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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대리 출시 소식만으로 둘로 갈라선 대리운전 업체와 기사들


카카오택시는 출시 4개월여 만에 일 호출 수 24만건, 누적 호출 수 1천200만건을 올리며 순식간에 시장에 자리 잡았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가 전국 기사 회원 수 14만명을 넘어서며 국내 대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택시 호출 시장 전체 규모를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카카오택시에 이어 대리운전 서비스도 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기존 대리업체들은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지역 소상공업에까지 진출해 지역상인들을 죽인다며 들고 일어 났는데 반대로 대리기사들은 기존 업체의 횡포에 못살겠다며 두팔을 벌려 환영하고 있는 모양새다. 카카오대리 출시 소식만으로 이들이 이렇게 갈라선 이유는 뭘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밤 11시. 많은 사람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버스에 실려 집으로 가고 있었다. 대부분 졸고 있는 버스 안에서 핸드폰 3대를 켜놓고 번갈아가며 분주하게 뭔가를 계속 보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가까이 가서 보니 바로 대리운전기사였다. 콜을 받으려고 3대의 기계를 번갈아 가며 집중해 보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리운전이 활성화 돼있다. 전문가들은 우리에서 대리운전이 활성화된 이유로 음주문화와 자가 차량의 급격한 증가, IMF 이후 일상화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부족현상, 야간교통의 발달을 꼽았다. 대리업체는 2014년 기준 전국 3천851개, 종사자는 2015년 기준 전국에 8만8천883명이 일하고 있다. 매출은 2조에서 2.5조 원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런 대리운전 업계가 요즘 시끌시끌하다. 바로 카카오대리 출시 소식 때문인데 카카오측은 아직 검토단계라고 말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카카오는 입을 꾹닫고 있지만 취재원에 의하면 카카오는 카카오대리 출시 여부를 위해 대형 보험회사 한 두 곳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대리에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카카오택시의 선례 때문이다. 카카오택시는 출시 4개월여 만에 일 호출 수 24만건, 누적 호출 수 1천200만건을 올리며 순식간에 시장에 자리 잡았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가 전국 기사 회원 수 14만명을 넘어서며 국내 대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택시 호출 시장 전체 규모를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대리가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은 엉뚱하게 대리운전업체와 대리운전기사들의 싸움으로 번졌다. 기존 대리업체들은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지역 소상공업에까지 진출해 지역상인들을 죽인다는 논리로 강하게 반발하며 급기야 카카오의 본사 건물 앞에서 대규모 시위까지 개최했다. 하지만 대리업체들의 시위가 한창인 현장 한쪽에서는 대리기사들의 카카오대리 출시를 환영한다는 맞불집회가 동시에 열려 눈길을 끌었다. 시위현장에서 대리기사들은 카카오대리가 기존 업체의 횡포와 잘못된 관행을 잡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카카오대리 출시 소식만으로 이들이 이렇게 갈라선 이유는 뭘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카카오대리 환영하는 대리기사들


한 달여 동안 만나본 대리기사들이 제기한 불만과 업계의 문제점을 정리했다. 대리기사들은 한 달에 통상적으로 보험료 10만원 + @, 프로그램비 개당 1만5천원, 수수료는 건당 20%를 업체가 가져간다. 대리기사 한명이 프로그램을 최소 2개에서 3개를 쓴다고 한다. 먼저 대리기사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것은 대리운전보험의 단체 강제가입 문제다. 대리기사들은 업체들이 단체보험 가입을 강요해 대리기사들의 보험 선택의 권리를 박탈하고, 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보험증권이나 영수증을 교부받지 못해 보험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낙성대입구역에서 만난 한 대리기사(39)는 “모든 업체가 단체가입만을 강제하고 있어 대리운전기사 특성상 업체별로 대리운전을 하려면 이중 삼중으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며 “더 문제는 혹시 사고라도 나면 렌트비는 보험에 포함돼 있지 않아 대리기사가 부담해야 하고 책임보험도 가입되지 않은 일명 대포차를 수행하다 사고시 모든 책임을 대리기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보험처리가 다 된 사고 건에 대해서도 면책금 명목으로 20만원~30만원을 업체가 강제 징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리기사는 프로그램사와 업체들의 담합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업체들 간 담합인지는 모르겠으나 하나의 업체에서 콜을 막으면 그 연합내의 모든 업체의 콜도 정지되면서 대리기사를 사실상 해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대리기사들은 프로그램사들이 하나의 동일한 프로그램을 쪼개서 대리기사들로부터 프로그램 사용료를 중복해 받아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운전 콜을 받으려면 기사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한달에 1만5천원 정도를 내야 하는데 이를 프로그램별로 중복해서 받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대리운전기사단체 관계자는 “우리 기사들이 카카오대리운전을 환영하는 이유는 하나”라며 “현재 불합리한 대리업계의 구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데 있다”고 토로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대리운전이 대중화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대리기사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운전과정에서 다양한 분쟁과 사고가 사회문제화 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이성종 민주노총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카카오대리에 대해 대기업의 횡포 운운할 것이 아니고 그동안 대리기사들에게 저지른 과거사부터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며 “대리운전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고 싶다면 업체 스스로 전향적인 사고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카카오대리가 현실이 된다면 대리운전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이루고 노사가 평등한 관계를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좋은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업계,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로 중소산업 다 죽는다


밤 9시가 넘으면 다수의 대리운전업체로부터 대리홍보 문자가 줄줄이 들어온다. 라디오와 케이블에서도 끊임없이 대리운전 광고가 흘러나온다. 술을 한잔 할 수 있는 곳이면 계산대 위에는 어김없이 10여개 정도 되는 대리운전업체의 명함이 놓여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리운전 시장은 계속 경쟁이 심해지고 있어 홍보에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홍보와 광고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지금 상황에 카카오대리가 들어온다면 대다수의 대리운전 업체는 다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7월20일 카카오 판교 사옥 앞에서 전국대리운전연합회 측은 집회를 열고 “소규모 업체들이 시장을 키우고 노력해 왔는데 대기업이 무임승차하려하고 있다”며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기존 종사자들의 생존권이 위협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감원, 대리운전보험 제도 개선 나선다


대리운전이 자유업종이라고 해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리운전은 매일 47만 명이 이용하고, 8만7천 명의 대리운전기사가 일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다. 금감원에서도 대리운전 보험과 관련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금감원은 “이번 제도 개선은 일반 국민이 보다 안심하고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과 대리운전업자보험과 관련한 대리운전기사들의 애로 및 민원사항을 해소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먼저 대리운전 이용자(車主)의 자동차보험에서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운전자한정 특약’을 개선한다. 일상생활에서 불가피하게 운전자의 범위를 벗어나 대리운전업자에게 차를 맡기는 경우가 많음에도 대다수 국민은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운전자 범위 등을 제한하는 특약에 가입한 경우가 대다수다.


대리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는데, 대리운전기사가 무보험일 경우 피해자에 대한 인적·물적 피해 전부를 대리운전 이용자(車主)가 개인비용으로 배상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제 대리운전업체 소속 대리운전기사가 무보험상태에서 일으킨 대인사고나 대물사고로, 이용자(車主)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이용자가 가입한 ‘운전자한정 특약’에서 추가 보험료 부담없이, 보험회사가 먼저 보상하고 보험회사는 대리운전업체에게 보상금액을 구상하도록 ‘운전자한정 특약’을 개정했다.


한편 앞으로 보험증권상 대리운전기사가 ‘운전피보험자’임을 명확히 표기하도록 해 대리운전 이용자가 대리운전기사의 보험가입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대리운전기사는 자신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인지 가능하게 된다. 그동안 대부분의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인 대리운전업체에게 보험증권을 교부해 대리운전기사가 보험증권을 소지하지 않았다. 이에 이용자(車主)가 대리운전기사가 보험에 가입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보험증권상에서도 대리운전기사가 운전피보험자가 아닌 운전자로 표기돼 있어 일부 대리운전기사는 대리운전 중 사고시 보상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이에 9월1일부터 대리운전업체(계약자)뿐만 아니라 대리운전기사에게도 보험증권(또는 보험가입증명서)을 발급하도록 하고, 보험증권상 대리운전기사가 ‘운전피보험자’임을 명확히 표기하도록 했다. 또 일부 대리운전업체가 보험계약의 중요내용과 보험료 등을 소속 대리운전기사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실제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대리운전기사가 자신이 부담하는 보험료와 보장범위 등을 모르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대리운전기사는 자신이 부담하는 보험료의 적정성과 보장내역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구심을 제기해 왔다.


앞으로는 대리운전기사가 본인의 보험료와 보장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험회사 홈페이지에 구축해 자신의 휴대폰으로도 보험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험계약 사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본인 명의의 공인인증서 또는 휴대폰이 없는 경우에는, 보험회사 콜센터를 통해 확인 가능토록 구축한다.


대구, “우리는 상생하고 있다”


대리운전업계가 점점 더 시끌시끌해져 가는 가운데 전국의 모든 대리운전업계가 이같이 서로 헐뜯으며 불편한 공생관계를 끌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구지역은 대리기사단체와 업체들이 상호 발전과 상생을 위해 대리운전 노사협의체를 구성했다.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난 2012년 합의서의 내용을 보면 요금현실화(노사가 합의한 구간요금 적용), 표준요율제(콜당 3천원) 유지, 대구지역 대리기사 복지위원회 구성·운영(복지기금 출연), 연령차별 철폐, 프로그램 사용료 철폐 위해 시스템 보완, 지역 내 기사총량제 도입, 강제배차 철폐, 휴직시 프로그램 사용료 철폐, 보험 하나로 3개 연합사 적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도 시외 및 시내요금 현실화, 적정한 수수료, 기사정원제, 모니터링 정례화, 신규입사자 업체 등록 의무화, 불법 콜 척결, 순환차량 증차 등에 합의했다. 이성종 정책실장은 “대구지역 사례처럼 이렇게 충분히 서로 간 대화와 협의를 통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오랜 기간 쌓여 있던 대리업체와 기사들 간의 불만이 카카오택시에 이은 카카오대리 소식만으로 표출된 모양새다. 카카오택시 건으로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는 택시 서비스 이용이 편리해지면서 시장이 커지기 때
문에 기존 사업자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존업체의 의견을 들으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업체와 기사 둘 중 하나만 없어도 유지될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업계에 대안이 등장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쪽이 들고 일어났다.


어쩔 수 없이 불편한 공생을 계속해 왔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상생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도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카카오택시가 기존 콜택시를 이용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시장에 끌어들이며 판을 넓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턱대고 인정에 호소하는 반대 또는 찬성 일변도 주장을 하기 보다는 혹여 카카오대리가 출시되더라도 업체와 기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