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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남용 교수> 제주해군기지에 거는 기대



최근 뉴스에 해군이 보유 중인 3척의 이지스 구축함 중 하나인 세종대왕함(7600t급)이 현재 마무리 공사 중인 제주해군기지(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정박했다는 기사가 보였다. 제주해군기지는 1993년에 해군기지 신규소요가 제기되고, 2007년 제주도와 지역주민의 여론수렴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었다. 제주해군기지는 해군기지와 민간 크루즈 입항 시 지원 시설을 동시에 건설하는 민·군복합형 항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숱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첫 번째 군함이 입항한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는 우리나라 무역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로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 등의 주변국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정학적 길목(choke point)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 남쪽 해역에는 천연가스와 원유 등 해양자원의 보고라 할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언제든지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다. 제주해군기지는 만약 이어도에서 해양 분쟁이 발생하다면 지리적으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최전방 기지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어도 근해에서 분쟁 발생 시 부산에서 이어도까지는 507km로 도착시간이 23시간 걸리지만, 제주해군기지에서는 126km로 8시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어도에서 가까운 일본과 중국항구에서 이어도까지의 거리를 살펴보면, 일본 사세보 항에서는 450km, 중국 영파 항에서는 398km거리에 위치하여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해양지역은 각국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게 해양영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독도,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중국과 베트남은 파라셀제도(중국어권에서는 시사군도, 베트남어권에서는 호앙사군도), 남사군도의 경우에는 중국과 베트남 양국 뿐만 아니라 타이완,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까지 역사적, 지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


남중국해(South China Sea)를 둘러싼 중국과 이웃나라들 간의 분쟁은 특히 2011년에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로의 희귀정책(PIVOT TO ASIA)을 펼치기 시작한 이래로 단순히 아시아 국가 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범세계적인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의 무역경로에 자리 잡고 있어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 지역의 섬들을 재빨리 차지하고, 인공섬은 물론 활주로까지 건설하여 군사기지화 하고 있다. 남중국해 해역에는 막대한 양의 원유 및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서로 물러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주변국의 해군력을 살펴보면 일본은 이미 미국 다음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항공모함으로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는 이즈모급 항공모함을 취역시키는 등 해군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이른바 88함대(8대의 군함에 8대의 대잠헬기를 보유)라고 하는 4개의 호위대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잠항공기도 10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중국과의 해양경쟁에 대비하여 기존의 16척의 잠수함을 22척으로 증강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센카쿠열도를 놓고 일본과 치열하게 해양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해군력 발전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호를 취역시키고, 항공모함에 탑재할 J-15 전투기를 시험비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구축함, 프리깃함 및 지원함정, 핵추진 전략잠수함을 건조하는 등 빠른 속도로 전력을 늘려나가고 있다. 과거 대만 사태 때 미군 해군력에 밀렸던 뼈아픈 기억을 교훈삼아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해군력이 2020년쯤에는 항공모함 2척을 추가로 건조해 3개의 항공모함전단을 구성하여 세계 2위의 해군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군기지 관광 상품화


우리나라도 대형 강습상륙함인 독도함을 취역시키고 이지스함 3척을 건조하는 등 해군력 증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남북대치 상황에서 육군 위주의 전력증강에 밀려 주변국과의 해군력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88함대를 모방하여 66기동함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중고 대잠초계기를 구입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는 우리나라 해군력 전체가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대군 1~2개와 맞먹는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해군은 주변국에 대항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동부대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해군은 무역항로를 보호하기 위해 2~3개 기동함대를 원하고 있으나, 기동함대 건설 계획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해군이 기동부대를 만들어도 입항 할 해군기지가 부족하다. 만약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면 해군이 원하는 기동부대를 수용하기 위한 기지로 활용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와 유사한 민군복합 항들은 미국 하와이, 이태리 나폴리, 호주 시드니 등 이미 그 나라의 해군 중축기지이자 관광항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해군기지 역할만 하는 항구를 건설하기에는 명분이 너무 약해 보인다.


세계 여러 나라가 하고 있는 것처럼 군함과 민간여객선이 함께 사용하는 항구 건설이 타당해 보인다. 또한 해군기지를 하나의 관광 상품화하여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지금까지 어렵게 진행해온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마무리되어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돌리지만, 한편에서는 아직도 ‘해군기지 결사반대’ 피켓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아무쪼록 남은 기간 동안 친환경적인 안전한 항구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 공사가 계속 지연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제주해군기지가 국가안보 보위에 일익을 담당함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일조를 하는 미항으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