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앓는 암으로 한 해에 새로 생기는 환자 수만 4만 2천 명이 넘는다. 2013년 한 해에만 인구 10만 명 중 84명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환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질환에 대한 우려는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도 갑상선암이 가진 특징 중 하나다. 발병하더라도 진행이 느리고, 예후가 좋아 ‘거북이 암’이나 ‘착한 암’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갑상선암이 착한 암인 건 아니다. 갑상선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내버려두면 위험하다. 흔한 증상인 쉰 목소리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3기 이상 진행된 경우가 많은데 병기가 흐를수록 예후도 그만큼 나빠진다.
보통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 종양의 크기가 작으면 수술이 필요 없다는 건 오해다. 미세한 암이더라도 종양이 신경 가까이에 붙어 있거나 임파선 전이 등이 있으면, 전문의와 상담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갑상선암 수술을 하면 목 아랫부분에 흉터가 남았지만, 최근에는 목에 눈에 띄는 흉터를 남기지 않는 로봇수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로봇수술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겨드랑이나 가슴 주변의 피부를 작게 절개하고, 이곳으로 로봇 팔을 넣어 갑상선에 생긴 암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물론 비용이 다소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완전한 암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며, 합병증 발생 빈도도 목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과 큰 차이가 없어 상당수의 환자가 선호한다.
이대목동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권형주 교수는 “예후가 좋더라도 갑상선암 역시 내버려두면 위험한 암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며 발견 후 수술이나 치료의 필요 여부는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을 권했다.
이어 “갑상선암 로봇수술은 회복이 빠를 뿐 아니라 발병 부위를 10배 이상 확대해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안전하면서도 완벽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면서 “진단 후 바로 수술을 하지 않고, 진행 여부를 관찰하는 ‘능동감시’가 필요한 환자도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암의 크기가 5mm 이하이고, 림프절에 전이하지 않았을 때는 1년에 한 번 이상 초음파 추적 검사를 하며 진행을 지켜본 후 크기나 암의 진행 양상에 변화가 보이면, 수술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술 후 재발의 위험을 줄이고, 숨어있는 암세포 전이를 찾기 위해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여부는 암의 크기나 퍼진 정도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갑상선암으로 갑상선을 절제하고 난 후에는 갑상선암의 재발을 줄이기 위하여 갑상선호르몬을 복용한다”면서 “특히 갑상선을 전부 절제한 경우 갑상선 호르몬이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으므로 갑상선 호르몬을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균형 잡힌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도 수술 후 회복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간혹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가 재발을 부추긴다며 아예 먹지 않는 환자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라고 말한 권 교수는, 동위원소 치료 기간이 아니면, 갑상선암 환자도 입맛에 따라 원하는 대로 식사해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전문가에게 알아보는 갑상선암에 대한 궁금증이다.
갑상선암은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
갑상선 초음파 검사로 혹의 여부와 크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주사기로 갑상선 혹에서 약간의 세포를 뽑아내 검사하는 세포흡인검사로 암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컴퓨터 단층촬영(CT)은 림프절 전이 유무 파악에 도움이 된다.
최근 갑상선암 환자 수가 급증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며 병원을 방문해 적극적으로 검진하는 환자가 많아졌고, 의학 기술의 발달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 것을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갑상선암 검진이 아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사망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초음파 진단이 보편화되기 전인 80~90년대에는 사망률이 높았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생존율 확보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외에 원자력 발전소 등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의 증가, 비만 인구 증가 등을 꼽기도 한다.
목이나 어깨가 아프면 갑상선암을 의심할 수 있나?
갑상선암이 생겨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갑상선암의 증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결절 부위의 만져짐, 쉰 목소리, 삼킴 장애 등을 꼽을 수 있다.
수술 대신 고주파 절제술 등으로 갑상선암을 치료하면 어떨까?
최근 목에 흉터 없이 갑상선 결절을 제거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고주파 절제술이 많이 알려졌다. 고주파 바늘을 갑상선 결절에 삽입해 바늘에 전류를 흘려 결절을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이 방법은 암이 아닌 갑상선 결절에 더 추천할 만하다. 갑상선암인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 고주파 절제술을 고려한다.
갑상선암도 재발하나?
5년 생존율이 99% 이상인 암이지만, 갑상선암 역시 재발이 존재하는 암이다. 하지만 예후는 좋은 편이다. 갑상선암은 진행이 느려 뒤늦게 재발하는 특성이 있어 최소 10년의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