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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찾아서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2017학년도부터 전국 중·고교에 국정 역사 교과서가 도입된다. 2002년 검인정 교과서로 전환된 지 15년 만에 국정 교과서가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이다. 올바른 교과서 발행을 위한 논쟁이 정치적 이념갈등으로 번지면서 중요한 국정 사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정치적·이념적 논쟁에 앞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배울 역사 교과서는 어떠한 모습을 해야 하는지, 정부가 말하는 ‘올바른’역사 교과서란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 정부가 역사 교과서를 다루는 상반된 방식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의 역사 교과서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교육부가 지난 10월12일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겠다’며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교과서 자율화 확대’정책 기조 아래 2002년부터 검·인정 교과서체제를 실시했으나, 역사교과서의 사실오류 및 편향성 논란이 제기되어 사회적 문제가 커지고 있어 중학교‘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한국사’교과서 발행체제를 현행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1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 직전에 예정에 없던 회의를 통해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올바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자라나도록 가르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나라의 미래를 열어가도록 하는 것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필연적으로 해줘야 할 사명”이라고 국정 교과서 실시에 쐐기를 박았다. 이로써 2017학년도부터전국의 중·고교에 국정 한국사 교과서가 도입될 전망이다.


올바른 역사교과서 논란


역사 교과서 국정화발표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연세대학교를 필두로 한 대학 역사 전공 교수와 교사들이‘집필 거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범야권 의원들도 국정 역사 교과서가 우 편향될 것이라며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며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교육현장 또한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촛불 집회’를 열고 국정화 교과서 반대를 위한 시민들의 서명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한편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촉구하는 우익 단체의 시위도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현 역사 교과서들의 좌 편향된 역사 서술과 그에 따른 ‘역사 왜곡’을 근거로 들며 ‘색깔론’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여·야, 좌·우, 보수·진보의 논리로 갈등이 비화되자 정부는 역사 교과서의 균형성, 다양성 확보에 초점을 두고 좌·우를 아우르는 집필진을 구성하여 국정 교과서로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하고 있다. 국정 교과서에 대한 첨예한 찬반논쟁으로 오히려 전에 없던 국론 분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없다.


대통령이 직접 시사한 것처럼 역사 교육을 통해 내가 태어난 나라의 역사를 아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배우는 것이고 이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처럼 그러한 정체성은 자신과 국가의 미래를 여는 데 기여한다. 즉, 어떤 역사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국민이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와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역사교육이니 국가가 직접 ‘올바른 역사 교육’에 나서 ‘올바른’ 정체성의 국민을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올바른’역사 교과서란 무엇인가. 여기서 ‘올바른’이란 말은 가치평가에 해당한다. 실제로 이념과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민감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다. 정부와 여당은 ‘좌 편향된 이념’과 그에 따른 ‘역사 왜곡’이 들어간 현 역사 교과서가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이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역사 교과서 반대 세력은 반대로 국정 교과서가 ‘우 편향된 이념’을 수록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결사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즉 찬반측이 입장은 다르지만 이념에 따라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역사 교과서가 ‘올바른’ 교과서라고 바라 보는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성향, 이념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배경, 자라온 환경, 교육 등에 영향을 받는다. 똑같은 환경에서도 어떤 변수에 따라 다른 성향을 가질 수 있고, 살면서 자신의 이념이 변화할 수도 있다. 최근 IS에 자발적으로 합류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면 미성숙한 자아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 정신적 베이스라고 할 수 있는 ‘이념’ 즉, 자신이 세상을 보는, 믿는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쪽으로든 어른들의 생각이 투영된 ‘편향된’ 역사 교과서는 아직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자라나는 아이들을 자기들 ‘쪽’으로,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역사 교과서 논란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세대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역사만을 가르쳐 주고 싶지만 어느 나라나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역사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과거 전범 국가였던 독일과 일본은 매우 대조적인 과거사 청산방식을 보여주었고 이에 따라 현재 그들 나라에 대한 평가도 매우 상이하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국정 역사교과서가 어떻게 ‘올바른’ 역사 서술을 해 나가야할지 어떻게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을지 살펴보기 위해 다른 두 나라의 사례를 비교 분석하기로 한다.



독일 역사교과서, 객관적 과거사 서술로 책임감 있는 국민 길러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은 히틀러와 나치가 저지른 무수한 죄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로 한다. 전후 보상은 향후 2030년까지 계속 되어 전후 보상액만 64조 원(1천 100억 마르크)에 달한다. 서독 4대 총리인 빌리 브란트는 과거 독일이 저지른 만행에 용서를 구하기 위해 1970년 12월7일 폴란드 방문 시 바르샤바 유대인 학살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묵념해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이것은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독일 국민들은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깨끗하게 인정, 반성하고 그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을 함양하게 되었다.



독일은 서로 전쟁을 벌였지만 국경을 접하고 있는 프랑스, 폴란드와 공동 역사 저술을 실시하였다. 역사 교과서에는 독일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밝혀져 있어 국민들이 자국의 역사를 통해 책임감을 가지도록 강조한다. 실제로 독일 교육에는 옛 포로수용소 방문 및 홀로코스트 기념관으로 수학여행을 가도록 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는 “전통적 역사서술은 민족국가 단위로 이루어지며 대체로 자기 민족 중심이기에 변호론적 방식을 띄고 있어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프랑스, 폴란드와 역사를 서로 공유하여 보다 객관적인 역사 서술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역사일지라도 독일은 사실 위주의 역사 편찬을 통해 오히려 책임감 있는 국
민 정체성을 만들어 온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역사 저술과 교육이 오늘날 유럽의 EU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하면서 “독일은 ‘자학사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철저하게 과거사를 청산했으며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도덕적 권위를 회복했다. 이것이 독일의 국가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독일의 역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은 주변 국가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적국이던 영국, 프랑스가 독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기에 이르렀다. 전범국에서 이제는 세계 4위 경제 대국으로 유럽연합을 이끌어 가고 있는 독일은 경제력만큼이나 인정받는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통솔력을 갖춰 EU를 이끌고 있다. 또 과거에는 주정부 교육부가 교과서가 교육과정에 부합한지, 헌법적 원리를 전달하는지 검토해 왔으나 최근에는 사회 기본 가치 의식이 확고해져 검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현재는 주정부가 교과서 내용 부합의 책임을 출판사에 부여하여 교사, 학부모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만 정부가 직접 검토하고 있다. 최근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에도 참여한 김 교수는 “객관적인 역사 평가를 위한 배경을 만들어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독일 정부와 달리 우리정부의 직접 나서서 역사를 평가 하겠다고하니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극우세력들의 역사 왜곡 시도, 국가의 우경화 부추겨


독일과 마찬가지로 2차 세계대전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전범 국가인 일본은 독일과는 전혀 다른 과거사 청산으로 주변국들로부터 비난을 피할 수 없는상태이다. 최근 유네스코에 등재된 일본의 ‘난징 대학살’과 현재까지 ‘1천 200차’가 넘는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수요 시위’등에도 사과는커녕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은 현재까지도 주변국이 납득할 만한 ‘과거사 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과거 미국 군정 하에 ‘평화 헌법’을 토대로 역사 교과서를 저술하였다. 세계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한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린 장기간의 경제 침체를 맞이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일본 우익이 큰 힘을 얻는다.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과 신사 참배 등의 이벤트성 극우주의 행보가 정치적 힘을 얻은 것이 그 무렵이다. 일본 우익은 국체수호, 반공, 반좌익을 표방하여 국가주의를 주장한다.


천황을 중심으로 한 국가지상주의를 토대로 역사수정주의에 이른 우익은 세 차례에 걸친 교과서 공격을 감행한다. 1997년 일본 검인정 역사 교과서 7종 중 6종이 위안부를 다룬 것과 비교해 2003년에는 8종 중 3종만이, 현재는 0종만이 이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집필한 역사교과서에서 일본의 한국 식민지와 중국의 침략을 정당화 하는 내용과 난징 대학살, 위안부내용을 삭제한 극우주의 교과서를 저술하여 일부보수단체마저도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록 이 교과서의 채택률은 높지 않지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내에서 꾸준히 읽히는 도서로서의 성격은 부인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러한 역사 인식에 대해 일본은, 자랑스럽지 않은 역사를 굳이 자세히 가르칠 필요가 없고, 선조들의 잘못을 알면 존경심이 사라져 ‘화’가 깨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 인식과 교육이 실제 일본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교육행정을 연구하는 김상규에 따르면 일본의 공영 방송인 NHK 방송문화연구소가 5년 단위로 실시하는 ‘일본인의 의식조사’ 결과에서 “일본인은 다른 나라 국민에 비해 상당히 우수한 소질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일류국가이다”라는 질문에 경기침체를 겪던 1990년대 까지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2000년 이후에는 긍정적인 응답이 증가하여 첫 번째 질문항목은 2003년의 51%에서 2013년의 68%로 증가하였고, 두 번째 질문항목은 2003년의 36%에서 2013년에는 54%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젊은이들에게서 더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이것이 일본인의 보수화 경향을 말해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왜곡은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자국의 과거에 대한 책임 회피적 태도를 불러일으킨다.



독일의 역사 인식과 태도가 주변국들의 신뢰를 불러오고 나아가 유럽 통합을 이끄는 리더십으로 발전한 것과는 달리 일본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아시아를 통합하는 리더로서의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협력체에서 시작한 EU가 현재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도 강하게 결합하고 있는 점과 대조적으로 느슨한 경제 협력체인 아세안(ASEAN)+3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시아 공동체의 원인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현대 외교는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과 무척 결합성이 강하다. 영토문제, 과거사 문제 등이 정치와 결합하면서 해결되기 어려운 외교관계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하며 “일본의 역사교과서문제, 독도 영도문제와 관련한 학습지도요령 개정 등은 외교관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의 닮은 꼴 역사교과서 논쟁’


경상대학교 역사교육과 권오현 교수는 지난 해(2014. 2) 『역사와 교육, 제9호』‘한국과 일본의 닮은 꼴 역사교과서 논쟁’에서 일본 우파의 교과서 공격이 최근 한국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와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일본 우파가 역사 교과서 왜곡을 위한 ‘교과서 공격’을 실시할 때 역사 교육을 정치 도구화했다고 보았다. 특정 역사 서술에 대해 “정치색 짙은 마녀 사냥식 공격을 통해 여론을 환기 시켜 호도”하여 보수 언론 등을 통해 정치적·이념적 공격이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극우주의 교과서를 보급하는 과정에서 국가 권력이 개입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자민당이 집권한 시기, 특히 아베 정권에 들어 우경화가 강해지는 동시에 국가 권력이 교육과정에 개입하였다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에 의거해 교과서를 편찬하지만 검정과정에서 문부과학성 소속 교과서 조사관의 수정 지시가 큰 입김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정부가 나서서 학교들의 교과서 채택과정에서도 일명 ‘후소샤 교과서’(새역모가 만든 우편향 교과서)채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에 대해 이례적으로 일본 시민단체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아베 정권의 교과서 왜곡에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라며 직접 우리나라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와 더불어 일본은 1947년에 제정한 교육기본법을 2006년에 전면 개정하여 교육기본법에서는 종전에 없었던 애국심 등을 명문화하고 있어, 신 교육기본법에 대하여는 신보수주의 교육개혁, 우경화 시도등의 비판이 있었다.



단 하나의 방식과 관점으로 쓰인 역사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우리의 현실. 그렇다면 얼마나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교과서가 탄생하느냐가 이번 국정화 논쟁의 최대 관건이 아닐까?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우리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 부끄러운 역사까지도 마주하는 당당한 국민으로 자라날 것인지, 아니면 숨기고 날조된 역사 서술로 자국의 잘못에 대해 ‘남의 일’인 것처럼 책임 회피적인 국민으로 자라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