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0.3℃
  • 맑음강릉 15.2℃
  • 박무서울 13.8℃
  • 맑음대전 11.1℃
  • 맑음대구 11.0℃
  • 맑음울산 12.1℃
  • 맑음광주 13.6℃
  • 맑음부산 15.5℃
  • 맑음고창 9.7℃
  • 맑음제주 15.4℃
  • 구름조금강화 10.8℃
  • 구름조금보은 7.7℃
  • 구름조금금산 7.9℃
  • -강진군 10.4℃
  • 맑음경주시 8.9℃
  • 맑음거제 12.4℃
기상청 제공

이슈분석

용산구 발전은 "철도선진화가 우선"


<M이코노미 이정훈 기자>형세가 용을 닮아 붙여진 이름 용산. 후암동에서 해방촌을 지나 한남동과 보광동, 이태원동, 동빙고동, 동부이촌동, 서부이촌동, 한강로, 용문동, 효창동, 청파동까지 연결되는 용산구의 중심부 66만여 평은 미군부대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얽히고설킨 철도 문제는 용산구의 발전저해요소로 지적된다. 지역민들의 고충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차례로 들었다.


서울의 중심부라는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도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용산구는 외국인들의 방문이 가장 많은 이태원동을 품에 안고도 글로벌 관광객을 끌어당기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 미8군부지, 철도 등 지형상의 문제로 동서연결로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이태원로 삼각지에 과도한 교통량이 집중되면서 정체현상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희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이다. 당시 정부는 31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
내 최대 공공ㆍ민간 합동 개발사업인 ‘용산국제업무지구단지’를 개발하여 2016년 완공예정으로 추진했다.


서울 한강로 3가 일대 용산철도정비창 부지(44만 2000㎡)와 서부이촌동(12만 4000㎡)을 합친 56만 6000㎡ 부지에 국제 업무기능을 갖춘 대규모복합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출범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급속한 부동산 경기하락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을 겪던 이 사업은 결국 파국에 이르고 만다. 이후 여러 전문가들은 이 사업의 실패원인으로 사업관계자들 간의 책임회피와 참여기업의 이기적 행태, 그리고 애초부터 잘못 설계된 사업계획과 경기변동에 취약한 사업구조 등을 지적했다. 또 미래상 설정을 위한 담론형성과 책임 있는 컨트롤 타워를 구성하여 단계별 맞춤형 도시 재생으로의 구도변화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25개 구 중 인구 최하위권


현재 용산구는 세대수 면에서 서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개 구 중에서 22위, 인구 면에서 23위을 차지해 세대수 및 인구수 모두에서 최하위권을 차지한다. 거기에 전체인구 234,582명 중 미취학 인구가 5% 수준인 12,126명이고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15% 수준인 35,180명으로 노령화 지수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용산구의 주거형태를 살펴보면 총 91,746세대 중에 아파트가 34,065세대로 전체의 37%, 다가구 주택이 35,07%, 다세대주택이 13,66%, 연립주택이 4,94% 등으로 전체 세대 중에서 53.67%를 차지하고 있다.


미래 발전 잠재력 가장 높은 지역


그럼에도 용산구는 서울 25개 구 중에서 미래발전 잠재력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사통팔달의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태원동과 용산전자상가 등 외부인 유입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사시설부지 및 철도시설부지 등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개발계획 수립이 불가능한 개발제한지역이 광범위하게 위치한다는 이유로 용산구는 중앙정부나 서울시의 각종 개발계
획에서 제외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 25개 구 중에서 국제성이 가장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늘 정책적인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온 게 사실이다.


지역민들, 생활불편 너무 많아


지난 1월 중순경 취재원이 만난 용산구민 박철용(66세)씨는 어딜 가도 가로막혀 있는 철도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곳을 가려고 해도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면서, 하루에 수천 명이 이용하는 서울역만 해도 용산역과 철도가 가로 질러 있다 보니 지역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박씨는 용산구는 남영역 사이에 굴다리 하나 있는 것 말고는 길이 없어 서로 건너다보면서도 오갈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용산구가 살기 좋은 곳 아니냐고 할 텐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정말로 불편합니다. 너무 시끄럽고 불편한 곳이 용산구입니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다는 박씨는 현재 가장 불편한 것이 ‘생활소음’이라고 말했다. 철도가 지나가면서 내는 덜커덩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그는, 이것이 자신만의 불만이겠냐고 반문했다. 같은 날 용산 삼각지역 인근에서 만난 송민주(34)씨는 “지난해 직장 때문에 바로 앞 아파트로 이사를 왔는데 막상 와서 살아보니까 소음이 너무 심한 것 같다”며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인근의 고층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는데 외부에서 봤을 때는 살기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살아보니까 여름철에는 창문을 열기 힘들 정도로 심한 소음 때문에 문도 열어 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용산구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인근 지역상인은 “여긴 동서남북이 다 꽉 막혔다”며 “오래된 주택들도 많고 노후된 건물들도 많아서 집값도 올라가지 않고 크게 발전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이 너무 안 좋다 보니까 외지인들이 왔다가는 금방 이사가 버린다”며 “결혼하더니 다른 지역에다 집을 구해서 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인 서빙고동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김재석(47세) 씨는 “이 지역사람들의 가장 큰 불만은 빠져나갈 길이 없는 것”이라며 불편을호소했다. 서빙고동에 있는 신동아파트 하나만 놓고 얘길 해보자고 말한 그는 “들어가는 길도 하나고 나오는 길도 하나다 보니 아파트 주민들이 길게 들어갔다가 다시 길게 돌아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경부선과 호남선을 잇는 대한민국의 심장부나 마찬가지인 용산구에서 정작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불편하게 살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용산구의 가장 시급한 것은 ‘철도선진화’


현재 용산구에서 도시컨텐츠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황춘자 대표는 용산구가 지금껏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은 ‘철도’라고 지적했다. 충분한 발전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도로 인해 용산구는 동서남북으로 분리되었고 이로 인해서 지역민들의 교통 불편과 생활소음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생활 속의 많은 불편들을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정부와 국가가 하는 일이다 보니 누구한테 말을 할 수도 없어 지금껏 참고 살아야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보살펴주고 개선해줘야 할 단계에 왔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불평을 늘어놓는 게 생활소음과 지역민들 간의 불편한 통행”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부터 용산구에 도시발전연구소를 설립하여 도시발전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는 황 대표는 지난해 10월14일 용산구 선진화 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관련된 전문가들을 통해 조언도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세미나를 함께 준비했던 전문가들도 용산구가 개발에서 제외되는 것은 ‘철도’라는 데 같은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철도가 남북과 동서 간에 연결이 돼서 용산구를 분단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는 황 대표는, 철도 분야에서 30년 동안 일해 온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용산구가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삼각지 인근 아파트에 살면서 32층 옥상에 직접 올라가 용산구에 대해 관찰해 봤다는 황 대표는 “선로가 16개 정도 되고 고속철도인 KTX, 경부선, 1호선, 4호선, 화물열차 등이 다 여기를 지나간다”며 “이 열차들의 하루 통행량이 수천 건도 넘는다”고 설명했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다면 단계별 계획이라도 짜야 한다고 강조하는 황 대표는 “경중과 완급을 따져야겠지만 일부 지하로, 또는 지상에 뚜껑을 입힐 수도 있다”며 “어느 나라를 가도 대한민국처럼 노골적으로 선로가 많이 노출된 나라는 전세계적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어떤 식으로든 지역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용산구 발전을 위한 아젠다


황 대표는 용산구의 큰 과제를 4가지로 요약했는데 첫 번째는 유사이례 가장 큰 사업인 용산 국제업무지구 31조 사업을 들었다. 이어 철도시설을 선진화 문제와 노후 된 주거 환경이 80%가 넘은 문제 해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영국 런던이나 파리처럼 용산구에 세계인들이 몰려들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용산구가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진 그야말로 서울 중심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황 대표는 용산구의 4가지 아젠다를 보다 디테일하게 연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사방으로 뻗은 교통 중심지로 가치 높아질 것


박정수 동양대학교 철도사관학교 교수는 “철도발전이 막혀있다는 것은 글로벌사회에서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산구는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등 철도종착역에다 경의중앙선의 중심부역으로, 4호선(신용산역), 6호선(삼각지역) 등이 지나가고 있다며, 경의중앙선이 개통되면 더 발전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군부대 이전이 정치적인 사안으로 논의에 한계가 있고 서울중심부로서 사방으로 뻗은 교통의 중심지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토부가 추진하는 신분당선(용산-강남구간)이 개통되면 경의선과 신분당선이 비록 환승이긴 하지만 용산역에서 연결되어 서울을 남동-북서로 가로지르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서울을 남서-북동으로 가로지르는 1호선과 X자 모양의 광역철도망으로 용산구의 교통 중심지로서의 가치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는 점을 들어 용산구의 가치를 강조한 박 교수는 남산-용산가족공원-한강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녹색 축을 생태공간으로 활용해 세계문화가 어우러지는 이태원과 일본인촌인 동부이촌동을 연계해 고급 외국문화체험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재생을 위해 신교통수단인 노면전차 도입해야


철도 부지를 활용한 도시재생에 대해서도 강조한 박 교수는 철도는 고속철도나 광역철도 연결을 역세권 범위를넓히고 구역 내에서는 신교통수단인 노면전차(트램) 등을 도입하여 걷기 편한 공간을 만들어 유동인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는 교통이 가장 우선이라고 강조한 박 교수는 “도심공간에서는 철도를 중심으로 인구를 끌어 모아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철도건설은 빠른 속도에 역간 거리가 넓은 이동성 중심이라 한계가있었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연계할 수 있는 접근성 중심의 철도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트램이라고 강조한 박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트램 주행공간을 확보해 위례신도시와 같이 트램과 보행자만 출입할 수 있는 트랜짓몰(대중교통전용 상업지구)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철도지하화에 대해 순수한 개인의견임을 밝히며 데크화 하거나 브릿지화 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본격적 지하화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는 박 교수는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이런 사업은 비용타당성을 맞출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일본은 도심에 철도가 지나다녀도 주변으로 고밀도 개발을 잘 하고 있다”며 그렇게 해도 충분히 미래적인 도시모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용산구민들이 느끼는 생활불편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 디젤기관차가 아니라 전동차와 전기기관차가 다니게 되면 소음이나 진동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철도를 지하로 넣어야 한다는 생각은 도시 계획가들의 생각이라면서 사전에 설계만 잘하면 지상철도로도 얼마든지 고밀도 도시와 조화로운 도시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