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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론】국제사회와 여론전 치루는 푸틴의 취약성

- 스마트폰으로 중계되는 최초의 침략 전쟁

시시각각 스마트폰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상황과 참혹한 현장이 전 세계로 중계되고 있다. 지금까지 SNS를 통해 이렇게 전쟁 실황을 본 적이 없었다. 아마, 러시아의 푸틴조차 이렇게 될지 예상을 못했을 것이다. 

 

 

세계는 지금 러시아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푸틴은 지금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듯하다. 뉴욕타임스 컬럼리스트인 Paul Krugman은 오늘자(3월 2일) 뉴욕타임스 사설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전쟁에서 진짜 그의 취약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핵탄두를 제외한) 러시아는 중간 규모의 군사 강대국이다. 부분적으로 서구의 분열, 그리고 부패를 이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강력한 군대를 유지함으로써 강대국 행사를 해왔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두 가지가 분명해졌다. 우선, 푸틴은 자신이 장엄(莊嚴)하다는 착각에 빠졌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약하다는 것이다.

 

 

푸틴이 러시아의 지위를 강대국으로 돌려놓기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이미 “세상에 우크라이나 같은 것은 없다”라는 연설에서 레닌을 규탄했다. 레닌은 그가 생각하기에 민족 주체성이란 잘못된 인식을 이웃 나라에 주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를 보면 그는 분명히 구소련을 재건하는 목표를 넘어-차르 제국을 재건하기를 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이러한 목표는 단기적이고 승리로 이끄는 전쟁을 통해서 커다란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이 예상보다 격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러시아 군대 역시 선전한 것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우리는 한 보도를 보고 깨달았다. 러시아가 침공 초기에 심각한 병참(兵站 군대의 전투력을 유지하고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보급, 정비, 회수, 교통, 위생, 건설 등 일체의 기능)문제에 직면했다는 소식이었다. 현대 전쟁에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무엇보다 연료 같은 군수물자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던 것. 물론 군수 조달 문제는 전쟁에서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건 사실이나 병참은 선진국이라면 마땅히 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는 지금 선진국이 하는 것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듯이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는 중간 규모의 강대국이다. 러시아의 국내 총생산액은 두 나라의 국내 총생산액을 합한 것의 절반 보다 약간 더 크다. 그렇게 경제적으로 체급이 떨어지는 국가가 세계적인 규모의, 고도로 정교한 군대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워 보였다.

 

그러나 계속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유린하고 있는 군대가 어마어마한 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부인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이런 정도의 화력이면 키예프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사후 조사가 이루어지면, 누구나 인식했던 것보다 푸틴을 따르던 군대의 심장부에 많고 많은 부정부패가 있었다는 보여주는 것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개전하기 전보다 지금 경제적으로 더 약한 나라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푸틴은 스스로를 국제 미아 신세로 만든 첫 번째의 잔인한 독재자는 아니다. 그는 국제 무역에 깊숙이 의존하고 있는 경제를 주재하면서-그리고 서구 민주주의 국가를 그들의 놀이터로 다루는데 익숙한 정치 엘리트의 한 사람으로서 전쟁을 일으킨 첫 번째로 잔인한 독재자이다. 푸틴은 옛 소련이나, 혹은 북한의 김정은처럼 은둔 형 독재자가 아니다. 이 나라의 경제는 거대한 공산품의 해외 수입으로 지탱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금 지불은 대개가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것은 러시아를 무역에 방해가 되는 제재(制裁)에 경제적으로 아주 취약한 나라로 만들었다. 실제로 이런 경제구조로 인해서 지난 월요일, 러시아 국내 이자율이 크게 높아졌고, 자산 도피를 제한하는 엄혹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루블화의 가치는 곤두박질 쳤다. 침공이 있기 전에 푸틴은 경제 제재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거대한 군자금, 즉 외환 준비금을 축적함으로써 ‘러시아 요새’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이야기는 순진한 듯 보인다. 결국, 외환 준비금이 무엇인가? 그것은 현금을 담은 가방을 말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 그것들은 해외 은행에 예치되어 있거나, 다른 정부의 부채 자산이다-다시 말해, 대부분의 나라가 깡패 같은 나라의 군사 공격에 맞서서 동결해 버릴 수 있는 섬뜩한 재산이다. 러시아는 상당량의 금 실물(實物)을 보유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금을 어떻게 푸틴 체제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사들이는 대금 지급 수단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단 말인가? 여러분은 금괴를 가지고 거대한 현대적 무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러시아의 과두 형 집권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들 재산의 대부분을 해외로 빼돌려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민주 국가들이 뜻을 모은다면, 그런 도피재산을 동결하거나 압류하는 건 일도 아니다. 혹자는 러시아가 그런 자산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푸틴이 재직 중에 한 모든 일은 그가 과두 형 집권층 사람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들의 취약함이 곧 그의 취약성이다.

 

그건 그렇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떠오르는 강력한 러시아의 이미지를 골똘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런 약탈 형 정치 체제가 군대를 능률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했을까? 하는 점이 궁금해진다. 그건 아마도 푸틴에게 남아있는 한 가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유럽의 무책임한 정책이다. 이 정책은 유럽이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깊숙이 의존하게 만들고, 이 때문에 잠재적으로는 그의 공격에 대응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푸틴이 쓰는 전가의 보도다. 하지만 유럽은 주로 가스를 난방용으로 쓴다. 그러니 가스 소비량은 여름보다 겨울에 2.5배가 높다. 그렇다. 겨울이 곧 끝날 것이다. 그리고 유럽연합이 기꺼이 힘든 선택을 한다면, 러시아의 가스 없이 또 다른 겨울을 맞을 수 있는,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푸틴은 키예프를 점령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자신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약하게 할 것이다. 왜냐고? 러시아는 지금 우리들이 눈으로 보는 것보다 실질적인 파워가 훨씬 약한, 겉으로만 강대국인 척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