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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인천국제공항과 면세점 민영화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유명연예인까지 SNS를 통하여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이슈가 알짜배기 공기업의 민영화였다.

그중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정부가 국가기간산업을 서둘러 팔아치우겠다는 발상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국민들이 아우성 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공기업의 비효율성 개선과 경쟁력을 높이고 공공부문에 시장원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세계적인 허브(Hub) 공항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영화는 ‘국가가 경영하던 국영기업체의 소유권을 업무의 효율성 재고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민간부문으로 넘기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말하는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는 ▶경제적 효율성 재고 ▶재정 부담 축소와 보유주식 매각으로 인한 재정 수입증대 ▶민간자본의 산업 투자기회 확대 등을 통한 시장경제의 창달을 이유로 매각을 추진하고, 정부지분의 일부만 매각(49%)하여 정부가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51%)하면서 유효한 경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회적 함의와 필요에 의하여 만들어진 알짜배기 공기업을 민영화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이다. 인천국제공항은 매년 5,000억 원씩 흑자가 나는 것은 물론 국제항공협회에서 주관하는 공항서비스 평가(Airport Service Quality Awards)에서 7년 연속 수상하고 있다. 시설과 서비스가 최고인 것은 물론 면세점 매출도 전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인류 공기업을 왜 재벌이나 외국 자본에 넘기지 못해 안달하는지 모르겠다는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인천국제공항의 운영기술의 수출과 선진 운영기법 못지않게 면세점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인천공항이 재벌에 넘어가면 공항에 관련된 숱한 이권이 재벌 친·인척 손에 넘어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것이 반대여론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이는 지난 1998년 이미 경험한바 있다.

관광업계 전문신문인 여행신문은 당시 김포공항 면세점의 민간참여를 다음과 같이 기사화했다. “IMF 이후인 1998년 김포공항 국제선에 민간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한국공항공단이 그동안 한국관광공사가 독점운영 하던 김포공항 면세점에 민간기업 유치를 결정하고 국제선 1, 2청사에 민간기업의 진출을 한국공항공단이 결정했기 때문이다. 롯데, 신라, 동화DFS 등 국내 굴지의 면세점은 오랫동안 공항면세점 진출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인천공항이 개항하기 전이라 김포공항의 면세점 진출을 두고 업계에서는 인천공항이 개항하는 2001년에는 김포공항 면세점이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당장의 매출증대보다는 인천공항 개항 시 공항면세점 입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김포공항 입찰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던 김포공항 면세점은 한 달 동안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월별 최고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 우려의 목소리는 최근 한국관광공사 노조의 대자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 못지않게우려되는 것이 면세점의 민영화 확대에 따른 해외 유명브랜드의 면세점 점유가 높아지면서 국내 고유 브랜드가 설자리가 없다는 염려의 목소리였다.

한국관광공사노조는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 민영화를 반대한다”며 “한국관광공사 면세점 수익금이 관광진흥기금으로 전액 사용되어 왔으며, 우수 국산품 판매를 통한 면세시장 내 국산품 보호에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이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현황이 어느 정도로 심각하면 국내 브랜드가 설자리가 없다고 하는가? 신라면세점은 전체 매장의 49%인 약 2,298평을, 롯데면세점은 전체 매장의 35%인 1,669평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들 두 면세점의 주요 매출 품목은 수입양주, 담배, 수입화장품과 향수와 외산 부티크상품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는 반면, 한국관광공사는 전체 매장의 16%인 약 767평으로 주요 상품 60여 개를 국산품으로 매장의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2010년도 3개사의 국산품 판매 비중을 보면 관광공사가 44.5%, 롯데면세점 24.2%, 신라면세점 16.5%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경제 활성화와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기업은 사기업이 아닌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임을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가져오는 폐해는 단순한 민간기업의 지분확보를 통한 지배구조의 변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간 기업은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공기업은 공공의 이익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면세점 민영화의 문제점은 민간 기업이 손쉽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명 해외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판매한다는 데 있다. 지난해 루이비통을 인천국제공항에 입점시켜 대박을 터트렸다는 기사를 우리는 수없이 접했다. 인천국제공항 내 부티크 제품들에 대한 영업요율은 평균 20%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명분으로 인천국제공항 내에서 최고의 노른자위 자리에 배정된 루이비통의 영업요율은 약 7%에, 10년간 영업권이 주워졌다고 하니 면세점의 민영화에 따른 폐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루이비통의 영업요율에 비하여 인천국제공항의 주요 품목들에 대한 영업요율은 평균 20% 정도로 책정되어 있지만, 영업료는 매출액의 약 35%를 납부하고 있다. 이것은 최소 보장액 이라는 입찰조건으로 매출에 관계없이 기본 영업료를 납부해야 하며, 현재의 매출에서 최소 보장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35%라는 것이다.

민간면세점은 해외유명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판매하므로 매출액 대비 영업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구석으로 밀려나서 팔리고 있는 국산품들은 최소보장액을 맞추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한국관광공사 측의 설명이다.

민간면세점이 세계 유명브랜드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이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면세점 민영화를 하면 국내 경제가 활성화가 되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다. 공기업이 운영하면 그렇지 않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내국인 출국 1,300만 명, 외국인 입국 1,000만 명으로 관광산업의 파이가 커졌다. 그러나 인천공항 면세점의 외국 유명브랜드 주요고객은 외국인 출국자보다는 내국인 출국자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민간면세점들이 외국의 유명브랜드 입점의 당위성을 ‘외국인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물론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한 내국인 출국자의 선호도 문제이지만 민간면세점의 마케팅전략이 국민들로부터 백안시(白眼視)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닐까!

대다수 국민은 인천국제공항의 민간매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인천국제공항이 갖는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성을 위해서 면세부문의 몇 가지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첫째, 면세점의 국산품에 대한 영업요율 하향조정 둘째, 국산품에 대한 최소보장액을 수입 외국산에 비해 낮추는 방안 셋째, 민간면세점이 국내 토종 브랜드의 국제화를 위해 면세점에 일정 부문 배치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다.

한국관광공사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정부의 공기업선진화 정책에 따라 면세점이 철수할 경우 국산품 판매원들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은 자명하다. 면세점을 인수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재벌면세점들은 국산품을 판매하던 장소를 수익이 많은 수입 외국 유명 브랜드들로 채워나갈 것이고, 국산품을 판매하던 직원들의 일자리는 비정규직 직원들로 채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민영화 과정과 이후의 경영상의 문제 그리고 국부유출과 과도한 다각화로 인한 경영부실 등 다양한 방면의 문제점들이 도출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글 / 류기환 교수 (광운대학교 정보과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