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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한국, 20년 동안 OECD국가 중 결핵사망률 1위


한국인은 2011년도 기준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 모두 1위다. OECD에 가입한 이후로 줄곧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해마다 한국인의 결핵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고, ‘후진국 병’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결핵이 후진국도 아닌 한국에서 창궐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살펴봤다.


언제부턴가 신문지 상에서 한국이 OECD에 가입한 국가 중 결핵 발병률 1위라는 내용이 실리기 시작했다. 나름 중선진국이라 생각했던 한국에서 후진국 병이라는 결핵이 만연한 것에 대해 국민들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29번째로 가입한 나라다. 이후 20년 가까운 OECD 가입 기간 동안 한국은 OECD에 가입한 타 선진국과 자국을 비교하며 다양한 결과 치를 내놓고 있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한 해인 1996년,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중에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결핵사망률이 최고 수준이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20년간 매해 ‘결핵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핵(Tuberculosis, TB)은 결핵균에 감염돼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를 괴롭혀왔다. 결핵은 기원전 7천년 경 석기 시대의 화석에서 그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잘 먹고, 잘 입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발병률이 점차 줄어들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경우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이 여전히 높다. 이 때문에 결핵을 흔히 ‘후진국 병’이라고 일컫는다.


사실 한국의 결핵사망률은 OECD 통계가 아닌 전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에선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2015년에 발표된 WHO 통계를 보면 한국에선 지난해 결핵으로 사망한 사람이 10만명 당 3.8명이었으며, 전세계 평균은 10만명당 16명이었다. 전세계 평균을 높이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후진국이다.

신승수(아주대 호흡기내과)교수는 “한국이 OECD국가 중에서 결핵 사망률이 높다는 건 우리가 OECD에 편입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라며 “지속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아니고 향후에 차츰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20·30대 젊은 층에서 결핵 발병률이 높은 이유


그렇다면 과거보다 비교적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20·30대 젊은 연령대에서 결핵 환자가 많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선 젊은 층은 결핵예방접종(BCG)을 맞거나 학교 다닐 때 흉부 X-RAY를 찍어본 경험이 있는 세대들이다. 현재 한국은 국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와 민간·공공 의료기관이 함께 힘을 합쳐 결핵퇴치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외에도 결핵에 걸리면 국가에서 치료비 일부를 지원해주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전염력을 가진 환자를 격리 입원시키는 지원사업도 벌인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고 국가에서도 결핵관리사업을 하고 있는데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에 대해 신 교수는 “전통적으로 결핵은 젊은층에 생기는 병”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결핵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좁은 환경에서 살다보니 결핵환자들이 타인을 쉽게 감염 시켰고 현재 젊은 층들도 감염자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핵균에 노출되면 무조건 바로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몇년 이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어린 시절에 감염된 사람이 20대가 되어서 발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결핵의 증상은 어떨까?


드라마의 영향 탓인지 일반적으로 결핵의 증상을 생각하면 기침과 각혈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결핵만이 가지는 특이한 호흡기 증상은 없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흉부 엑스레이를 찍을 것을 권하고 있다. 감기나 폐렴은 짧은 순간 발병했다가 치료하면 바로 괜찮아지지만 결핵의 경우 증상이 서서히 발생하고 감기약과 항생제를 먹어도 별 변화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폐결핵 환자의 경우에는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흉통이 있는데, 호흡기 증상은 전혀 없이 무기력, 식욕감퇴, 체중감소 등의 증상들만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폐결핵 치료 후에는 드물게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6년 전 폐결핵을 완치한 B씨는 “완치 후에 목욕을 하면 호흡이 가빠지는 증상이 생겼다”며 치료 후의 후유증을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B씨의 증상에 대해 신 교수는 “드물긴 하지만 아주 심한 결핵은 후유증이 남는다”며 “결핵을 앓기 전에 평소 기관지가 민감했을 경우 치료 후에 음성이 변한 것 같다든지, 그 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텐데 기침을 한다든지 하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꼭 결핵 치료 후의 후유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약 복용 소홀한 환자 많아


최근에는 결핵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결핵약만 제대로 복용하면 완치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치료 초기에 환자가 결핵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결핵약은 공복에 먹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하루에 한 번, 한꺼번에 먹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은 공복에 알약을 삼켜야 하는 점이 힘들다고 호소한다.


신 교수는 “결핵약을 복용하는 환자 중에 소화불량, 메스꺼움, 구토, 가려움증, 발열, 두통, 관절통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한 증상들이 대표적인 결핵약 부작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이 결핵에 들인 노력에 비해서 치료 성과가 오르지 않는다고 하는 이유 중에 대부분이 치료 도중에 약복용을 그만두는 환자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소홀하기 때문”이라며 “결핵 환자가 도중에 약복용을 그만둘 경우엔 환자가 약에 내성이 생겨서 초기 결핵보다 치료하기 힘든 다제내성 결핵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결핵균을 퍼트릴 수도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핵 치료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 기간은 몸 안에서 결핵균이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실제로 감염력이 소실되는 기간은 2주 정도다. 2주 동안 약을 제대로 먹으면 감염력은 사라지고 타인과 함께 생활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없다. 신 교수는 “약복용을 거부하는 환자를 ‘비순응자’라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최근 결핵관리에서 중요한 전파방지 차원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병원의 경우에도 병원에 등록되어 있는 결핵환자가 치료받으러 올 때가 됐는데 오지 않으면 환자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해 약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면서 약복용에 대해서도 “약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예전보다 복용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예전에는 한 번에 11알 정도를 먹어야 했지만 이제는 보통 4알 정도를 먹으면 된다”며 걱정하지 말고 치료할 것을 당부했다.


치료과정이 힘든 다제내성 결핵이란?


결핵 환자가 약을 복용하다가 도중에 자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약에 내성이 생기는데 이렇게 생긴 결핵을 ‘다제내성 결핵(Multidrug-resistant tuberculosis, MDR-TB)’이라고 한다. 다제내성 결핵은 아이소니아지드(Isoniazid)와 리팜피신(Rifampicin)이라고 하는 두 가지 약제에 같이 내성이 있는 결핵인데 두 약제는 현재 결핵치료에 근간이 되는 약이다. 제일 살균력이 높고 결핵 치료에 걸리는 기간도 많이 단축시키고 있다.


다제내성 결핵이 발병하면 치료 기간이 초기 결핵치료 때보다 길어진다. 그만큼 비용이 더 들고 약도 더 독해질 뿐 아니라 복용해야 하는 약의 가짓수도 늘어난다. 약은 대략 1년 6개월에서 2년을 복용해야 하는데 이때 주사제도 투여 받아야 한다. 치료 성공률은 약 50~80%이다. 다제내성 결핵을 갖고 있는 환자들은 처음부터 다제내성 결핵 환자에게 감염되어 다재내성 결핵에 걸린 사람들도 있지만, 치료를 포기해서 내성을 획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환자들은 철저하게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증상이 경감되었다고 해서 자의적으로 약복용을 그만두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핵, 폐에서만 발병할까?


우스갯소리로 결핵은 ‘머리카락 빼고는 모든 곳에 다 생긴다’고 한다. 폐가 아닌 림프절, 늑막, 신장, 뼈, 관절, 결핵성 뇌수막염 등 전신에 발병할 수 있는데 전체 결핵 중 폐결핵이 차지하는 비율은 70~80%정도이다. 이 때문에 결핵은 전신적인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과거부터 주로 호흡기내과에서 진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0~20%의 결핵은 폐 이외의 곳에서 생긴 결핵이다. 만약 폐와 폐 외에 함께 결핵균이 있다면 객담검사(가래검사)나 기관지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지만, 폐가 아닌 곳에만 결핵을 갖고 있는 경우, 이를 테면 신장에만 결핵균이 있다면 소변에 결핵균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지원이 필요


과거에는 결핵을 ‘소모병(phthisis)’이라고 불렀다. 마치 몸이 소모되는 것처럼 환자의 몸이 비쩍 마르고
기운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핵 완치자인 한 여성은 “결핵을 왜 소모병이라고 하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결핵에 걸리자 입맛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좋아하던 음식을 봐도 메스꺼웠다. 9개월 뒤에는 몸무게가 채 40kg를 넘기질 않았다”며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회상했다. 신 교수는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결핵치료에 있어서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결핵은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자들도 본인으로 인해서 주변에 있는 가족들, 같이 일하는 동료들한테까지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본인이 약을 철저하게 먹고 치료에 순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 교수는 “결핵환자에 대한 주변인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결핵환자 중에는 자신이 결핵인 걸 알고 있어도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결핵인 걸 숨기고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감염질환인 결핵은 치료가 예방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환자들도 자신이 결핵에 걸렸다는 것을 알리고, 감염력이 사라질 때까지 치료를 받으면 일상을 영위하는 데 문제가 없다. 신 교수는 “결핵은 혼자만의 노력만으로는 이겨내기 힘든 병”이라며 “가족들이 환자를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약을 잘 챙겨먹나 확인하고 결핵환자라고 해서 피하지만 말고 격려해줘야 한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결핵치료, 이제는 ‘보건’이 아니라 ‘복지’차원


청년기 결핵과 중·장년기 결핵은 차이가 있다. 노출돼서 바로 발병하는 것은 청년기, 노출이 돼서 잠복됐다가 발병하는 경우는 면역력이 떨어진 중·장년기 결핵이다. 면역력을 떨어뜨릴만한 기저질환이 있으면 결핵발병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만성질환의 관리가 중요하다. 젊은 사람들의 결핵은 결핵 자체만 보고 관리를 할 수 있지만 만성질환과 동반된 결핵은 결핵 자체만을 타겟(Target)으로 해서는 좋은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 교수는 “국가에선 중·장년기 결핵 감염자가 만성질환으로 인해 결핵이 발병하는 부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를 봐야한다”며 “이제는 결핵을 보건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복지’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핵은 잘 먹고 잘 입어서 면역력이 강하면 발병하지 않는데, 만성질환자들의 대부분은 못 먹고 못 입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한 복지사업을 결핵관리사업과 함께하지 않으면 결핵 발병률은 낮아지지 않을 것이란 조언이다.


아직도 한국의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위지만 국내에서만 본다면 계속해서 감소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와 공공·민간 의료기관의 협업 체계는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지만 단순히 예방과 치료 차원에만 머물러 있는 현행 국가결핵사업은 다소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노인 인구 증가와 더불어 노인 빈곤의 문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결핵의 치료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핵 치료는 장기적으로 복지 제도와 함께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지금이 결핵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관계당국의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