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7.2℃
  • 구름조금강릉 18.1℃
  • 맑음서울 18.3℃
  • 맑음대전 18.4℃
  • 맑음대구 19.1℃
  • 구름조금울산 18.8℃
  • 맑음광주 18.6℃
  • 맑음부산 21.2℃
  • 맑음고창 19.0℃
  • 맑음제주 20.7℃
  • 맑음강화 17.0℃
  • 맑음보은 16.0℃
  • 맑음금산 17.2℃
  • -강진군 19.3℃
  • 구름조금경주시 19.6℃
  • 맑음거제 19.3℃
기상청 제공

이슈분석

콤포지션 경제학(24) 혁신 제품은 공정한 보상 철학에서 나온다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지금처럼 코로나 충격으로 경제 변화가 심화되고 어려움이 지속될 때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게 된다. 식물을 살찌우는 태양 빛이 눈부시고 비의 여신이 풍요로운 대지를 적실 때는 누구나 숲속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찬 겨울바람이 우수수 나뭇잎을 떨어뜨리면 모든 실상이 드러난다. 고품질이거나 차별화된 혁신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면 잔혹한 시장의 심판을 받아 사라진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선진국 경제라고 하기에 부족하다. 그 이유는 시장에 혁신 제품이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들은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줄 모르고 팔 줄도 잘 모른다. 혁신 제품은 연구·개발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 수익을 낼 정도로 파는 데도 장시간을 요한다.

 

어떤 것이 혁신 제품인가. 상상으로 가능할 것 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실제로 현실화한 게 혁신 제품이요, 서비스다. 다시 말해 상상으로는 참 좋을 것 같은데, 만들기에는 어려울 것 같은 제품을 만들었을 때 혁신 제품이 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재활용 로켓이 대표적 사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으로 좋을 것 같다고 말들은 많이 하나, 실제로는 안 만들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제품을 베끼거나 조금 개선한 것, 품질을 높이는 쪽으로 만족한다. 창업기업이 기존 제품을 조금 바꾼 개선 제품이나 품질 향상한 것을 시장에 내놓으면 기존 시장 장악 제품들이 즉각 공격을 한다. 가격을 확 낮추거나 개선점을 금방 베껴서 유사한 제품을 내놓는다. 이렇게 해서는 기득권 세력을 이길 수 없다. 그러므로 창업기업은 혁신 제품을 내놓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혁신 제품을 개발하는 긴 기간을 수입 없이 버티는 일이다. 빅데이터로 법안 모니터링과 입법 예측을 하는 실리콘밸리 기업인 피스컬 노트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고객을 확보하며 자리를 잡는 데 8년이 걸렸다고 한다. 지난 해 매출 1100억 원에 달하며 올해 미 증시에 상장한다고 한다. 이들이 한국에서 빈손으로 상당기간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한국 벤처기업들은 이제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경영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한국기업들 글로벌 경영에 눈떠

 

근래 한국기업들의 뚜렷한 흐름은 해외에 공장을 짓고, 우수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 대한 과감한 M&A를 한다는 점이다. 또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하자 국내의 우량기업들이 이를 뒤따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전부터 이런 시도가 있었지만 근래는 하나의 추세로 굳어져가는 것 같다. 다시 말해 한국기업들도 글로벌 경영에 눈 뜨고 있다고 할까, 아니면 경제 환경에 의해 강요받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손으로 흔들며 인텔과 삼성 기업대표들이 참석한 화상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 대통령도 특정 제품을 손에 들고 회의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으로 있던 바이든의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다. 올해 79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선진국 지도자 중에는 제일 나이 많은 것 같다. 고령의 나이임에도 멘트마다 강한 결기를 느낄 수 있다. LG와 SK의 배터리 공장에 이어 삼성도 미국에 새 반도체 공장입지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도 일본 시장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 시장으로 판을 넓힐 기세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물도 해외 호평을 계기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을 통한 비대면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오프라인 영화관의 극심한 부진을 한국 영화의 위기 요인으로 꼽고 있다. 그럴수록 더욱 비대면 진출을 공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이 온라인 책 판매에서 여타 제품으로 확장하자 오프라인 대형마트들이 비웃었다. 지금 아마존이 미국 국내는 물론 세계 유통업계를 호령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맛도 있으나 이미 대세는 아니다. 중년 이상의 연령대가 영화관에 가기는 힘들다. 청년들도 볼거리 많고 SNS 해야지 영화관에 갈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코로나 유행은 미래의 영화 및 드라마의 비대면 시청을 앞당겼다고 보면 될 듯싶다. 새로운 소비 경향이 보이면 기존의 비즈모델을 재고하여야 한다. 소비자가 바뀌면 당연히 생산자도 이를 따라야 하는 게 순리다. 소비자가 가장 잘하는 게 뭔가, 소비를 가장 잘 한다. 공급자는 기존의 타성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트렌드를 즉시 캐치 업해야 할 것이다.

 

토종 OTT 1위인 웨이브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는 것은 잘한 일이다. 문제는 해외로 네트워크 확장이다. 한류 콘텐츠가 먹히는 나라에 집중함으로써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과 차별화하고 단독보다는 현지 업체들과 협력 모델을 추진하는 방식은 시도해볼 만하다. 한국의 우량 중소 벤처기업들의 글로벌 경영도 두드러지는 최근 현상이다. 우리가 기업의 성공 사례를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단 한 개의 사례임을 알아야 한다.

 

기업의 성공에서 공통점을 찾지 말고 차이점을 봐야 한다. 정부는 총제적인 산업별, 업종별로 지원책을 마련하여 적당히 나눠주는 방식을 지양하고 개별적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역량과 그가 처한 환경과 목표는 천차만별이다. 본인들도 성공하기 전에는 모른다는 보는 것이 정확할 거다. 그러므로 정부 지원이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할 때는 선택과 집중으로 지원하고, 포괄적인 경우에는 투자금융과 지식정보 등 기초 인프라에 한정해야 한다.

 

글로벌 경영의 핵심 경쟁력 요인: 인재와 노동, Two-track 전략

 

한국은 제조업을 잃으면 다 잃는다. 제조업 경쟁력은 노동 윤리를 갖춘 건강한 중간노동자군의 보유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싸구려 공구 제품에서 섬유, 철강, 자동차, 항공기까지 모든 제조업을 아우르고 있다. 중국 제품은 저렴한 공급가격이 무기다. 중국과 공산품 무역을 하면 거의 적자를 면치 못한다. 수요자는 싼 가격을 찾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이 산업과 무역에서 ‘빅브라더’가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되면 임금이 올라가고 고비용이 되기 때문에 개도국과의 경쟁에 밀려 제조업은 거의 무너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이다. 영국은 금융과 첨단기술인 IT와 제약 등만 남고 제조업은 롤스로이스, 주인이 독일 자동차로 바뀐 자동차 하청공장 정도다.

 

한국은 영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 및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인재와 중간 노동자를 동시에 품는 two-track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재에 대해서 파격적인 고연봉과 함께 기술 개발 시 특허를 회사와 공유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중간 노동자에 대해서는 회사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을 경우 정년 이후 계속 근무제를 실시한다.

 

대신에 직급을 단순화하고 지나친 임금 인상을 자제한다. 노동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과 훈련은 연중 내내 시행한다. 첨단 제조업은 R&D이므로 연구개발자와 기술자, 전문직 등에게 성과 보상을 준다. 상위 2%의 핵심 기술자와 전문가들에게 한정하는 논리도 있는데 2%로 못 박을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공정성 시비가 없도록 하는 것이 인센티브의 성공이 달려 있다. 한국의 온정 문화는 ‘공정성’에 가장 취약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 부분은 기업의 보상 철학으로 세심하게 관리하여 뿌리내리도록 한다.

 

흔히 강성 노조를 지적하는데, 일차적인 원인 제공자는 최고 경영자라고 본다. 최고 경영자가 잘하면 강성 노조가 될 수 없다. 강성 노조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 경영자들이 노조를 능숙하게 다스릴 줄 모르면 빵점 경영자다. 요약컨대 선진국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최고 경영자의 경영능력과 연구개발력이다. 연구개발의 핵심은 개인의 기여도에 족집게로 보상을 주는 것이다. 팀별로 물타기 해서는 안 된다. 팀 전체 보상은 사기를 올리는 정도면 된다. 팀 전체가 협력해서 한 경우에도 핵심 기여자, 두세 명에 한정한다. 그 이상의 숫자는 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자들의 연구는 피인용 논문수, 학회 수상, tenure로 보상된다. 그러나 기업에 있는 연구 및 개발자와 전문가들에게 돈을 주는 보상 외에는 달리 보상할 방도가 없다. 회사의 사장은 대주주이므로 회사의 성장은 주가 상승으로 나타난다. 미상장 기업이라면 주식 상장으로 기업가와 임원들은 큰돈을 만질 수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월급 외에는 회사 실적 향상의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회사 입장에서 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봉급을 올려주는 것보다는 기여한 직원들에게 대폭적인 보상을 주는 것이 더 낫다. 주식을 주는 방법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보상 제도가 필요하다.

 

인간의 심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어려웠을 때는 대표와 직원들이 동고동락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회사 금고에 큰돈이 들어오면 대표의 마음이 인색해진다는 것이다. 주식이 없거나 우리주주 몇 주 가진 정도에 불과한 종업원의 입장에서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사장은 미래에 이익 실현할 수 있는데다 종업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종업원들에게 확실하게 믿을 건 현재의 보상뿐이다.

 

이와 같이 사장과 종업원 간의 관계를 계산해보면 종업원들에게 현재 보상을 충분히 주는 게 공평하다. 종업원들에게 자신과 같이 미래를 위해 이익을 유보하자고 하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걸고 사장의 양심을 믿으리라는 얘기와 같다.

 

기업이 상당한 이익을 내는 데도 계속해서 보상을 미루고 인색한 태도를 유지하면 종업원들의 충성도는 점차 약화된다. 그럴 즈음에 외부에서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의 손길이 온다면 이직을 막을 방법이 없다. LG와 SK간의 배터리 분쟁의 원인이었던 대규모 이직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한국 기업들도 창업1세대를 한참 지나 창업 3-4세대에 진입하고 있다. 기업보국으로는 청년들을 설득하기가 어렵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집단주의 문화가 강해 개인에게 금전적 보상을 주는 데 인색하거나 그런 개념이 미성숙하다. 일본이 비약적인 성장을 하다가 멈춘 이유 중 이런 개인 보상이 미흡한데다 개인 처벌이 가혹하게 이뤄지는 문화적 요인이 큰 탓으로 본다. 개인 처벌이 강한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윗사람이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윗사람이 결정을 하면 아무도 거기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중국의 연구개발 수준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중국은 개도국 특유의 애국적 문화가 살아 있는 덕택이라고 본다. 한국과 일본도 과거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건 경제개발 1-2세대에 한한다. 일단 성장 한 후에는 성장의 열매를 공정하게 응분의 대가를 줘야 한다. 한국 기업들 중에는 미국식으로 따라가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어 들쭉날쭉한 모양새다. 셀트리온과 CJ는 사장보다 더 보수를 많이 받는 직원들이 존재한다. 이런 기업들은 발전하지 않을 수 없다.

 

본 내용은 MeCONOMY magazine May 2021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