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새벽 1시30분,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시장에서 첫 경매가 시작됐다. 막혀있던 현대화시장의 주차장이 열렸고, 안내요원들은 얼떨떨한 손님들의 차를 신시장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시장이 6개월여가 지난 16일 0시부터 첫 경매를 시작으로 오픈했다. 입주를 거부하는 상인들과의 마찰은 진행 중이지만 수협은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다며 시장 이전과 경매의 진행을 강행했다.
강행으로 상인들과의 마찰도 우려됐지만 첫날인 16일 새벽 큰 마찰없이 경매는 진행됐다. 혹시 모를 사태에 경찰병력은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절반이 넘는 상인들이 “좁아지고 졸속으로 지어진 현대화시장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 반쪽짜리 오픈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오픈한 현대화수산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한쪽에서는 건물옆에 바로 트럭을 대고 하역작업이 한창이었고, 경매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서 진행됐다. 경매장 바로 옆 수산시장에는 일부 상인들이 이주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미 이주를 마친 수족관에는 싱싱한 물고기들이 가득차 있었다.
구시장에서 신시장으로 물건을 계속해 나르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계속해 수레에 물건을 실고 구시장과 신시장을 왔다갔다 하고 있던 윤도식 씨(가명)는 “시장이 옮겨져 구시장에서 쓰던 물건들을 신시장으로 나르고 있다”며 “밤새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화시장이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구시장의 불도 밝았다.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상인들은 여전히 구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이주를 마치고 비워진 자리가 빠진 이처럼 눈에 띄었다.
수협과 상인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는 결국 소송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초 수협측은 현대화시장 입주완료 시점을 16일 0시로 공고한 바 있으며, 이후로 경매 및 모든 업무를 현대화시장에서 관리운영한다고 알렸다. 현재 구건물의 시설관리 인원은 모두 철수한 상태다.
최후 통첩까지 한 수협측은 기존 구시장의 상인들을 불법점유로 보고 명도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상인들도 소송전도 불사하면서 물·얼음·쓰레기 등 자체적으로 시장관리를 하겠다고 알린 상황이다.
결국 통상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리는 소송 특성상 법적다툼이 끝날 때까지 현대화시장과 구시장의 양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과 수도권 등 일대에 수산물 유통의 40% 이상을 유통하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은 상징적으로나 역할 면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내려놓고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아쉬운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