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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찔러봤다 터진 감, 사법시험 논쟁 격화

거리로 나선 로스쿨 학생·사법시험 준비생


[최종윤 기자] 2016년 마지막 사법시험 1차를 앞두고 법무부가 느닷없이 사법시험 유예 입장을 밝혔다. 발표 직후 격화된 논쟁은 지난 한 달 동안 고소·고발로까지 번졌다. 국가가 제도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고, 마지막 1차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이번 법무부의 조치는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 이번 법무부의 사법시험 유예 발표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칼럼 등을 통해 의구심을 표시했다.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다음날 최종입장이 아니라며 슬그머니 발을 빼고 그 공을 국회로 넘겨 버렸다.


‘사법시험 2021년까지 4년간 폐지 유예’ 입장 발표


연말을 앞두고 지난해 12월3일 법무부는 2021년(제10회 변호사시험)까지 4년간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하고, 그동안 폐지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법시험은 2017년 12월31일 폐지되고, 내년 2월 사법시험의 마지막 1차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법무부는 “올해 9월 여론조사 결과 국민 80% 이상이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 인식 아래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로스쿨 제도 도입 후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정착 과정에 있고 로스쿨 제도의 개선 필요성
도 있으므로 그 경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폐지 유예 시한을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가 10년간 시행되어 제도로서 정착되는 시기가 2021년인 점, 변호사시험의 5년·5회 응시횟수 제한에 따라 불합격자 누적이 둔화·정체되어 응시인원이 약 3천100명에 수렴하는 시기 또한 2021년인 점, 로스쿨 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분석에 필요한 기간 등을 감안해 2021년까지로 정했다고 밝혔다.


유예기간 동안 사법시험 폐지에 따른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해 ▲시험과목이 사법시험 1·2차와 유사한 별도의 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법조인 선발을 일원화하되 간접적으로 사법시험 존치 효과를 유지하는 방안 ▲로스쿨이 공정성을 확보하고 안정화되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로스쿨 입학, 학사 관리, 졸업 후 채용 등 전반적으로 로스쿨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 ▲향후 특단의 사정 변경으로 불가피하게 사법시험 존치가 논의될 경우에는 현행 사법연수원과 달리 별도 대학원 형식의 연수기관을 설립하여 제반비용을 자비 부담시키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면밀히 연구·분석하고 객관적 자료를 수집하며 유관 부처, 관련 기관과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발표 직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방침을 스스로 저버렸다”면서 “법무부는 합당한 사유에 근거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사법시험 연장이라는 미봉책을 내놓음으로써 우리나라 법치주의의 수준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믿음의 법치’를 강조하던 법무부는 지난 7년동안 2009년에 만들어진 법률을 믿은 로스쿨 진학자 14,000명과 그 가족들의 신뢰를 무시했다”면서 “우리는 국회가 떼법을 용인하지 않고 법률을 믿은 대다수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고 하는 사법개혁의 대원칙을 공고히 할 것을 믿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교육부는 법무부가 4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데 대해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2021년 이후에는 사시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루 만에 발 뺀 법무부 “최종 입장 아냐”


지난해 9월 전화여론조사를 진행했다는 법무부는 당사자들 이야기는 들을 필요도 없는 것이었을까. 느닷없는 법무부의 발표에 로스쿨학생들은 말 그대로 황당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발표 직후 서울지역의 한 로스쿨 학생(29)은 “갑자기 들려온 소식에 어이가 없다”면서 “사법시험이 폐지될 것이기 때문에 로스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사법시험이 길어질 줄 알았으면 사법시험을 치를 수도 있었고 붙을 자신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법시험 출신이라는 기득권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주장”이라며 “일단 사법시험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법무부의 일방적 입장 발표는 큰 파장을 불러 왔다.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는 법무부의 발표 다음날인 12월4일 “25개교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들이 전원 참석한 긴급총회에서 25개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은 법무부가 주관해 올 1월에 시행되는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의 출제를 비롯한 모든 업무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로스쿨 재학생들의 반발도 거셌다. 자퇴서를 제출하는 동시에 모든 학사일정을 거부하고 예정된 검찰실무시험에 응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이들은 법무부가 있는 과천시, 사시존치 법안이 발의돼 있는 국회 등 거리로 몰려 나왔다. 국회에서는 1인 시위를, 법무부 앞에서는 집단시위를 이어갔다.


입장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법무부는 최종 입장이 아니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법무부는 “법무부의 의견 제시 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대한변호사협회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법무부의 의견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면서 “법무부는 열린 마음으로 관계부처를 비롯한 여러 기관, 단체의 의견을 계속 논의하고 검토할 것이며, 이에 따라 법무부의 최종적인 입장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변호사시험법 부칙의 개정 여부가 최종 결정되면 법무부는 미래의 법치를 책임질 훌륭한 법조인을 선발하고 양성하는 방안을 차질 없이 집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회로 책임을 넘겨 버렸다.


국회 앞에 선 로스쿨 학생과 사법시험 준비생


법무부의 일방적 발표와 함께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 반발하자,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던 사법시험 준비생,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한법학교수회 등도 나서면서 논쟁이 격화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무부 발표 직후 “법무부도 현재로서는 사법시험이 존치되어야 할 필요와 사회적 합의가 있음에 법무부 역시 동의한 것”이라며 “그러나 향후 4년만 사법시험을 존치한다는 입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다시 사법시험을 ‘한시적으로’ 존치하자는 것은 혼란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의미와 같다는 것이다.



이어 “80%가 넘는 국민들이 소수의 인원이라도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몇 명의 수험생 때문에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올바른 법조인력 양성제도를 정착시키고 보다 나은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에게 선택권을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의 사람들도 국회의 사법시험 존치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으며, 대한법학교수회, 전국법과대학교수회 등도 국회 앞에서 사법시험 존치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집회에 나섰다.


이들은 “사법시험 존치는 로스쿨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희망의 사다리”라며 “사법시험 존치가 로스쿨의 폐지와 축소를 주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사법시험의 존치 자체에 대해서도 극도의 공포감을 보이는 것은 그 자체로 로스쿨이 얼마나 허술하고 불안한 제도인지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모적이고 과거 회귀적인 논쟁의 반복


2009년 3월 전국 25개교에서 개원한 로스쿨은 사실 오랫동안 준비되고 설계된 것으로 갑자기 시행된 제도는 아니다. 1995년 공론화가 시작돼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10년 넘게 논의를 거듭했다. 로스쿨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법조인(판사·검사·변호사)이 되려면 사법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사법시험은 우수 인재들의 장기간 시험 준비로 인한 많은 고시낭인 발생과 법과대학의 고시 위주 교육으로 인한 교육 커리큘럼의 황폐화, 법학 이외의 전문가들이 법조인으로 선발되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시 이 부분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다.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측은 로스쿨은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며 현재 로스쿨이 고위직 자제들이나 교수들의 자녀들이 로스쿨에 진학한 것이 알려지면서 ‘현대판 음서제’ 논란과, 입학과정의 불공정성을 도마 위에 올렸다. 또 우회로가 전혀 없는 현행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일부 국회의원들 자녀들에 대한 외압의혹도 예를 들었다. 현재 사법시험을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해당 로스쿨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거부당했고, 이에 정보공개청구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법학전문대학원에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사법시험으로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전원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 자체를 해결해야지 문제투성이인 사법시험이 그 보완책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올해 계속된 공청회 등과 관련해서도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시험에 의한 선발’에서 ‘교육에 의한 양성’으로의 전환을 꾀한 것으로, 법조인 양성의 기본적인 틀을 바꾼 전면적인 개혁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시험 존치 법률안을 끊임없이 발의하고, 이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보다는 특정 이익단체·집단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백해무익한 반개혁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희망의 사다리’ 논쟁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 논점인 ‘희망의 사다리’. 과연 이는 희망의 사다리가 될까.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권민식 대표는 올해 많은 토론회장에서 “우회로가 전혀 없는 현행 로스쿨 제도는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국민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판검사가 되고자 하는 국민들의 공무담임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제도”라며 “사법시험이 폐지된다면 초등학교 졸업만으로 사시에 합격해 국회의원을 지낸 박헌기 의원, 중졸 출신의 변정수 헌법재판관, 고졸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성공을 더는 꿈꿀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측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법전원협의회는 “사법시험은 수험기간을 예측할 수 없고, 합격률은 2.94%에 불과하며 실제 1981년부터 2014년까지 사법시험 합격자 가운데 고등학교(졸업·재학·퇴학) 학력 소지자는 22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례적으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견해를 밝혔다. 조국 교수는 로스쿨도 개선할 점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도 로스쿨에 대한 왜곡된 비판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로스쿨은 ‘음서제’라는 비난에 대해 서울대 로스쿨생의 호소문이라는 글을 소개했다. 3년간 총 650만원을 낸다는 이 서울대 학생은 “중·고등학교 내내 4인 가족 건보료가 3만원을 넘어가지 못하던 가정에서 자랐다. 학부 재학시절 엄두를 못 내던 사법시험이었다”면서 “3년간 정확히 650만원을 내고, 생활비 대출이 되며 3년으로 시한이 정해져 있어 그것을 갚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저보다 어려운 학우들이 학년별로 20% 넘게 있고 그 친구들은 로스쿨이 없었다면 사시는 도전도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한 박(31) 씨는 8일 학생회와 함께 학교 측에 자퇴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어느 특별전형 입학생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박 씨는 “저는 아예 수저도 아니다. 비유가 아닌 진짜 수저 이야기를 해드리자면,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저는 저희 집 수저를 거의 쓰지 않았다. 학교급식이 아니면 집에서 먹을 밥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며 “로스쿨 학생 중 극소수는 외제차 타고 다
닐 것이다. 이를 가지고 학생 전체를 ‘금수저’라고 낙인찍거나, 로스쿨 제도를 ‘음서제’라고 매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만 발생시킨 무책임한 발표


법무부의 발표 직후 격화된 논쟁은 양측 간의 고소·고발로까지 번졌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서울대로스쿨·한양대로스쿨 임원 등이 고발됐다. 국가가 제도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고 마지막 1차 시험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법무부의 무책임한 발표는 얻는 것보다는 잃은 점이 더 많다. 많은 전문가들은 각종 칼럼 등을 통해 의구심을 표시했고 보다 못한 대법원까지 나서서 국회·대법원·정부 관계부처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일단 지금 시점에 가장 큰 피해자는 거리로 나온 로스쿨학생·사법시험 준비생들과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들이다. 다행히 변호사시험에 집단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혔던 로스쿨생들이 대부분 응시 거부를 철회함으로써 파행은 면하게 됐지만 아직 일부 응시거부 입장을 유지하는 학생들도 있고, 법원에 제5회 변호사시험 시행연기도 신청된 상태다.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들도 로스쿨인지 사법시험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현행법상 2016년 사시 1차 시험, 2017년 사시 2차 시험을 끝으로 사법시험은 종료된다. 사법시험이 유예나 존치가 되려면 결정적으로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 국회로 공이 넘어온 이유다.


하지만 임기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19대 국회에서 사법시험 폐지를 번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논쟁이 길어질수록 결국 피해자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일반 국민일 수밖에 없다.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