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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흙 속의 미생물 제국에 관한 정보네트워크 논쟁

윤영무 기자가 간다 ‖ 생명을 살리는 흙의 건강 처방전 - 제12편

지난 호에는 인간의 자연파괴에 맞서 인류멸종을 노리는 지하 미생물 제국-진균류(眞菌類)가 모였다고 했다. 마침 흙속 미생물 연구자들 간에 ‘흙속의 진균류가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안됐다’는 찬반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왔다. 이 내용을 소개한 뒤 지하 세계가 꾸미는 인류 멸종 시나리오-흙의 저주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려 한다.

 

 

흙 속 균류의 정보 네트워크에 대한 의문


오크에서 단풍나무까지, 모든 초목의 땅 속 뿌리에 모인 진균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돼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당(糖)과 소량의 탄소(炭素)를 주고받는다. 이게 사실일까? 

 

캐나다 Albert 대학의 균류학자인 Justine Karst는 그녀의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집으로 돌아와서 하는 말을 듣고 놀랐다. 아들은 나무들이 지하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배웠다는 거였다.  그녀는 이건 나가도 너무 나갔다며 두려움마저 느꼈다. 그녀의 동료인 미시시피 대학의 Jason Hoeksema도 ‘Ted Lasso’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어느 축구코치가 다른 코치에게 숲속의 나무들이 필요한 물질을 먹기 위해 경쟁을 하기 보다는 협력을 한다는 말을 했다.

 

최근 과학적인 발견 가운데 우드-와이드-웹(wood-wideweb)처럼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사이트는 거의 없었다. 이 웹은 ‘가는 실 같은 진균류가 몇 가닥으로 된 네트워크를 이뤄, 흙 속에서 영양과 정보를 실어 나르고, 숲이 번성하도록 돕는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한 의견은 당(糖)과 영양소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지하의 뿌리 주변 균류를 통해 유통된다는 1990년대 후반의 연구에서 싹이 텄다.

 

몇 군데 숲에서, 연구자들은 한 나무뿌리에서 다른 나무뿌리까지 진균을 추적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균사(菌絲)가 나무 사이를 잇는 도관(導管)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러한 발견은 숲이 단순히 나무 개체의 모음이라는 전통적인 견해에 도전장을 낸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하자면 나무와 균류는 ‘사실상 생태적 단계에서 같은 선수’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 두 가지가 없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숲이라는 것들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자와 비 과학자들은 그런 연구로부터 광범위한 결론을 끌어냈다. 그들은 균류끼리 공유(公有)하는 네크워크가 전 세계 어떤 숲, 어디든지 있으며 그것은 나무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돕는다는 것을 사실로 상정(想定)한 것이다.


흙속 정보 네트워크를 주장한 Wood-Wide-Web

 

Beard코치가 ‘Ted Lassse’에서 분명히 표현했듯이 그들은 근본적으로 숲은 나무와 진균이 공통 목적으로 단결하여 가동되고 있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적자생존이라는 통상적인 다윈주의의 그림에서 크게 벗어난다. 그런데 이 개념은 TV 쇼나 퓰리처 수상작을 포함한 책과 언론 보도에서 특집으로 다뤘다. 심지어 역대 가장 돈을 많이 벌었다는 영화 『아바타』에도 등장했다.

 

또한, 이 이론은 실제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설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일부 과학자들은 숲을 관리하면서 균류의 망(網)을 보호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드-와이드-웹이 명성을 얻자, 과학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최근 발행된 비평에서 Karst박사, Hoecsema박사, Okanagan박사. 그리고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생물학자의 한 사람인 Melanie Jones는 상호 공유하는 균류 망이 나무들이 서로 소통하는 것을 돕고, 필요한 물질을 교환하도록 하거나 서로를 도와 숲의 번영을 이루도록 한다는 증거를 거의 찾지 못했다고 했다.

 

사실상 그들의 말대로 균류 망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이러한 균류 망들이 숲속 지하에 널리 퍼져 있고 그것들이 존재함으로써 숲속이 생태적으로 의미심장하다는 사실을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동료 과학자를 위해서라도 현장 확인을 한참 전에 했어야 할 일이다. “내 생각에 이런 논의는 대단히 시의적절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스탠포드 대학교의 진균 학자 Kabir Peay는 최근 Karst박사가 발표한 내용을 가지고 그렇게 운을 떼었다.

 

그는 발표 내용을 계기로 “흙의 세계가 무엇인지 방향이 새롭게 잡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우드-와이드-웹 논거가 확고하다고 주장하며 더 진전된 연구가 이루어져 숲의 진균에 관한 많은 가설이 확인될 것임을 자신하고 있다. 

 

ETH 취리히의 진균학자 Colin Averill은 “Karst 박사가 모았던 증거가 인상적”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그 증거를 전체적으로 해석하는 내 방법은 Karst박사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뿌리에 있는 균류(菌類), 균근균(菌根菌)은 흙속의 광케이블인가?


대부분 나무뿌리에는 균근균(菌根菌)이 대량서식하고 있는데 흙의 가장 광범위한 공생(共生)세계의 하나를 형성하고 있다. 균류는 흙으로부터 물과 영양분을 모은 다음 당(糖)과 탄소함유분자와 교환하기 위해 그런 보물 일부를 나무와 바꾼다.

 

David Read, 당시 셰필드 대학교의 식물학자는 1984년의 한 논문에서 방사성 형태의 탄소라는 이름이 붙여진 화합물이 실험실에서 재배하는 나무 사이를 진균을 통해 흘러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수년 후 당시 생태학자인 Suzanne Sinard는 캐나다 서남부주인 브리티시 컬럼비아 산림부와 함께 숲속에서 미송(美松)과 자작나무 사이에서 양방향 탄소 전송의 증거를 보여줬다.


Sinard박사와 그녀의 동료들이 미송에 그늘을 드리워 미송이 어느정도 광합성을 하기 어렵도록 했을 때 이 나무들의 방사성 탄소 흡수량이 급격히 오르는 걸 보았다. 이는 지하에 있는 탄소가 어린나무의 성장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Sinard 박사와 동료들은 그들의 실험결과를 1997년 Nature 잡지에 게재했다. 이 잡지는 표지에 이것을 대서특필했고 그 발견을 우드-와이드-웹이라는 용어로 처음 사용했다. 하지만 곧바로 일단의 수석연구원들이 그 연구의 결과가 틀렸음을 입증하는 방법론적인 오류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Sinard 박사는 그 비판에 맞불을 놓고,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이 그 이론을 다루는 추가적인 연구를 고안했다. 그러자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비판은 누그러들었고 우드-와이드-웹은 지지자들을 얻었다.

 

Sinard박사가 쓴 1997년의 논문은 거의 1000번이 인용되었고 그녀의 2016년 TED Talk, “나무들은 어떻게 서로 대화하는가?”는 500만 회 이상의 시청 기록을 보였다.

 

 

독일의 임학자인 Peter Wohileben는 200만 부 이상이 팔린 그의 책, 『The Hidden Life of Trees』에서 숲을 사회적 네트워크, 균근균을 광케이블로 서술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나무들은 서로 도와가며 곤충이나 가뭄과 같은 위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을 때 그 역시 Sinard 박사의 연구를 인용했다.

 

 

초목은 흙속의 정보 네트워크를 통한 초협력자들


숲의 아래 땅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에 대한 연구는 계속 돼 왔다. 2016년에, 당시 바젤 대학교의 나무 생태 생리학자였고, 지금은 이스라엘 Weisman 과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Tamir Klein씨의 경우 다 자란 스위스의 가문비나무, 소나무, 낙엽송, 너도밤나무 숲에서 Sinard 박사가 시도했던 연구를 확대했다.

 

그의 연구팀은 실험하기 위해 숲을 몇 구역으로 나누고, 구역 간 나무에서 나무로, 혹은 종이 다른 나무끼리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탄소 동위원소를 추적했다. 연구원들은 대부분의 탄소 이동은 균근균 덕분이지만 이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Sinard박사는 2002년부터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 재직해 오면서, 크고 오래된 ‘어머니’ 나무들이 숲 네트워크의 허브고 땅속에서 매우 어린 묘목에 탄소를 보낼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진전된 연구를 이끌었다. 그녀는 균근균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들이 소통하고 나무 사이의 경쟁이 숲을 형성하는 지배적인 힘이라는 오랫동안 견지해 온 이론에 맞서는 주장에 호의를 보였다. 그녀는 TED Talk에서, 나무들을 지하의 ‘초-협력자들’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우드-와이드-웹의 인기가 치솟음에 따라, 과학계 안팎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해 오하이오 Baldwin Wallace 대학의 생태학자인 Kathryn Flinn은 Scientific American지에 ‘Sinard 박사와 다른 사람들은 숲속 나무들의 협조 수준을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Flinn박사는 “대부분 전문가는 유기체의 군집에 속해 있는 유기물은 그들 자신의 이익을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일, 이를테면 경쟁하는 개체 사이에서 자연도태의 강력한 힘은, 거의 일어나지 않음을 믿고 있다”고 썼다. 대신 그녀는 균류는 필시 나무의 이익이 아닌, 그들 자신의 이익에 따라 탄소를 분배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그것이 저로서는 가장 단순한 설명이 아닐까요?” 라고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흙 속 정보 네트워크의 증거는? 비판을 받는 우드-와이드-웹


한때 공유 균근류 네트워크 견해를 홍보했던 사람들조차도 그 가설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1997년 Sinard 박사와의 공저자 중의 한 사람인 Jones 박사는 그녀 자신과 동료들이 논문에 “나무끼리 균류의 연계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쓴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그들은 균류가 탄소 흐름을 중재했는지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의 최근 문헌 조사를 통해 Karst 박사, Hoeksema 박사와 Jones 박사는 그들이 찾을 수 있는 한 지하 균근류 네트워크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주장을 했던 모든 연구물을 모았다.

 

조사원들은 연구소 혹은 온실 실험이 아니라, 숲 안에서 이루어진 현장 연구에 초점을 모았다.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균근류 협회 회의에서 비평에 근거한 8월의 발표에서 Karst박사는 우드-와이드-웹 가설을 지지하기 위해 사용된 증거 대부분은 다른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만약 많은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특별한 균류를 다양한 종류의 나무뿌리에서, 또한 어떤 물질이 나무 사이를 이동했다는 것을 찾았다면 그런 나무들과 균류 망을 통해 직접 연결돼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 이를테면 그런 물질이 흙을 통하여 여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또한 거의 없었다. 하지만 Karst박사는 숲속에 공유 균근류 네트워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12년 연구에서 Sinard박사 연구팀은 동일한 진균류의 DNA를 서로 가까이에 있는 미송의 뿌리에서 발견했다. 당시 연구자들은 나무 사이의 토양을 박편(薄片) 표본으로 만들어 조사했더니 “미세위성”이라고 알려진 같은 형태의 DNA 분절(分節)을 각각의 박편 표본에서 발견했다. 이는 곧 진균류가 뿌리 사이의 틈을 다리로 이어주고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런 연구가 어떤 물질이-만약 그런 물질이 있다면-네트워크를 통해 흐르는 것을 조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다는 확신과 열정을 가지고 진균류의 네트워크의 지도를 그려낸 다른 과학자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우드-와이드-웹의 정당성이 입증이 될 것이라고 여전히 확신하고 있다.

 

무소부재(無所不在)의 공유 균근류 네트워크와 그것들이 숲과 나무 성장에 미치는 중요성은 여전히 공개된 의문이지만, 취리히 ETH의 Averil 박사는 “『우드-와이드-웹의 퇴락?』 이란 Karst박사의 발표 제목이야말로 바로 그러한 개념이 잘못이라는 점을 올바르게 시인하지 않으려는 암시”라고 말했다.

 


 

흙속의 정보 네트워크의 존재보다 인류와 공생의 길을 찾아야


“설령 나무 사이에 균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Karst 박사와 그녀의 동료들은 자신들의 공통된 주장을 끝까지 우길 수 없을 것”이라고 Hoeksema 박사는 말한다. 그는 또, ‘아직까지 많은 연구에서 그런 네트워크를 추정할 뿐’이라 했다. 더구나 그런 네트워크가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어떤 효과도 끼치지 못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지금까지는 균류가 의미가 있을 정도의 분량(分量)을 가진 물질을 분배하고 있음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Hoeksema박사는 말했다. 그의 희망은 과학자들이 더 많은 숲에서 네트워크를 찾아냄으로써 지금까지 관심을 끌어온 단서에 근거를 두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실상 Karst박사의 연구팀의 팀원들은 Averill박사가 우드-와이드-웹의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일부 증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냈다.

 

“어떤 장소 어떤 숲에서는 서로 다른 나무들이 절대적으로 균류에 의해 연계되었다는 것은 아주 분명하다”고 그가 말했다.


Simard 박사는 미세위성 DNA를 사용한 실세계의 균류 네트워크는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거의 없었다는 데 동의했다. 왜냐하면, 그런 연구를 수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었다. Sinard 박사와 2012년 연구를 위해 현장작업을 이끌었던 대학원생 Kenvin Beiler는 “이런 네트워크를 찾아내려고 내 인생의 5년을 허비했다”고 했다.


Sinard 박사는 “그런 연구는 정말이지 시간이 드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도전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방법을 사용한 연구를 통해 그녀는 공유 진균류 네트워크가 일반적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균근류 네트워크 영역은 언제나 같은 곳으로 되돌아가 똑같은 실험을 다시 해야만 하는 괴로움이 있다”고 Sinard 박사가 말했다. “여러분도 그럴 거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다음 단계로 움직여야만 하잖아요. 그런데 흙속의 연구는 힘드네요”라고도 했다.


그럴 것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지하 세계에서 물을 찾아 뿌리를 내려야 하는 초목들, 그리고 우리의 생명을 건사해 주는 농작물의 뿌리가 서로 생존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균류 망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공생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다만 그런 상상의 네트워크가 과학적인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흙이 죽으면 모든 생명체는 사라지는 사실은 분명하다. 과학자들이 그런 진실을 규명하기 이전에 흙속 미생물 진균 제국과 인류와의 공생을 이루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제시해 주면 어떨까.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