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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빅테크’ 금융 진출…금융안정성 저해 우려 있다

- 카카오 이어 네이버 금융업 본격 진출
- 기대와 우려 동시에 엇갈려
- 기존 금융회사 공정한 경쟁 보장돼야
- 빅테크 실패, 금융시스템 전체 위협할 수도
- 동일 리스크 유발 영업에 동일 규제 적용될 필요

 

[문장원 기자] 드디어 네이버도 움직였다. 지난 6월 일정 조건 아래 연 3%의 수익을 보장하는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카카오에 이어 거대 플랫폼을 가진 IT업체의 금융업 진출이었다. 하지만 ‘네이버 통장’은 출시 이전부터 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중개하고 미래에셋대우가 운용하는 CMA 상품인 ‘네이버통장’은 ‘통장’이라는 명칭 사용에서부터 상품명에 책임지는 금융회사 이름이 드러나지 않고 네이버만 강조해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네이버파이낸셜이 CMA 상품을 중개한 만큼 금융투자중개업자로 간주해야 한다는 논란도 야기됐다. ‘네이버통장’ 출시에서 시작된 논란은 결국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됐다.

 

2020년 들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bigtech)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출범 2년 만에 흑자 구조로 전환한 데 이어 카카오페이증권도 출범시켰다. 또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네이버페이 부문을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고, 단순 결제와 송금을 넘어 주식, 보험, 예·적금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주요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금융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전세도 역전됐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가 화두였다. 핀테크들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전문기술을 금융서비스 분야에 적용하여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금융회사보다 고객기반이나 자본 규모가 영세하여 초기 기대만큼 금융업을 뒤흔드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 중국의 BAT(Baidu, Alibaba, Tencent), 국내의 카카오나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이 대규모 자본과 브랜드 인지도, 풍부한 고객 데이터, 데이터 분석능력을 기반으로 금융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각각 37조5,300억 원과 22조6,800억 원으로  대표적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의 20조9,600억 원을 상회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국내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 합계 43조8,000억 원을 뛰어넘는다.


금융안정성 저하가 가장 큰 문제

 

빅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이른바 ‘메기이론’으로 정체된 금융업에 경쟁과 혁신을 유도하고 금융접근성을 제고한다는 이점도 있지만 금융안정성 저하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금융혁신을 위해 핀테크나 빅테크가 별도 금융업 라이센스나 규제 적용 없이 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핀테크와 달리 규모가 큰 빅테크의 실패는 금융시스템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동일 리스크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빅테크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요 부문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로서 지위를 남용하지 않도록 데이터 독점성에 대한 규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핀테크나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은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 등 혁신을 유도하고, 금융산업 내 경쟁을 심화 시켜 금융소비자들이 지금보다 저렴한 비용에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기존 은행권에서 취급이 어려웠던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금융안정이사회(FSB)와 국제결제은행(BIS)과 같은 주요 국제감독기구에서는 잠재적인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빅테크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기존 은행들의 대응으로 금융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 중국 알리페이의 머니마켓펀드(MMFs)와 같은 빅테크 펀딩 상품들은 은행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빅테크들이 페이포인트 충전 시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1~5% 추가 적립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빅테크 펀딩상품이 일반화될 경우 은행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높은 예금금리를 부여하게 되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라며 “은행의 예금 규모 감소와 조달 안정성 저하로 정작 대출자금을 예금으로 조달하지 못하면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빅테크의 펀딩상품은 은행의 지급준비금처럼 외부에 적립해야 하는 규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물론 회사별로 리스크관리 및 운용방침에 따라 자금이 예금, 채권 등 금융 시스템으로 유입될 수 있으나 그림자금융 영역으로 흘러갈 개연성이 높다. 경제 충격이 발생하거나 혹은 개별 회사의 경영 실패 시 펀딩상품에 대규모 유출입이 발생할 수 있으며 빅테크가 대형화될수록 유출입으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라고 했다.


대출의 경우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다. 빅테크의 대출 취급으로 기존 은행들이 시장방어를 위해 대출금리 경쟁에 나서게 되면서 리스크보다 낮게 대출금리가 산정될 수 있다. 리스크 대비 낮은 가격으로 대출금리가 산정되면서 차주의 과다차입이 발생, 결국은 대규모 부실채권이 야기될 수 있다.

 

아울러 빅테크의 데이터 기반 심사방식의 대출은 아직 그 완결성이 증명되지 않아서 대규모 부실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에는 경기하강기에 대출 축소 유인을 줄이기 위한 각종 규제가 적용되지만 빅테크에는 경기 순응성을 제어하는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경기하강기에 대출 축소로 금융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 특히 빅테크는 은행과 같은 관계기반 대출이 아닌 데이터 기반 대출이기 때문에 경기하강 시 나타나는 데이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빅테크 실패 → 금융 시스템 위협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빅테크가 대형화되었을 때 리스크는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 FSB가 대형화된 빅테크가 금융산업에서 상품 공급자로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경우 빅테크의 실패가 금융 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물론 빅테크는 핀테크와 달리 대규모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지배구조나 리스크 관리 체계가 잘 갖춰진 편이다. 그러나 금융업에 대한 경험이 적을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보다 리스크 관리 문화나 지배구조, 소유구조는 불투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대형화된 빅테크 회사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해 반(反)경쟁 행위를 할 가능성도 있다. 광범위한 고객 데이터와 데이터분석역량을 보유한 빅테크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금융 부문을 포함한 주요 부문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빅테크가 경쟁을 저해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향후 광범위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배적인 지위를 확보한 뒤 반공정 행위를 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가령 지배적인 지위를 활용해 진출장벽을 구축하고, 다른 플랫폼으로 고객들이 전환하지 못하도록 전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대기업들처럼 강제적 묶음 판매, 잠재적인 진출자 인수 등 경쟁을 감소시키는 행위들도 할 수 있다”라며 “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이 지불 의향이 있는 가격을 계산하여 고객별 가격 차별화 전략을 꾀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국제 금융감독기구들도 우려

 

글로벌 금융감독기구들의 이런 이유로 빅테크 업체들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핀테크, 빅테크의 금융 진출을 촉진해 혁신을 추구했던 해외 감독기관들은 최근 들어 기존 금융회사와 빅테크 간 경쟁 여건이나 빅테크의 금융진출에 따른 금융안정성 이슈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EU집행위원회에서는 금융 인프라에 대한 접근, 사업 영역의 제한 측면에서 기존 금융회사와 빅테크 간 공정한 경쟁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BIS에서도 금융 시스템 내에서 은행의 건전성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처럼 빅테크도 은행의 행위(banking activities)를 수행할 경우 은행에 적용되는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FSB에서는 빅테크의 금융업무 수행이 금융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빅테크에 대한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다만 빅테크에 적용하는 규제의 범위나 강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빅테크의 금융업무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규제 프레임워크가 개별 법인(entity-based)에 근거한 방식에서 행위별(activity-based) 접근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서도 규제에 대한 방향이 바뀌었다. 애초 핀테크에 대한 ‘무규제’로 시작해 이후 문제가 생길 때 사후적인 규제를 적용하던 방식에서 빅테크의 대형화에 따른 부작용을 인식하고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위어바오 등 빅테크의 1일 인출금액 및 1인당 예치 금액의 한도를 설정하고, 송금결제플랫폼에 예치된 예수금에 대해 은행의 지급준비금 제도와 유사하게 중앙은행 예치 의무를 부여했다. 또 제3자 지급결제플랫폼의 청산전담기구인 왕롄(NUC)을 신설해 지급 결제 업체의 청산 결제 처리를 일원화함으로써 금융의 투명성과 지급결제업자의 지급불능리스크를 방지하고 있다.

 

동일 영업행위‧동일 리스크에 동일 규제 적용해야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내에서도 2013년부터 금융혁신과 혁신성장을 위해 핀테크를 육성하고 스타트업과 IT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업 진입장벽이 꾸준히 완화되면서 핀테크 및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핀테크뿐만 아니라 빅테크도 금융혁신서비스사업자 또는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될 경우 금융업 라이센스나 별도의 영업·건전성규제, 대주주적격성 이슈 없이 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인 빅테크의 금융업 수행이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역시 기존 금융회사와 동일한 리스크를 유발하는 동일한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 김혜미 연구위원은 “별다른 규제 없이 수행되는 빅테크의 선불충전이나 대출 수행으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동성 규제나 건전성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라며 “간편결제 선불충전금액의 잔액이 2019년 말 1조7,000억 원으로 웬만한 지방저축은행 수신 규모에 달하지만, 간편결제업자가 파산하거나 횡령한다고 해도 고객의 선불충전금이 보장될 수 있는 구제대책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간편결제 업자의 선불충전금을 외부의 금융회사에 예치하는 방식 등의 규제 도입을 통해 충전금 원금 보전 의무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빅테크의 다양한 사업영역들이 금융과 결합될 경우 더욱 복잡해지고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 있다”라며 “기존 사업영역과 금융영역간 연결고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빅테크의 광범위한 고객 데이터 접근성으로 인해 향후 빅테크가 금융뿐만 아니라 주요 영역에서 지배적인 사업자가 돼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도록 데이터 독점성에 대한 규제도 갖춰져야 한다”며 “빅테크가 개인 및 비개인정보를 활용해 제공하는 혁신과 그로 인한 잠재적인 리스크를 고려, 데이터 공유로 인한 사기, 개인정보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라고 했다.

 

본 기사는 MeCONOMY magazine August 2020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