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유승민 의원이 결국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종적을 감춘 지 8일 만인 오늘(23일) 오후 대구 어머니 집을 찾으며 모습을 드러낸 유 의원은 밤 10시50분께 탈당과 동시에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다.
오후 7시께 열린 공관위에서는 유승민 공천에 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탈당 압박을 받던 유승민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24일부터는 당적 변경이 불가능해 오늘(23일) 자정 전까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유승민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고민은 길고 깊었다”면서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것은 ‘나는 왜 정치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천에 대해 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가 아니고,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상식과 원칙이 아닌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라며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4월 대표연설을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점은 없었다며 결국 정체성 시비는 비박, 진박 편가르기만 있었고 개혁의 뜻을 함께한 의원들을 쫒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원칙이 지켜지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며 “오랜 정든 집을 잠시 떠나 정의를 위해 출마해 반드시 승리해 정치에 대한 저의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당내외로 소문만 무성했던 ‘유승민 제거’가 현실이 됐다. ‘살생부 논란’ ‘윤상현 막말’ 등으로 접철된 새누리당 공천파동은 마지막까지 유승민 의원을 제거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공관위와 최고위가 서로 결정을 떠넘기면서 유승민의 결단만을 촉구하면서 ‘유승민 고사작전’이라는 비아냥 여론이 일기도 했다.
최근 대구북구갑의 권은희 의원이 최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이어 대구 동구갑의 류성걸 의원도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본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의원도 내일 무소속 출마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연대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서울 서초갑에서 비박계로 분류되는 이혜훈 전 의원이 대표적 친박인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경선에서 꺾으면서 일각에서는 TK지역 공천파동으로 인한 역풍이 수도권 경선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생존한 비박계 정두언 의원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공천파동은 집권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여권내의 권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은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라며 “이 과정의 비민주성과 부당성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 지도부와 공관위의 행태는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국민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정인과 특정세력을 향해 진행해온 소위 ‘공천학살’에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의 지도부와 공관위의 인사들은 총선에 패배한다면 1차적 책임을 짐과 동시에 역사에는 ‘비루한 간신들’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이 탈당하면서 자연스레 시선은 대구동을로 쏠리고 있다. 앞서 김무성 대표는 오후 5시30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유승민 지역구에 대해 공관위에서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유승민 의원 등이)꼭 출마하려면 탈당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구 동을을 무공천하겠다는 김 대표의 발언에 “무공천은 있을 수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의원이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대구 동구을 새누리당 공천에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