힘의 요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민주적 근무 문화 확립, 공정한 인사고과 제도 등과 병행돼야 한다.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승진하고 임금도 올라가는 인사 구조여서는 그 직장이 발전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승진과 임금 보상은 나이와 근무연수와 상관없이 일의 전문성과 성과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구조여야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관리자는 싫고 오직 일하고 싶다는 전문직에게 마음껏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직장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는 팀장이나 상사의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

 

대기업은 예전에 비해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인사 관행과 근무 문화 가 여전히 깊이 뿌리박혀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으로 알려진 모 대기업에서 직장 괴롭힘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정부 공무원 인사 혁신 바람, 국·공영 기업과 민간 기업으로 확산 기대


인사혁신처는 지난 7월 10일 제2차 부처 인사 유연성 및 자율성 제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민간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조치로서 민간 우수 인재의 연봉 상한을 철폐하고 승진에 필요한 근무연수를 대폭 단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 이번 발표 중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적시에 적임자를 선발·배치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와 규제를 대폭 간소화한다는 조치다. 공무원 임용이라면 떠오르는 것이 1년 중 정해진 날짜에 채용공고를 내서 한꺼번에 뽑는 방식인데, 앞서 가는 대기업에서도 근래 시작한 수시 채용 방식을 채택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승진소요 최저연수를 16년에서 11년으로 단축했다고 하는데, 11년도 너무 길다고 본다. 공무원의 전문성과 성과를 보여주는 데에는 7-8년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경력 채용 시 필기시험 과목을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는데,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기업처럼 해당 부처의 필요인력 부서에서 전문성 여부를 확인하는 문답과 심층 인터뷰, 인성 평가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은 경력 채용 후 전문성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즉시 해고한다. 경력자가 필기시험 잘 봤다고 전문성이 있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턱도 없는 소리다. 경력자의 전문성은 오직 그 사람이 수행해온 실적뿐이다. 심층 인터뷰는 수행 실적이 진짜 맞는 것인지 확인하고 동료들과 더불어 근무할 수 있는 인성 보유자인지를 판단하는 절차 정도다. 만약 실적을 과 장했거나 속여서 이력서를 쓰고 인터뷰를 했다면 즉각 해고 사유가 된다.


윤석열 정부가 공무원 인사 개혁으로 모범을 보인다면 민간 기업들도 일할 맛나는 근무 문화를 조성하고,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혁신을 일으키는 주인의식을 가지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한국에서 가장 개혁이 필요한 곳은 언론과 법원


정부는 지난달에 KBS 수신료를 전기세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앞으로 공영방송 KBS 재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KBS가 좀 일찍 균형된 보도 움직임을 보여줬더라면 이와 같은 극단적 조치를 피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혁은 타율적인 조치로 강제당하는 것보다는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효과적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공적 자금이 소유하거나 지원되는 공영방송과 공적 성격의 언론사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편이다. 이들 언론사들은 정치적 중립과 균형을 지키고 내외적으로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 규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하루속히 정치권의 영 향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제도적 개혁을 단행할 것을 촉구한다. 법원 개혁도 모든 당사자들이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삼권분립의 원칙을 넘어서 법원 개혁을 내걸 수는 없다. 검찰총장으로서 법원 개혁을 앞세우는 것도 그렇다. 그렇다면 법원 스스로 개혁하는 것이 가장 모양이 좋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고 곧 후임이 뽑혀질 예정이다. 신임 대법원 장은 반드시 재판 적체를 해소하고, 정치와 이념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개혁에 착수해줄 것을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