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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자동차업계 강타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디젤차 지고, 친환경차 뜨고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번 폭스바겐사 배출가스 조작행위는 사건과는 별개로 디젤엔진의 근본적인 한계와 배출규제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모든 자동차업계를 강타했다. 각 업체들은 앞 다퉈 친환경차의 개발과 출시를 발표했다. 친환경차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전문가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 확대와 2017년을 기점으로 한 전기차의 폭발적 성장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을 중심으로 자동차 업계에 부는 친환경 바람을 취재했다.


자동차업계의 흐름이 한순간에 변했다. 한동안은 계속될 것 같았던 디젤차 중심의 흐름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한동안 클린디젤을 내세우는 유럽 자동차들의 공세에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차들이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친환경이라는 큰 화두 속에 업계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지난 9월18일 미국 환경청이 폭스바겐사가 차량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배출가스량을 임의로 조작한 사실을 밝혔다. 미국 내 판매대수는 48만대. 하지만 차량과 동일엔진을 사용한 자동차가 전세계적으로 1천100만대로 추산되면서 논란은 전세계로 번졌다.


클린디젤을 전면에 내세우며 승승장구해온 폭스바겐사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어내야 함은 물론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과 회사 투자자들과의 집단소송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독일, 영국 등 유럽은 물론 전세계 각국에서 자체조사에 나섰고 폭스바겐 이외의 다른 메이커들도 의심을 사면서 조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배출가스 조작행위와는 별개로 디젤엔진의 근본적인 한계와 배출규제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디젤차 시대 저무나


폭스바겐 사태는 아직 계속 진행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디젤엔진 기술을 지니고 있는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한 무리수를 두면서 디젤차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지난 약 130년간 내연기관차를 이끌어온 가솔린과 디젤의 균형이 깨지는 현장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디젤연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지저분한 연료인 만큼 아무리 좋은 장치가 개발된다고 해도 차량의 노후화와 함께 장치의 기능이나 수명이 다하게 되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디젤엔진은 휘발유 엔진에 비해 연비, 토크 및 이산화탄소 배출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의 다량배출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질소산화물은 천식, 기관지염 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여름철 도시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인 오존의 원인 물질이다. 이에 각 나라들은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이에 대응해 자동차 회사들은 질소산화물 감소에 초점을 맞춘 배출가스재순환(EGR), 산화질소흡장촉매(LNT), 선택적환원촉매(SCR) 등 각종 기술을 개발해 강화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폭스바겐은 상대적으로 비싼 SCR없이 EGR+LNT의 조합으로 유럽의 배출가스 기준인 Euro5는 물론 더 엄격한 미국의 배출기준을 충족시키면서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아직까지는 왜 불법 기만장치를 설치해 배출가스 검사 시에만 작동하도록 했는지에 대해서 여러 추측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최준영 입법조사관은 10월5일 이슈와 논점에서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LNT 방식의 경우 운행거리가 길어질수록 효율이 급속히 떨어지며, 모아진 질소산화물의 연소처리 시 발생하는 고온에 취약한 문제점을 2000년대 중반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차량을 출시함에 따라 배출가스 검사 시에만 저감장치가 가동되도록 해 내구성과 효율저하 문제를 회피하고자 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는 노후 경유차 출입제한을 두는 LEZ 제도를 서두르고 있다. 서울시도 각종 공청회를 열면서 제도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 세계 시장에서 유럽자동차 메이커를 중심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시장을 노크하던 디젤차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업계도 방향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폭스바겐, 전기차로 방향 튼다


디젤게이트로 논란의 중심에 있던 폭스바겐도 빠르게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사안에는 디젤 전략 방향 재설정, 표준화된 전기차 구조 개발 등이 포함됐다. 폭스바겐 헤르베르트 디이스 CEO는 “폭스바겐 브랜드는 미래를 위해 포지셔닝을 재설정하고 있다”면서 “제품군과 주요 기술에 새롭게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효율화 프로그램을 가속화시켜 미래지향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더 큰 비중을 실을 것이며, 최장 300km까지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의 양산과 48볼트 전력 공급 시스템(마일드 하이브리드) 개발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또 기존 차량 아키텍처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소형차 세그먼트에 향후 사용될 MEB 전기 툴킷을 개발하고, 차세대 페이톤은 순수 전기 주행 차량으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헤르베르트 디이스 CEO는 “효율화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제품군을 재조명하는데 성공해야지 폭스바겐 브랜드 미래를 위한 혁신을 추구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친환경차 부상, 디젤차의 운명은


친환경차의 부상은 디젤게이트의 중심에 있던 폭스바겐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다. 전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친환경차의 개발과 출시를 앞두고 있다. 내연연료와 친환경차의 중간에 위치한 하이브리드 차를 중심으로 차량의 수요도 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클린디젤’에 대한 명성은 금이 갔고 허상이 되고 있으며,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는 것이 디젤에 대한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며 “친환경차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고, 도요타의 가솔린 기반 하이브리드와 현대차 그룹의 반사이익이 장기간 주력 요소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으로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는 더욱 시장 점유율이 커질 것이고 전기차도 2017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각국 친환경차의 정책적 지원과 활성화 움직임은 향후 소비자의 시각까지 바꾸면서 자동차 역사에 큰 획을 긋는 기회가 다가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필수 교수는 디젤차도 결국 변화를 수용하면서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130여 년간 존재한 것처럼 석유자원이 존재하는 한 디젤차는 가솔린차와 더불어 살아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되면서 새로운 디젤차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디젤차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기술개발의 가능성은 가솔린차보다 디젤차가 높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기술과 타협점을 찾으면서 융합형 디젤모델이 등장하면서 나름대로 생명을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김필수 교수는 “분명한 것은 현 디젤게이트 사태가 자동차 역사에 있어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수소·전기 등 전방위적인 연구개발


전기·수소 등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국내업계는 어떨까. 완성차 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IT 관련 업체, 배터리 관련 업체까지 모두 현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국내 완성차업계 1위인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친환경차에 공을 들여왔다. 그 가운데서도 수소연료전지는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며 앞선 기술력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와 한미 수소차 인프라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한 협력 강화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방미 중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한 현대자동차 정진행 사장 일행은 10월15일(현지시간) 워싱턴 미국 에너지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소연료전지차 확산을 위한 양측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시승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현재 현대자동차가 참여하고 있는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실증사업 확대 및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수소 연료전지차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안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정진행 사장은 “미국 에너지부에서 주관한 실증사업을 바탕으로 기술을 축적해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수소연료전지차와 수소인프라 기술 분야의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미국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인 워즈오토에서 발표하는 ‘2015 10대 엔진’에 수소차 엔진으로는 최초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독자 개발한 100kW의 연료전지 스택과 100kW 구동 모터, 24kW의 고전압 배터리, 700기압(bar)의 수소저장 탱크를 탑재했고,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시동이 가능하다. 또한 최고 속도 160km/h,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은 12.5초로 내연기관 자동차에 견줄 수 있는 가속 및 동력 성능을 갖췄으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24km(265mi)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수준이다.


수소연료전지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는 독자기술로 최근 소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양산에도 성공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내연기관 엔진과 배터리의 전기동력을 동시에 이용하는 자동차로 전기로 주행하다가 전기가 모두 소모되면 가솔린 엔진으로 움직인다. 기존 하이브리드카보다 진일보한 방식이다. 가장 큰 장점은 일반 전기 콘센트로 배터리를 직접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전기차와 현재 내연기관과의 중간단계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먼저 시장에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병환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은 “각 나라나 도시별로 환경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 속에 자동차 전체 트렌드가 친환경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현대자동차도 기본 내연기관에서 하이브리드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ev, 그리고 연료전지까지 전 분야에 걸쳐서 다양한 친환경 모델들을 개발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소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양산해 냈으며, 연료전지시스템은 투싼 연료전지가 1세대가 나와 있고 당연히 2세대 개념도 계속 개발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병환 연구원은 “현대자동차에서 친환경 부분은 어떤 것을 선택해 집중하는 개념은 아니다”라며 “친환경 부분은 계속 확장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전방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개인적으로는 수소연료가 친환경의 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전기도 자체만 보면 친환경이지만 만드는 데 있어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요소가 가미되는 부분이 있는 반면 수소자체는 무한한 기존의 자원이고 결국 물로 돌아가니까 친환경·무공해 궁극의 자동차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차, 인프라 형성이 관건


친환경차가 뜨면서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으나 결국 인프라 형성이 관건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환경규제로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전국에 있는 전기차의 공공급속충전시설은 337기다. 그나마도 선도도시와 수도권에 200여기가 몰려 있고 가장 적은 강원권은 고작 7기만 설치돼 있다. 이에 정부는 전기차활성화와 국가재정의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속충전시설 유료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환경부는 10월22일 전기차 급속충전시설을 내년부터 유료화 하고, 2017년까지 637기로 늘리겠다고 밝혔
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 과장은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이용자 입장에서 전기차 운행
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함께 민간충전사업의 수익성 확보를 함께 고려해 적정 수준의 공공급속충전시설 사용요금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공급속충전시설 사용요금 징수로 인한 수익 발생 시 수익금은 충전시설 신형 및 멀티형 교체 등 공공급속충전시설 개선과 관련된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정부, 지자체는 물론 기업들까지 전기차 보급에 관심을 가지고 수많은 논의를 거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주)가 제주도에 출범하면서 국내 최초로 민간유료충전사업자가 탄생하기도 했다. 신설법인에는 한전, KT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비긴스, 스마트그리드협동조합, KDB자산운용 등 유수의 전문기업들이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설법인은 우선 전기차가 활성화되고 보급여건이 양호한 제주지역에서 성공모델을 만들어 전국, 해외까지 사업영역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김필수 교수는 “국내 전기차 보급은 단순한 친환경차 보급에 그치는 내용이 아니라 향후 우리의 먹거리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세계의 흐름에 뒤지지 않는 원천 기술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1년 언제나 어디서든지 누구나 보조금을 받으면서 구입할 수 있는 기회 마련, 3명 중 2명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특성을 고려한 충전 인프라 구성, 강력한 운행 상의 인센티브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전기차 보급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친환경차 시대가 목전에 와 있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급격히 방향전환을 해야 하는 업계의 행보가 숨 가쁘다. 세계 5위권인 우리나라 자동차업계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업체와 IT업체가 함께 한 곳에 나란히 섰다. 머지않아 순수 국내 기술의 친환경차가 전세계를 누비는 날도 기대해 봐야겠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