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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째서 남자들은 성추행을 저지르나?

▶ 죽음으로 맞선 어느 여군 성추행 피해자의 복수-1편에 이어

 

미국 오하이오주 Otterbein College 심리학 교수인 Noam Shpancer는 Psychology Today에 기고한 『When Men Attack; Why (and Which) Men Sexually Assault Women』-이란 글에서, 남자들이 성범죄를 저지를 때, 왜 (그리고 어떤) 남자들이 성적으로 여성을 공격하는 원인을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생물학적 원인

-남성이 여성보다 크고 강하며, 여성을 물리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

-섹스와 폭력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심리학적으로 욕과 성(예를 들어, Fuck you)은 연결된다.

-성욕과 폭력 둘 다 테스토스테론, 세로토닌과 연결되어 자율신경계를 흥분시킨다.

 

사회적 원인

-남성의 지배력과 폭력 행위가 사회 질서를 이끌도록 허용하는 국가일수록 여성에 대한 불평등, 성폭력의 수준이 높다.

-재범을 일으키는 성범죄자들은 공통으로 강한 반사회적 특성이 있지만, 이른바 평범한 남성은 (성추행 같은) 성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

-오랜 기간 여성의 역할은 ‘동의’, 남성의 역할은 ‘쟁취’였다. 이런 각본은 여성을 성행위에서 수동적인 입장, 남성을 행위 해야 하는 (나아가 잠재적인 가해자) 자로 규정한다.

-섹스의 시작이 전희, 끝이 성교라는 것도 각본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도중에 멈추는 건 거부, 죄책감, 무능력함을 느끼게 한다. 등등.

 

Noam Shpancer 박사는 이처럼 남성이 압도적인 성추행 등의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을 제시했다. 법을 제정하는 하향식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법은 즉각적으로 성범죄 행동을 억제하는 억제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이라는 억제제는 암시장을 활성화(活性化)하며, 법을 어긴 자만 처벌할 뿐 법을 따르는 자에겐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미투 운동이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중에게 직접 고발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미투 피해자들은 언론이나 개인 SNS, 인터넷 게시판을 첫 번째 창구로 삼고 있다. 폭로에 앞서 가해자를 형사 고소 고발한 사례는 전무 하다시피 하다.

 

곽대희 비뇨기과 전문의는 2002년 1월 월간중앙에 기고한 ‘성추행의 심리학’이란 글에서 남자들의 성추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사회적 우월성을 생물학적 우월성으로 착각하거나 ▲대뇌 브레이크가 약화 되기 때문이고 ▲남녀의 성적 진화에서 오는 차이라고 주장했다.

 

인류학적으로 볼 때, 인류의 선조는 남녀 간의 역할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남녀 모두 먹이를 찾아 돌아다녔다. 유아가 부모에게 의존하는 기간도 1년 정도. 그러나 지능을 갖춤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능이 높아짐에 따라 뇌가 커졌고, 그것은 여성이 아기를 낳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뇌가 커질수록 아기의 머리가 커져 분만이 어려웠다. 이 문제는 여성의 골반이 넓어지고, 태아기를 짧게 하여 일찍 낳는, 즉 조산한다는 미봉책으로 해결되었다.

 

그러나 이 단순한 변화는 여자의 생활여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넓어진 골반에 팔이 부딪치지 않도록 여자의 팔꿈치는 바깥쪽으로 구부러졌고, 이런 신체적 변화는 돌이나 창을 던질 때 명중률을 떨어뜨렸다. 게다가 아래로 처진 여성의 엉덩이는 뜀박질할 때 속도를 떨어뜨렸다. 결국, 사냥의 성과에 치명적 손상을 입힘과 동시에 아기는 조산으로 미숙한 상태에서 출생하므로 이제 훨씬 더 오래 양육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처럼 여성이 생활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자 남성의 비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그래서 여성은 성적(性的) 능력을 점차 개선했고, 능동적으로 남성을 유혹하도록 발전했다. 얼굴이 더욱 섬세해졌으며 도톰하면서 분홍색을 띤 동그란 모습으로 변한 입술은 자신의 성기를 상징하도록 진화했다. 더구나 성행위 때는 오르가슴으로 남성이 갈망하는 성취감을 맛보도록 만들었다.

 

물론 발정기에 국한되었던 섹스를 언제나 가능하도록 여성들이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성적 공세가 모든 남성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본래 이런 성적 능력 향상의 목적은 본디 생계를 안전하게 보장받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여자들의 욕정은 언제나 강한 남성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속성은 모든 동물의 암컷이 갖는 공통된 본능의 하나였다. 가장 강한 배필을 갖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인 동시에 동물 사회의 지배자가 될 강한 후손을 얻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길이었다. 그래서 버펄로·사슴·물개 등은 사생결단으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각축전을 벌인다. 그 싸움에서 이긴 최강자를 모든 암컷이 따라가 그의 후손을 잉태한다는 방식이 동물 세계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이런 암컷의 특성이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인간사회에서는 ‘강하다’는 의미가 크게 다양해졌다. 경제적 부나 사회적 권력, 그리고 높은 학력 등 눈여겨볼 요소가 많아졌다. 한편 여성들의 성욕은 상대를 선별한다는 일관성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않았다. 즉, 아무 남자와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본능적인 의식을 지니고 있다.

 

남성의 성욕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남성의 본능은 자기의 후손을 가능한 한 많이 번식시킨다는 쪽으로 집중되어 있다. 물개의 세계나 사슴의 사회에서 보는 일부다처는 바로 그런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교미 도중 암컷의 강한 생식 욕구에 희생물이 되는 스파이더나 사마귀 등 곤충의 수컷이 바로 그런 예의 하나다.

 

수컷들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동족 수컷들과 목숨을 건 처절한 투쟁을 벌이는 모습이나 교미 도중에 암컷의 먹이가 되면서도 종족보존의 사명을 완수하려고 몰두하는 사마귀 수컷의 생리는 오로지 자신의 유전자를 이 세상에 폭넓게 그리고 더 많이 퍼뜨리겠다는 그 한마음뿐이라는 것이다.

 

성범죄에 단호한 시민사회를 위한 교육

 

꽤 오래전에 하버드대학의 한 젊은 학자가 ‘여성은 본능적으로 남성의 공격성을 좋아하고 또한 그것을 기대한다,’는 다소 도발적인 가설을 ‘TIME’ 지에 기고한 적이 있었다. 남녀의 성차(性差)에 관한 글이었는데 그렇게 남녀가 각각 다른 특성을 보이는 것은 오랫동안의 야생생활을 통해 얻은 여러 가지 정보가 뇌 속에 저장되어 남자 뇌와 여자 뇌를 각기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이밖에도 성추행 등 성범죄에서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요인 가운데 ▲성차별적 문화, ▲여성에 대한 성적 도구화, ▲이들을 용인하는 강간 문화(rape culture) 등을 손꼽고 있다. 이를테면 성차별적이거나 성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정치인들이 계속해서 떳떳하게 활동하는 것은 성폭력을 용인하는 강간문화의 한 예다.

 

남성들이 성적 매매를 하고 불법 촬영물을 찾아보고 공유하고 또 단톡방에서 성희롱을 일삼으며 여성에 대한 성 착취를 일상적으로 하는 것, 그러고서도 체벌과 죄책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도 강간문화다. 분명히 적어도 한 번쯤 이런 문화에 동참하거나 방조했음에도, 성추행이란 위태로운 범죄의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으면서도, 나는 아니라고 발뺌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케냐에서는 남자아이들을 대상으로 ‘당신의 진실한 순간(Your Moment of Truth)이라는 성폭력 예방을 교육한다. 남자아이들에게 ▲여성이 성적 접근에 대해 “노(No)”라는 의사를 표시하면 그건 정말 ’거부한다‘, 는 뜻이며 ▲’좋으면서 싫다‘고 한다는 식의 자의적 해석을 멈추고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있다면 성적으로 접촉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고 가르친다.

 

어떤 경우라도 ▲상대 여성의 의사를 존중하고 선을 넘지 말며 ▲상대의 약점을 잡아서 내 맘대로 해도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가르친다, 또한,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괴롭히거나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다른 남자 동료와 멀리 떨어지며, 그러지 말라고 말할 것이며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 등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실천할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 교육 목표다.

 

5년 전이었다. 지하철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된 한 고등학생의 어머니가 3일 뒤, 자기 집 안방에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게 어저께 같다. 자신이 죽어서라도 아들의 용서를 빌었던 어머니의 마음인 듯해서 성범죄가 단순히 범죄에 그치지 않는 인간의 비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고 이 모 중사의 죽음이 없던 일 되지 않게 하겠다면서 이 중사를 추모하는 온라인 공간이 생겼다고도 한다. “홀로 싸웠을 당신이 겪어냈을 거대한 무력감과 고통을 곱씹어 봅니다. 죽어서라도 이 일을 드러내겠다는 당신의 마지막 말을 곱씹어 봅니다. 군대 내 성폭력 및 성추행이 사라질 수 있게 군인이 군인으로서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지켜보고 목소리 내겠습니다,”라는 트위터가 달리고 있다.

 

전직 서울 시장의 자살, 몇몇 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임, 아들의 용서를 빌며 목숨을 끊은 어머니, 혼인신고를 끝내고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마지막 영상을 남기며 눈물을 흘리고 저세상으로 떠난 이 모 중사 등 성추행으로 인한 비극적인 삶을 목도(目睹)하고서도 우리는 남자와 여자, 양성(兩性)이 함께 편안하고, 일상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역사를 쓰지 못하고 있다.

 

성에 대한 관념이 달라져 가고 있는 건 다행이지만, 본능적으로 공격성이 담긴 남자들이 성적 충동을 절제하지 못하고 찝쩍댄다면 필자를 포함해서, 누구라도 잠재적 가해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