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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자연의 뉴욕 생활> 뉴요커들의 하우스 콘서트


나는 너무나 아름답고 중독적인 도시 뉴욕(New York)에 살고 있는 10년차 뉴요커다. 나에게는 너무나 바쁘고 경쟁적인, 그래서 하루하루가 도전인 치열한 일상이 있다. 다양한 파티와 모임,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누구나 가슴에 외로움을 안고 사는 도시가 뉴욕이다. 다양하고 뛰어난 재능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가득하고 넘치는 창조와 예술의 에너지에 압도되어 매일을 가슴이 벅찰 정도로 뛰게 하는, 어쩌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 그곳이 바로 뉴욕이다.


나 역시 이 도시를 너무나 사랑하는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뉴요커이다. 내가 뉴욕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최고의 음악과 예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어퍼웨스트 사이드에 위치한 링컨센터(Lincoln Center:오페라·음악·뮤지컬·연극 등의 각 극장을 한 곳에 모아 공연예술 센터)에서는 뉴욕필 하모닉(New York Philharmonic)과 뉴욕 시티발레단(New York City Ballet)을 비롯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음악가와 예술가들의 공연을 언제든 볼 수 있다.


또한, 링컨센터 옆에 위치한 줄리어드 스쿨(The Juilliard School)에서는 세계 최고의 음악과 예술적 재능을 가진 유망주들이 연습하는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도 있다. 그밖에 각종 뮤지엄과 공원에서도 때로는 그런 공연을 접할 수 있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인 일부 뉴요커들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을 개인의 집에 초대하여 공연을 여는 ‘하우스 콘서트(House Concert)’를 하는데 내 주변에는 운 좋게도 나와 같이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친구들이 있다.


오늘 나를 하우스 콘서트에 초대한 로빈 슈메이커 (Robin Shoemaker)도 그런 친구 중 한 명이다. 뉴욕의 금융업계에서 오랜 시간 종사한 로빈은 센트럴 파크의 서쪽(Central Park West)에 위치한 그의 펜트 하우스 (Penthouse)에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하우스 콘서트를 연다.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각자의 커뮤니티 모임과 파티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이 하우스콘서트 역시 그와 같은 것 중 하나다. 오늘 저녁은 7시 정도부터 모인 사람들이 와인과 샴페인을 즐기면서 서로의 관심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뉴욕에 매우 높은 비율의 직업군인 금융업계 종사자들과 패션계 사람들, 그리고 예술가들이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해 교류하고 나눔을 갖는 이 시간이 참 즐겁다.


오늘 우리 모두는 하우스콘서트의 호스트인 로빈의 안내에 따라 리빙 룸에 준비된 의자에 모두 착석했다. 로빈이 연주할 아티스트들을 소개했는데 한국의 피아니스트, 유니한(Yoonie Han)과,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칼실로(Jennifer Carsillo), 첼리스트 케빈 베이트(Kevin Bate)로 구성된 Gloriosa Trio의 3중주 공연이다.


로빈의 소개가 끝나자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가 관객과 눈을 맞추며 연주할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했다. 모두가 호흡을 잠시 멈춘 듯 했고 그 침묵 속에서 약간의 긴장감도 도는 듯 했다. 피아노 선율이 살얼음 같은 침묵을 깨고 첫 곡의 시작을 알리고 우리 바로 눈앞에서는 재능 있는 음악가들의 살아있는 공연이 펼쳐졌다.


피아노 건반의 흔들림과 첼로의 떨림, 그리고 바이올린 선율 중간에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공연을 들으며 우리는 다시 호흡을 내쉬며 한껏 즐겼다. 만지면 닿을 것 같은 음악 선율에 뉴욕 센트럴 파크 웨스트의 저무는 밤 풍경. 그리고 몸의 긴장을 모두 놓아버릴 것 같은 와인과 샴페인에 그 자리에 모인 뉴요커들 모두 마음을 맡겼다.


한 시간 가량의 공연은 마치 시간을 멈춘 듯 꿈처럼 지나갔다. 공연이 끝난 후 사람들은 가슴의 감동을 박수로 전달했다. 공연 후에는 음악가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재능을 칭찬하며 서로의 넘치는 에너지를 전달하고 공유했다. 당신의 재능을 나누어 주어 고맙다는 표현을 하면서 서로의 가치에 대해 인정하고 격려하는 이런 시간들조차도 뉴욕의 넘치는 에너지를 더욱 뜨겁게 했다. 어느 덧 공연은 끝이 났다. 어느새 날은 저물었고 뉴욕의 일상적인 열기도 잦아들었다. 이날 만난 뉴요커들은 충만해진 감성을 안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외로움이 익숙한 저녁을 즐기며 치열한 내일을 준비 할 것이다. 오늘 뉴욕의 이야기는 이렇게 기록되었다.


칼럼리스트 김자연은
지난 2003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1위로 입상하면서 패션모델로 데뷔 했다.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런웨이와 광고 모델로 활동했으며, 중국 칭타오 시와 일본 오이타 시의 ‘문화 관광 홍보대사’를 위임하기도 했다. 2006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과 엘에이에서 패션모델 활동을 했다. 2011년부터는 뉴욕소재의 뷰티 회사에서 패션 트렌드 분석가로 일하면서 뉴욕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에 관련된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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