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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두칼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우주산업의 새 모델 개척하길

 

지난 10월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가 3단 엔진의 이른 연소로 아쉽게도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우주상공 700km에는 도달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 제작에 우리 토종기업 300여개가 참여한 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945년 광복과 한국전쟁의 잔해에서 일어선 한국 경제 는 언제나 불가능에 도전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왔다. 반도체, 자동차, CDMA 휴대폰, 대형선박, 초음속 훈련기, 헬기, 그리고 마침내 우주발사체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것 한 가지도 우리가 해낼 거라고 외국은 쉽게 수긍하지 못했으나 우리는 기어코 해냈다.

 

1톤 이상의 발사체를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인도, 일본 등 6개국이다. 이들 6개국의 면면을 보면 거의 국가 중심 체제이고 미국이 막 민간우주산업의 첫발을 내디디고 있다. 올해 들어 영국 버진 갤럭틱, 미국의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등 3개사가 우주관광을 목적으로 우주선을 쏘았다. 이러한 민간우주관광 시대가 열리는 시점에 엔진에서부터 전 부품을 우리 기술로 완성된 발사체가 발사됨으로써 우주산업에 동참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앞선 우주선진국 6개국과는 사정과 입장이 다르다. 늦게 출발한만큼 더 속도감 있게 더 창조적인 자세가 필요하겠다. 어려운 나라 형편에 투입된 예산을 허투루 사용돼서는 안 되겠다. 어미 새가 날라다 준 먹이를 입만 벌려 살아가는 새끼 새처럼 막대한 국가 우주예산만 바라보는 기업들이 돼서는 안 된다. 미국 정부가 최초로 민간우주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시행해 착실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영국 버진 갤럭 틱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미국의 기술과 시설을 이용하고 미국의 자본투자를 받아 우주관광 비즈니스의 첫 걸음을 떼었다. 난독증으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브랜슨 회장이 해낸 일이다.

 

내년 5월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에서는 궤도 진입에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그런 가시적인 성과에 흥분해선 안 된다. 한국 기업가 중에서 리처드 브랜슨, 아마존 창업자인 블루 오리진의 베조스 회장,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같은 기업가가 나올 때가 됐다. 한국 민간우주기업이 나로우주센터나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의 발사체 시설을 이용해 우주관광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 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항우연과 한국항공우주를 주축으로 차세대 중형위성개발을 민간 주도로 해나 갈 것이라고 밝혔다. 2030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한다면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다. 민간주도 위성개발과 발사도 의미가 있지만 기술만 있다고 비즈니스가 되는 건 아니다. 우주산업 비즈니스가 되려면 정부 예산과 다른 별도의 ‘돈 주머니’가 있어야 한다. 정부의 예산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자신의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 발주처 대 수주기업 의 관계로는 영원히 ‘새끼새’처럼 생존할 뿐이다.

 

한국에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상당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역할이 있는데, 우주산업은 자기 자본과 글로벌 자금투자 유치 능력이 있는 대기업이 적당하다. 한국은 우주선진국 6개국과 UAE 등 발사체 미보유국과의 협력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해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300여개 참여기업들은 이번 누리호 레퍼런스를 갖고 적극적인 영업 마인드로 이들 시장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 이다.

 

끝으로 미국은 나사 개발을 통해 부산물로 신기술과 신제품을 많이 생산해 인류 발전과 상업적 기여를 해오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5개국은 자국의 자존심을 높여 주기 위한 우주개발인지는 모르겠으나 부산물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우리는 미국 나사의 연구개발 마인드를 본받아 인류발전과 우리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해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