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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북유럽 도서관과 복지국가-

스웨덴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지난 9월 11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였다. 스웨덴에서 2014년 이후 8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특히 난민 반대를 내세우는 스웨덴민주당이 우파연합 내에서 가장 의석이 많은 정당이 되었다. 스웨덴에서도 극우파가 득세를 하게 되었다는 뉴스가 나오는 배경이다.


스웨덴은 1911년 보통선거를 도입한 이래 근대적인 정당 체제를 갖추고, 지금까지 큰 변동없이 그 대강을 유지해오고 있다. 비례대표제에 기반한 다당제가 정착되어 의석의 편중도 없었다. 사회민주당이 1932년 이래 44년간 계속해서 집권하였지만, 그 기간에도 사회민주당이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차지한 선거는 두 번 뿐이었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정치적 입장과 노선을 견지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지 않는다. 1976년 우파연합이 집권한 이후 모두 여섯 번의 정권교체가 있었다. 그런데 정권 교체가 있었지만, 스웨덴의 정치는 시계추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스웨덴 정치 체제, 복지제도는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로 단단하게 뒷받침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휘두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9월 총선 결과에 따라 스웨덴 의회에서는 새로운 정부 구성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스웨덴민주당이 우파진영 내에서 제일 의석이 많지만, 내각 구성을 위한 협상은 두 번째로 의석이 많은 온건당 대표 크리스테르손(Kristersson)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파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온건당과 자유당 등은 스웨덴민주당에 대해 일정한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다.

 

좌파연합에 대해 같이 연대하여 대응하지만, 그렇다고 스웨덴민주당의 주장을 지지하는데는 매우 소극적인 것이다. 당이 정체성을 잃으면 다음 선거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건당은 우파연합 내 정당들과 협의하면서 각 당이 주장하는 바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협의하고, 그 내용에 따라 해당 부처의 장관 자리를 배정하는 과정을 진행하는데, 이 협상은 쉽지 않다. 협상이 늦어지면 내각 구성은 계속 지연된다. 2014년에는 12월 말에 가서야 겨우 마무리 되기도 하였다. 

 

복지국가 스웨덴과 대한민국의 정치

 

스웨덴의 선거와 정치를 자세히 들여보면, 한국 정치에 익숙한 정서와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이 있다. 우선 투표율이 높다. 올해 선거에서도 85%에 근접했다. 선거에서 정당들이 얻은 득표율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의석으로 배분되는데, 전체 득표율이 의석 배분 기준선인 4%를 넘으면, 득표율과 의석배분율이 거의 비슷하게 된다. 민의를 그대로 국회 의석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전체 의석이 지역별 비례대표제로 선출되는데, 당에서 작성한 명부를 기준으로 개인 득표율로 명부의 순서를 바꿀 수 있다. 정당에서 작성하는 후보 명부는 여성을 홀수로 하여 성별로 교차하는 방법을 중시한다. 그래서 의원 선출자들을 성별로 구분하면 스웨덴민주당을 제외하고는 균형이 맞춰진다. 당선자들이 연령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것도 아주 특별하다. 그래서 젊은 당대표들이 자주 눈에 띈다.


국회의원들에게 개인 보좌진이 따로 없다. 2017년에 의회를 방문했을 때 6선의 모니카 의원은 직접 국회 앞으로 나와 우리를 맞이해주었고, 의회 내에서도 계속 혼자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휴게실로 안내해서 우리가 커피를 타서 마시게 해주었고, 본회의장에도 직접 안내를 해주었다. 2019년에 의회를 방문했을 때 안내를 해 준 호칸센 의원은 의원들이 사용한 경비를 처리하는 영수증 보관소를 직접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래도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일을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시민단체를 방문했을 때 답을 들었다. 북유럽 사회는 시민사회가 매우 활발하다. 민간에서 다양한 의제들이 제안되고, 논의되고, 다듬어진다. 민간이 주도하여 집행부서와 논의하고, 의회와 논의하면서 새로운 제안들이 만들어지고, 개선안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안들이 의원들에게 전달되고, 의원들이 의회에 제출하는 것이다.

 
의회는 대화와 타협으로 운영된다. 정치적 입장이 뚜렷한 정당들이 소통이 가능한 정당끼리 블록을 구성하여 서로 주장하고, 대결하며 정책을 실현한다. 블록 간에는 의석 차이가 크지 않지만, 표결은 언제나 존중된다. 1958년 연금을 의무불입제로 확대하는 연금 개혁을 할 때도 의원 한 명의 기권으로 결정되었고, 반대당은 결과를 수용하였다.

 

2014년 선거 이후에 정부를 구성할 때는 스웨덴민주당의 등장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우파 정당들이 스웨덴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사민당과 ‘12월 협약’을 맺고 사민당의 정국 운영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격렬한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 인정으로 이어지는 ‘협력적 정치’가 익숙한 정치 패턴이 되어 있고, 그것이 흔들릴 때는 유권자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친다.

 

무엇이 복지국가 스웨덴을 만들었나?


이러한 스웨덴의 정치문화는 옛날부터 이어져 온 것은 아니다. 스웨덴의 변화를 분석한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사회민주당의 장기집권(1932년~1976년), 높은 노동조합 가입률, 교육개혁, 보편적 복지제도의 도입, 성평등 문화 등이다. 모두가 스웨덴 사회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들은 또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스웨덴 현대사에서 중요한 전환의 시기는 1890년에서 1930년 사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스웨덴에 근대적인 산업기반이 만들어졌고, 사회 각 분야에서 계몽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보통선거를 시작으로 지금의 정당 정치 체제가 갖춰졌다. 그 무렵 북유럽 사회를 조명한 자료와 저작물들을 살펴보면 유럽 대륙의 역사와 큰 차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유럽 대륙을 거친 사상과 문물들이 뒤늦게 북유럽 사회에 소개되었다는 것이 확인될 뿐이다. 그런데, 스웨덴 도서관의 역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그 시기에 무엇인가 변화를 갈망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독서방, 독서모임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들 사이에 다양한 형태의 책읽는 모임이 조직되었다.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는 노동조합이 중심이 되었고, 계몽사상의 공기를 흡입한 젊은 청년들은 노동자들을 모아 책읽는 모임을 조직하였다. 그리고 이어받아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 책읽는 모임을 퍼트려나갔다. 산업화의 고통 속에서 알코올중독자가 만연하자 교회를 중심으로 금주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는데, 이 운동을 주도한 사람들도 핵심적인 활동으로 ‘독서방’을 조직하였다.

 

여성들을 깨우쳐 여성의 권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여성을 위한 학교를 만들고, 독서모임을 조직하였다. 그리고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읽은 책들을 모임 장소에 모아놓았고, 다시 돌려볼 수 있게 하였다. 모아놓은 책은 많지 않았지만, 100여 권으로도 훌륭한 독서방이 되었고, 노동자도서관이 되었다. 1900년대 스웨덴에는 이렇게 운영되는 곳이 6,000여 곳에 달했다는 자료도 있다. 당시 스웨덴 인구는 300만 명 정도에 불과했다.


독서방과 노동도서관에서 활동한 사람들은 곳곳에서 스웨덴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였다. 1900년대 초 스웨덴의 대부분 시민 사회 단체, 정당, 노동조합은 모두 보통선거 실시를 주장하는 투쟁에 참여하였다. 급진세력들은 계급투쟁 우선을 주장하였지만, 당을 이끌던 지도자들은 대중과 함께 하는 보통선거 운동을 택하였다. 그리고 오랜 투쟁 끝에 1911년 보통선거가 도입되었고, 보통선거 실시로 성인교육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1912년 민중의 독서운동을 지원하는 민중교육지원법이 의회를 통과하였는데, 이 법에서는 회원이 2만명 이상인 조직에 지원한다는 기준이 있었다. 1912년 노동 관련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노동교육협회(ABF)를 만들었고, 다른 독서방과 독서모임들도 협회를 만들어 독서활동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제도 교육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단계에서 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들이 책읽기와 토론을 통해 스스로를 계몽하는 틀을 만들어 나간 이 협회 운동은 꾸준히 성장하여 스웨덴을 ‘스터디클럽 사회’로 만들었고, 지금도 10개가 넘는 협회들이 전국적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방과 노동도서관을 통해 책을 읽고, 세계에 대한 눈을 뜬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사민당과 자유당의 중심 세력이 되었고, 노동조합을 비롯하여 사회운동 조직의 중심이 되었다. 노동조합은 1938년에 경영자측과 짤츠쉐바덴협약을 맺어 산업평화를 이루고, 노동조합의 기반을 더욱 단단히 했고, 1951년에는 연대임금제를 주창하여 노동자들 간의 임금격차 해소를 주도하였다.

 

도서관은 민주주의의 기지 


민간에서 광범위하게 운영되던 독서방과 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한 스웨덴 의회는 1912년에 지원 체계를 만들면서 더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1928년에 개관한 스톡홀름중앙도서관이다.


1920년대 몇 차례 집권을 경험한 사회민주당은 1932년 이후 연속적으로 집권을 이어나가며 아동수당을 시작으로 보편적 복지 제도를 확대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사회민주당이 중시한 것은 모든 시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공도서관 운영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수적으로 운영되던 교육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논의를 거듭한 끝에 1960년 교육개혁을 실시하였다. 중학교 과정까지를 의무교육으로 전환하면서 열린교육, 개방교육, 평등교육을 실현하고, 도서관과 함께 스웨덴 사회를 책읽는 사회로 만드는 큰 길을 닦은 것이다.

 

북유럽 도서관을 방문해서 사서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듣게 되는 이야기가 ‘도서관은 민주주의의 기지’라는 것이다. 북유럽 사회는 도서관을 통해 길러진 높은 시민의식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힘을 길러왔다. 그런 힘으로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개인은 개성을 발휘하고, 서로는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사회적 신뢰가 높아지고, 사회적 신뢰가 다시 북유럽 사회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북유럽의 변화는 어느 순간 대단한 지도자가 나서서 개혁을 추진하여 얻은 성과가 아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길러진 시민들의 높은 이해와 관심과 참여로 오랜 시간에 걸쳐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선거로 스웨덴 사회가 흔들리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고, 복지국가는 지속될 것이다. 

 

윤송현(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저자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청주에서 아내와 함께 초롱이네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청주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복지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13년 처음 스웨덴을 방문한 이후 북유럽 복지국가 이행에 관한 다양한 저서와 자료를 섭렵해왔다. 2015년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회원들과 함께 북유럽 도서관을 둘러본 이후 2019년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북유럽 국가들의 도서관, 의회, 복지 시설, 교육 기관을 둘러보는 탐방단을 이끌었다. 오랜 시간 복지와 민주주의 관점에서 도서관을 바라보고 고민해왔으며, 도서관은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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