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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던 JD부동산경제연구소장> 사토리 세대는 왜 도쿄에 서식하게 되었나?


사토리 세대란 자동차, 사치품, 해외여행, 술, 연애, 섹스, 도박에 관심이 없고 돈과 출세에도 관심이 없는 일본 젊은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득도한 것처럼 욕망을 억제하며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것인데 2채널에서 탄생한 신조어이다. ‘깨닫다’는 뜻의 ‘사토루’에서 파생된 사토리는 마치 모든 것을 깨달은 수도자처럼 현실의 명리에 관심을 끊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사토리 세대와 삼포세대


우리나라에서 사토리 세대와 유사한 말을 찾는다면 결혼, 취업, 연애를 포기한다는 3포 세대를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사토리 세대는 왜 생겨났을까? 이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지난 1990년대 버블이 꺼지기 전까지 일본은 전쟁패전국에서 선진국의 대열로 가장 빨리 올라간 나라였다. 그러나 일본은 그 후 20년간의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여느 선진국이 그랬던 것처럼 강한 제조업 중심 정책으로 선진국으로 끌어올렸던 일본. 그러나 믿었던 제조업은 인건비 상승을 못 이기고 해외로 공장이 모두 옮겨가 버린다. 그나마 일본에 남아있던 공장들도 대부분 로봇을 쓰면서 공장자동화가 되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장들은 높은 인건비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제조업은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는데 해외로 나가서 싼 인건비를 가지고 생산원가를 줄일 것인가? 아니면 국내에 공장자동화로 생산원가를 줄일 것인가? 둘 다 일본의 고용이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일본의 제조업은 해외로 나가거나 공장자동화를 택했고 제조업의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너희들은 적게 태어났으니 정말로 취업이 잘 될 거야’. 단카이 세대로 대표되는 베이비붐 세대, 당시의 청년들에게 하던 말인데 단카이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19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은 빈말이 되고 말았다.


제조업의 공동화뿐 아니라 일본의 제조업체 특히 전자업체의 몰락 때문이다. 일본의 제조업은 지난 1990년대 후반 판단 실수로 디스플레이에서 메모리반도체, 핸드폰 등 모든 가전, 첨단전자업종에서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한국에 추월당했다. 그로 인해 가뜩이나 해외이전이나 자동화로 인해 줄어든 일자리가 더더욱 줄어들었다.


고이즈미의 노림수


지난 2002년경 당선된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촉발된 도쿄의 도심재생사업은 다마신도시를 비롯한 도쿄인근 위성 신도시들을 몰락시켰다. 고이즈미는 그때까지 강력한 도쿄의 규제를 혁파했는데 얼떨결에 총리가 된 그의 탓(실제 2등이었으나 1등이 스캔들로 낙마하면서)도 있었지만 지방의 지역기반이 없는 총리였던 탓에 강력한 노림수가 통했다. 그 노림수는 도쿄의 규제혁파였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한 나라의 우두머리가 되자면 강력한 지역기반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때론 그 지역기반이 독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또 우두머리가 되기까지는 지역기반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두머리가 되고 나서는 각종 이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한번 총리를 하고 지역을 외면하면 단명총리로 끝난다. 그러나 고이즈미는 원래부터 지역기반으로 당선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방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쿄의 규제를 풀어 버렸다. 그가 펼친 논리는 이거였다.


‘도쿄를 묶어놓고 기업을 지방으로 내려가라고 하는데 지방으로는 안 가고 외국으로만 간다. 그러나 도쿄를 지방과 수도의 대립구조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쿄를 세계최고의 도시와 경쟁하는 별개의 도시로 본다면 도쿄의 규제는 부당하다.’ 그는 일본도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인한 공동화는 어쩔 수 없다고 봤다. 이후 그들은 서비스업의 확대를 생각했다.


서비스업의 꽃은 금융업이다. 미국을 벤치마킹해 제조업이 공동화된 다음 월스트리트처럼 은행, 펀드 등이 세계를 제패하면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제조업 이후에는 서비스업, 즉 금융업이다. 도쿄는 뉴욕, 파리, 런던의 도시들보다 규제가 많아 그들과 싸우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도심재생사업을 해서 콤팩트시티를 만들자. 그들이 말하는 콤팩트시티는 자동차의 대중화로 인해 도시가 팽창하면서 교외로 거주지가 이동하고 도시 외곽의 환경이 파괴되는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도시를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을 의미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도심에 100층짜리 거대한 건물을 여러 개 짓고 그 건물마다 주거, 직장,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을 한꺼번에 모아놓는다면 걸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고밀도 압축 도심재생사업이 된다고 본 것이다. 이후 롯폰기힐즈를 비롯한 십 수 개의 거대빌딩들이 역세권을 중심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고이즈미가 꿈꾸어왔던 도쿄의 금융 허브 추진 계획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대신 도쿄의 엄청난 주거지 공급만이 남게 되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베드타운기능만 하던 신도시의 핵심인력 청·장년층을 빼앗아오는 효과를 발휘해 소비의 주체였던 청·장년층이 도쿄로 유입되고 신도시에는 노인계층만을 남기는 결과를 낳았다.



단카이세대의 빗나간 전망


일본은 단카이세대가 은퇴를 막 시작했을 때 이렇게 전망했다. ‘새로운 소비의 주체가 뜬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소비트렌드를 분석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생각이었다. 그들은 소비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평균수명이 너무 길어져 소비를 줄여야 했고 그것은 신도시의 몰락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었다. 신도시는 1개 동네에 쇼핑센터가 있었다면, 이후 2개의 동네로, 그리고 다시 3개의 동네, 5개의 동네 중 하나만이 쇼핑센터로 남았다.


노인들은 운전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차를 타고 가서 쇼핑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 것이다. 청·장년층의 도쿄로의 이동은 쇼핑센터뿐만이 아니라 학교, 유치원, 병원, 구청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이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줄어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결국 이것이 또 다시 청년층의 이탈을 부르게 되었다. 청년층은 어차피 대기업 취직도 힘들고 힘겹게 프리터 족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편의점, 쇼핑센터, 음식점, PC방과 같은 업소들의 현격한 감소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는 도시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들 프리터족이 발전해서 생긴 것이 사토리족이다. 이들은 도쿄에 모여 살게 된다. 일본의 자동차회사가 청년층에게 자동차를 팔려고 조사를 했더니 청년들이 운전을 안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운전면허 자체가 없었다. ‘사토리’라는 말처럼 내일 죽을 사람마냥 달관하고 무위도식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의 공통점


현재 우리나라도 이러한 조짐이 보인다. 첫째, 제조업의 공동화이다. 제조공장은 모두 외국으로 옮겨갔고 국내의 공장은 자동화로 인건비를 줄여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고 그것은 청년층의 실업을 의미한다. 제조업이 엄청나게 부흥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의 70년대와 같은 베트남 등의 저개발국뿐이며 앞으로 제조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용되는 일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둘째, 서울의 도심재개발이다. 서울의 도심재개발은 어쩔 수 없는 대세다. 100층짜리 건물들이 건축 중이거나 지어질 예정이다. 제2롯데월드, 현대자동차의 삼성동 사옥, 상암DMC, 용산 개발 등 일련의 일들은 서울의 대규모 공급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의 롯본기힐즈나 오테마치 등 콤팩트시티를 개발해야 한다고 정부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서울의 재개발, 재건축이 대규모로 일어난다면 앞으로 서울 위성도시들의 급격한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셋째, 우리나라 대표기업이 몰락하고 있다. 삼성, 현대, LG, 포스코 등 우리나라의 모든 대표기업이 중국기업에게 서서히 따라 잡히고 있다. 주요 언론보도를 참고한다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韓 8개, 日 9개, 中 6개’라는 헤드라인이 보인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1위 하는 품목은 대부분 중국이 2위, 3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과 중국의 전체적인 기술격차는 1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기술격차 1년의 의미는 뭘 말하는 것일까? 일본이 우리나라에게 추월당하고 더 혹독하게 암흑기를 겪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이미 제조업이 고용을 충분히 할 수 없다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일본처럼 세계를 상대로 한 서비스업 확대를 할 것이냐는 의문이 있다. 기축통화를 가진 일본도 실패한 것을 우리가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넷째, 삼포세대의 등장이다. 이러한 종합선물세트가 삼포세대이다. 이들은 일본의 사토리 세대보다는 덜하지만 결혼과 취업, 연애를 포기하면서 그들의 길을 가고 있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지금은 임금피크제가 대안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기만으로 드러날게 뻔하다. 이미 우리나라의 기업은 정년까지 다닐 수 없을 뿐더러 정년까지 다닌다고 하더라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니 그들의 연봉을 깎아서 청년들의 임금으로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게다가 이것이 대기업의 공장노조를 겨냥했다면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대한민국의 국민 중 1/100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사람은 더 드물다. 백 번 양보해서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경영상의 이유로 안 하면 그것을 강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한국이 위태롭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자는 것은 아니다.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될 수 있다는 뜻이고 그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비는 그나마 부동산 임대에 있어서 서울은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넓게 봐도 1기 신도시 정도에 국한 된다는 것이다. 청년은 그래도 서울에 모인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의미하는 뜻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