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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자전거 탄소배출권을 팔러 가는 날

- 탄소중립실천, 우리가 잘못하는 자전거정책 10가지(제2편)
- 자전거 타는 미래 인류, 호모-사이클로쿠스 (Homo-Cyclocus)

제2편 : 자전거 탄소배출권을 팔러 가는 날

 

“하늘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405PPM이라고요? 그게 뭔 말이죠?”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던 나는 먼 하늘을 보다가 함께 자전거 여행에 나선 동료 라디더에게 물었다. 그가 날 어떻게 이해시킬까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405PPM이 있다는 말은 공기 분자 100만개 중에 405개의 이산화탄소 분자가 들어있다는 소리입니다. 1PPM은 0이 여섯 개, 백만 개 중 하나입니다. 1958년에 처음으로,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섬에서 측정을 했는데 315PPM이 나왔어요."

 

"그 이전인 1850년에 확인한 이산화탄소 수치도 있는데. 당시 빙하에 구멍을 뚫고 캐낸 긴 원통 모양의 코어(glacier core)에 갇혀있는 기포를 분석해 측정해 봤더니 285PPM이었습니다. 그랬던 수치가 산업화이후 오늘날 405PPM으로 급상승했고, 여기에 더해 매년 2PPM씩 높아지고 있는 것이죠.”

 

 

“그것 때문에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이유가 뭐죠?” 내가 물었다.

 

태양에너지로 뜨거워진 지구는 불덩어리가 될 텐 데 지구 스스로 열을 대기로 방출해 지구 온도를 조절해 왔는데 지금은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서 순환 시스템이 무너져 버렸다는 것이다.

 

“공기는 99.9%가 질소와 산소, 아르곤(Ar)으로 되어 있는데 이들은 태양에너지의 적외선을 통과시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공기 중에 미량이 있는 이산화탄소(현재 0.04%). 적정량은 지구의 온도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이지만, 과도하면 적외선을 통과시키지 않고 흡수해 버려서 마치 공중에서 술에 취한 사람처럼 이산화탄소 분자가 빙글빙글 돌면서 주변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 가스는 지구의 복사열이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서 결과적으로 지구의 온도를 높인다는 말이다. 내가 또 물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 가스는 빗물 등에 씻겨 내려오지 않나요?”

 

“맞습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65%~80%는 탄소동화작용을 하는 식물들에 의해 흡수되거나 빗물 등에 씻겨 내려 20년~200년에 걸쳐 흙이나 바닷물에 용해됩니다. 나머지는 수천 년에 걸친 화학적 풍화작용에 의해 암석에 들어가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공기 중에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수천 년에 걸쳐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없으면 지구의 복사열이 다 빠져나가게 내 버려둬서 지구는 추워서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잖아요?”

 

“그렇습니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있어서 지구의 온도는 평균 15도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너무 많이 배출해서 큰일입니다. 적정량은 지금도 과학자들 사이에 논쟁거리지만 대개 350PPM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405PPM에서 55PPM을 줄이면 되겠네요.”

 

 

휴식을 끝낸 우리는 어느 호반의 자전거 길로 들어섰다. 멀리 파란 하늘 아래에서 흰 뭉게구름이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수면 위로 캐나디언 카누 한 대가 물을 가르며 우리를 환영하는 듯 했다. 나는 또다시, 뒤따라 오는 그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솔직히 PPM이라고 하니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공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의 무게는 얼마 쯤인가요?”

 

그가 자전거를 내 옆에 나란히 달리며 말했다.

 

“이산화탄소의 무게는 영하 78.5도와 1기압일 때 고체(드라이아스)가 되어 쉽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계산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1PPM의 무게는 70억 8천만 톤입니다. 어마어마하지요?"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산소로 구성되어 있어서 탄소는 전체의 4분의1(27.3%)입니다. 그래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1PPM일 때 탄소가 차지하는 무게는 20억 천만 톤입니다. 이 무게는 이해를 돕자면, 고체 흑연 1㎦의 무게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계산에 의하면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405PPM의 무게는 1㎦의 고체흑연 덩어리 405개를 합한, 8140억 5천만 톤인 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거대한 탄소덩어리를 누가 얼마나 배출한 것일까?

 

 

Climate Watch와 World Resources Institute(2020)에서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가 배출하는 탄소를 100이라고 했을 때, 도로 교통 부문이 차지하는 탄소배출은 11.9%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산업, 농업 등 지구상의 모든 부문이 나서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도로 교통 부문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구촌 사람들이 웬만하면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면, 독일의 오토가 가솔린 엔진을 개발한 1866년 이전의 285PPM 수준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허황된 이야기라고? 자전거를 일상 생활화하여 탄소배출을 줄이는 네덜란드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최근 덴마크의 남(南)덴마크 대학교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한 논문에서 하루 평균 2.6㎞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네덜란드 국민처럼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연간 약 6억8천6백만 톤의 탄소, 즉 0.33 PPM를 감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교통연구원(2021년)의 국가별 자전거교통수단 분담률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27%(우리나라 1.2%)다.

 

그래서 네덜란드사람처럼 자전거만 타도 지구촌은 매년 0.33PPM씩 2050년까지 26년간 8.58PPM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0.33ppmX26년). 더구나 자전거 교통 분담률을 높이고 타는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탄소 절감량은 비례해서 늘어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 사람들도 자전거를 많이 타게 할 수 있을까?

 

▲첫째, 주행거리에 따라 탄소절감 교통수당을 지불한다. ▲둘째,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 세제혜택이나 건강보험료 등의 할인혜택을 준다. ▲셋째, 주행거리 당 탄소배출절감에 따른 권리, 즉 ‘탄소배출권’을 인정해서 거래소에서 매매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첫째와 둘째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만 인센티브를 줘서 납세자들 간에 이해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다.

 

그러나 셋째는 타인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기 때문에 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2016년 파리기후 협정에 따라 전 세계가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도 한국거래소에서 처음 도입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에는 배출권거래제 대상인 861개 기업들만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속하지 않은 기업이나 개인은 참여할 수 없다. 그래서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민간주도의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을 올 하반기에 열겠다고 밝혔다.

 

탄소를 절감한 양만큼 탄소배출권(탄소 크레디트)을 인증해주고 이를 주식처럼 거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주도의 거래소에 참여할 수 없었던 여타 기업이나 공공단체 등도 탄소절감 인정받게 되면 민간 거래소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전국 최초로 공공자전거를 통한 탄소배출권을 판매하기 위해 해당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통한 탄소감축분을 내년부터 거래시장에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차원에서도 한 자전거전문 플랫폼이 GPS를 기반으로 측정한 주행거리에 따른 탄소 절감효과에 대한 인증을 받아 거래소에 배출권 판매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자전거탄소배출권 거래도 실현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지구촌 인류는 지금, 자전거를 타는 미래인류, 호모 사이클로쿠스(Homo-Cyclocus)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또한 그런 날이 머지않았다.

 

호숫가를 지나던 나는 갑자기 해바라기 밭에서 들리는 꿀벌들의 윙윙거림과 보리밭 사이 길을 지나 내 고향까지 단숨에 달려가고 싶었다.

 

‘정부가 자전거 탄소배출권을 누구나 판매할 수 있게 했다’는 뉴스를 듣는 상상을 하면서............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