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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동상이몽(同床異夢) 노동시간 단축, 해결책 없나?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지난해 OECD가 발표한 2014년 우리나라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노동시간이 2천124시간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 어느 정부보다 노동개혁을 전향적으로 추진 중인 상황에서 2000년대 들어 줄어들던 평균노동시간이 2014년에는 오히려 전년보다 증가해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왜 그럴까. 제반 현실을 들여다봤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연간 평균노동시간은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OECD 회원국 평균(1천770시간)보다 354시간 길다.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연간 44.3일을 더 일한 셈이다. 유럽 경제의 강자로 꼽히는 독일은 1천371시간에 불과해 OECD 회원국 중 연간 평균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로 꼽혔다. 우리나라와의 격차는 753시간(하루 8시간 기준 94일)이다. 이런 장시간 노동에 비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11년 이후 감소했다. 시간당 GDP를 기준으로 할 때, 2000년 1만3천97원(2005년 기준 PPP)에서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2년에는 2만688원을 기록했다.


2012년에 1인당 GDP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은 하락했는데, 이는 GDP 증가폭에 비해 노동시간이 더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동생산성 수준을 OECD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2012년 기준으로 선진국인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시간당 약 50달러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나 한국은 26.2달러로 이들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 노동시간 단축 일관되게 추진 중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이 한창이다. 정부는 과도한 연장·휴일근로를 단축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을 국정과제인 고용률 70%의 핵심 전제조건으로서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오히려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1년 가량의 논의와 합의 끝에 타결된 ‘9.15 노사정대타협’에 대해 비록 한국노총이 1월19일 파기선언을 했지만 당시 가장 구체적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진 항목이 노동시간 단축이다. 노사정대타협 이후 지난해 10월21일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현장을 방문한 최경환 전 부총리(당시 기획재정부장관 및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장시간 근로에도 생산성이 낮아 근로의 질이 저하되고 일자리 창출 기반은 약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들에게는 일·가정 양립과 삶의 질 향상을, 기업에게는 생산성 향상을, 나아가 경제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선순환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사정도 이러한 인식 하에 현재 연간 2천50시간이 넘는 근로시간을 2020년까지 1천800시간대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현재 주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데 합의했다”며 “이 과정에서 矯角殺牛(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11월17일 고용영향평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단축하면 14만~15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시행 첫 해에 약 1만8천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밝혔다.


1주일은 5일, 최장 68시간까지 근로를 허용해온 고용노동부


이미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상 주40시간제 노동제로 초과근로는 12시간까지만 허용해 1주일에 최대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68시간 근로와 52시간 단축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바로 정부의 행정해석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서 근로는 1주 40시간, 1일 8시간, 그리고 1주일에 최대 12시간까지만 초과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얼핏 보면 우리는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고용노동부에서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주일을 월·화·수·목·금 5일로 해석해 온 것이다. 따라서 5일 동안 52시간의 근로가 가능하고, 휴일근로는 따로 계산돼 토·일 16시간 추가로 근로가 가능하다. 1주일 동안 최대 68시간 근로가 가능한 셈이다. 주40시간 근로제라고 말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다. 1주일을 5일로 해석해 이해할 수 없는 관행을 만들어온 고용노동부는 매년 국감 때마다 논란이 있었지만 행정해석을 바꾸지 않았다.


이 문제는 각종 소송으로 불거졌고 대표적으로 ‘성남시 환경미화원 사건’이 현재 대법원전원합의체에 2년 넘게 계류 중이다. 법원은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온 업무형태가 한 번에 바뀔 경우 경제·사회적 파장이 생길 것 등을 고려해 노사정의 타협점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1주일은 휴일 포함 7일’로 명시하고 있다.


현장은 법정근로시간 유명무실, 장시간근로 만연


우리나라 장시간근로의 원인으로는 초과근로를 해야만 생계비를 확보할 수 있는 임금체계, 그동안 쌓여온 관행 및 근로문화, 짧은 근로시간보다 고임금을 선택한 노조의 경제주의 전략 등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노사정은 지난 2년 여의 끊임없는 토론과 논의의 과정을 거치며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그나마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냈다. 기본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대원칙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다.


‘생산성 차질, 급격한 임금인상’ 등을 들며 반대하던 기업도 즉시 단축을 외치던 노동계도 시행연기와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입장에 합의했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시점부터 특별연장근로(52+α)를 허용하되, 남용방지를 위해 사유(주문량 증가 등), 절차(노사대표 서면합의), 상한(1주 8시간)을 설정한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주당 근로시간 단축 방안 역시 실효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이미 법정근로시간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현실에서 결국 임금만 줄이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 평균근로시간 8.7시간에 대해서도 이를 동의하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서울 중구에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김원식(가명, 36) 씨는 “7시에만 퇴근해도 저녁이 있는 삶을 좀 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회사가 사람을 더 고용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소수의 인원이 상당히 많은 일을 처리하다보니 밤9시~10시 퇴근이면 그냥 감지덕지 한다”고 전했다.


광화문 근처 대기업에서 일하는 이도식(가명, 35) 씨도 “일을 회사에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일 자체가
많다”면서 “일은 많은데 저녁 7시만 되면 PC오프제라고 해서 매주 이틀은 전원이 꺼져 퇴근하는 마음이 무겁고 새벽같이 출근할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


현대차, 완벽한 주간연속2교대 1월11일 시행,
잔업 사라져... 社 생산량 보전, 勞 임금 보전


대한민국이 장시간 노동으로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가 지난해 12월24일 임단협에서 잔업을 없앤 완벽한 주간연속2교대제(8+8)에 합의하고 1월11일 시행했다. 노사는 이를 위해 2조 잔업 근무시간을 축소하는 대신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량 및 임금을 보전키로 합의했다. 기존 2조 근로자 퇴근시간이 새벽 1시30분에서 0시30분으로 1시간 당겨져 장시간 노동 및 심야 근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이와 함께 물가상승률, 내년 경기상황 등 주변 여건을 감안, 기본급은 8만5천원 인상하기로 했다. 또한 성과 격려금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된 경영실적이 반영돼 성과급 300%+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고급차 런칭 격려금 50%+100만원, 품질격려금 50%+100만원, 별도합의주식 20주, 소상인 및 전통시장 활성화, 지역경제 기여를 위해 재래시장 상품권도 인당 2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간연속2교대는 10여 년 동안 차근히 단계적으로 준비해 이에 따른 설비투자와 업무 효율화를 진행해 왔다”면서 “시간당 생산대수(UPH) 상향 조정, 휴게시간/휴일 축소 등을 통해 근로시간이 줄어도 생산량이 기존과 동일하게 보전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10여 년 전부터 논의된 주간연속2교대제 개편의 핵심쟁점은 사측은 생산능력의 보전이었고, 노조는 임금의 보전이었다. 한국고용노동연수원 박태주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의 한 사례' 논문을 통해 “현대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 합의는 그간 논의만 무성하였을 뿐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현대차의 주간연속2교대제의 합의과정을 들여다보면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노사 간의 입장차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금속노조의 주간연속2교대제 후속대응보고서는 축소된 근무시간에 대한 생산량부족분에 대해 노조는 공장 신, 증설을 요구한 반면, 회사는 노동조합에 물량보전을 요구했고, 축소된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 보전에 대한 노조의 요구에 대해 회사는 생산량을 맞춰주면 10/10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했다고 밝히고 있다. 박태주 교수는 “현대차의 근무형태 변경과정에서 특징적인 사실의 하나는 물량보전과 임금보전이 교환된 것”이라며 “물량보전과 임금보전을 매개하는 고리는 결국 생산성의 향상”이라고 전했다.


설비투자 가능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상황 달라


사측은 생산성 맞춤 없이는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없고, 노동자도 임금보전 없이는 노동시간 단축에 동의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그나마 대기업은 설비투자, 추가인력 고용 등으로 생산성 향상을 이뤄낼 수 있지만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경제연구원 우광호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0월28일 ‘근로시간 단축, 중소기업 연착륙 방안 모색 및 입법과제에 대한 공개토론회’에서 “영세사업장일수록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 여건으로 인력부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들의 월평균 임금이 더욱 하락할 경우 영세사업장은 인력부족을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 입법에 있어, 임금감소와 그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를 고려해 현실에 맞는 근로단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대기업에 비해 복리후생비, 수당 등이 낮은 중소기업은 초과근로수당이 임금보전에 큰 수단 중 하나로 이마저 줄어들면 인력충원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장시간근로 해결, 문화와 제도 함께 바꿔 나가야


노사정 모두 우리사회에 만연한 장시간노동의 문제점에는 공감을 하고 있지만 그 해결책은 묘연한 상황이다. 기업현장은 어떨까. 안지훈 FM어소시에이츠 실행지원컨설턴트는 “현재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서 집중하는 부분이 조직이 아닌 개인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문제”라며 “개인과 개인의 일 이렇게 이분법적인 접근만 한다면 당연히 일이 줄어들지 않으면 근로시간을 줄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장시간 근로를 가져온 관행적이고 문화적인 측면과 별개로 제도적인 측면만 접근해서는 해결이 묘연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기업들도 장시간 근로문화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C오프제, 지정야근제, 스마트워킹 등의 시도가 그렇다. 하지만 효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PC오프제를 실시하고 있는 은행에 다니고 있는 김종석(35, 가명) 씨는 “매일 19시면 PC가 꺼져 일찍 퇴근하는 것은 좋지만, 다들 새벽같이 출근해서 일을 한다”며 “업무자체는 줄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강도는 더 세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제도 시행으로 퇴근 시나 휴가 시에 눈치를 보거나 하는 문화는 많이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안지훈 컨설턴트는 “도입되는 많은 방법들이 문화적인 부분을 타파해 보고자 하는 건데, 이것들은 제도적인 부분도 함께 바꿔야 효율성이 있다”면서 “인사제도나 평가제도는 여전히 근면성을 평가하면서 스마트워킹 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냐”고 되물었다. 안 컨설턴트는 아직도 많은 기업이 사람을 너무 기계적으로 보고 있어 제도가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지훈 컨설턴트는 현재 40년이 넘은 비영리의료재단에 실행지원컨설턴트로 직접 나와 일을 하고 있다. 이 비영리의료재단은 조직혁신을 시작한 지난해 4배가 넘는 매출이익을 보였고, 변화에 반발하던 근로자들은 재단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성과급을 받았다.


조직의 변화에 당연히 반발은 심했다고 말하는 안 컨설턴트는 “누구나 변화는 두렵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면서 “불명확한 정보제공은 소문을 만들어내고 결국 조직적 저항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정확한 정보제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차례에 걸친 설명회와 공청회는 회사와 근로자들의 간격을 메꿨다.


현장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쌓여온 법정근로시간과는 상관없는 관행과 문화가 존재한다. 노동시간 단축에 국민이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에 장시간 근로가 관행화 되고 당연시 되는 문화에서 1주일은 5일이라며 이를 묵인 또는 방임한 정부의 책임도 부정할 수는 없다. 조그만 조직도 수개월에 걸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제대로 된 혁신이 가능하다. 법정근로시간제가 유명무실한 현장에 노동개혁이 실시되면 주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돼 많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주장만 하고 있는 정부를 보면 정확한 진단이 내려진 건지조차 의심스럽다.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지금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진정한 노동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