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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스리랑카 대통령·국회의장·총리 모두 만난 朴의장, 자원·경제외교 성과

- 스리랑카 측 “한국기업 전용공단 추진...韓 기업인 장기비자도 검토할 것”
- 이중과세 방지와 항공협정 개정에 의견접근...광물 투자 등 경제협력 약속도
- 박 의장, 스리랑카 국회의장 만나 행정·상업수도 분리운영 놓고 의견교환
- 스리랑카 동포 및 현지 진출 기업인과 간담회도

 

【박홍기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1월 19일부터 22일까지 2박 4일 일정으로 스리랑카를 공식 방문해 자원·경제 외교에 나섰다. 마힌다 아베와르다나 스리랑카 국회의장과 정부의 공식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문은 2019년 11월 스리랑카 신정부 출범 이후 한국 고위급 인사론 첫 방문이다. 국회의장으로는 2012년 1월 현지 방문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후 꼭 10년 만이다. 박 의장은 이틀간의 방문을 통해 스리랑카가 보유한 희귀광물 자원협력 등 시급한 경협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이중과세 방지협정 및 항공협정 개정, 한국 기업의 스리랑카 개발프로젝트 참여 등을 타진하기도 했다. (사진 : 국회 제공)

 

박 의장은 1월 20일(현지시간) 콜롬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마힌다 라자팍사 국무총리와 릴레이 회담을 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2005∼2015년)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의 친동생이다. 그는 친형 마힌다 라자팍사 대통령 재임 중 국방차관을 역임했고, ‘부활절 테러’(2019년 4월)로 위기감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안보를 강조하며 통일국민당(UNP) 사짓 프레마다사 후보를 꺾고 2019년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듬해 8월 실시한 총선에서 여당(SLPP)이 국회 의석 225석 중 145석을 확보하고 압승해 안정적인 국정운영 동력을 마련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는 10년 만에 이뤄진 스리랑카 방문에서 하루에 전·현직 대통령을 모두 만난 것이다.

 

박 의장은 라자팍사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올해 수교 45주년을 맞아 이뤄진 이번 대한민국 국회의장의 공식방문이 앞으로의 45년을 한 단계 높일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한 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일관된 지지에 대해서도 감사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스리랑카가 지난해 스리랑카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에게 백신접종 우선 조치를 취해준 점, 한국어를 최근 고교 정규교과 과정에 외국어 교과목으로 정식채택한 점 등에 대해서도 사의를 표했다.

 

라자팍사 대통령도 올해 한-스리랑카 수교 45주년을 맞아 이뤄진 박 의장의 방문에 “깊이 감사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이 부산 엑스포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자 라자팍사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스리랑카 측 “한국기업 전용공단 추진...韓 기업인 장기비자도 검토할 것”

 

본격적으로 이뤄진 박 의장과 라자팍사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양국 간 경제협력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박 의장은 “양국 경제구조는 상호보완적이라 협력 가능성이 무척높다”면서 “우리 기업도 스리랑카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어 협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과 스리랑카는 지난 1977년 수교 당시만 해도 교역액이 1,2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1년 3억 9,100만 달러로 30배 이상 증가했다. 스리랑카는 서쪽으로는 아라비아해, 동쪽으로는 벵골만-말라카 해협으로 이어지는 인도양의 길목에 위치한 데다 영어가 가능한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겐 인도나 EU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스리랑카 역시 한국을 발전 모델로 인식하고 경제교류 확대를 원하고 있다. 특히 IT, 제약 분야 등에 한국 투자를 강하게 희망한다는 뜻을 고위 외교채널을 통해 밝혀오기도 했다. 더욱이 스리랑카는 최근 아시아 중시외교를 표방하고 있어, 우리로서도 신남방 외교의 외연 확대를 위해 중요한 협력국이기도 하다.

 

이처럼 양국 협력 시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공감대는 이뤄져 있으나 한국 기업의 스리랑카 투자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스리랑카에 투자한 우리 기업 숫자가 120개였으나 2020년 현재 50여 개에 불과한 상태다. 이에 박 의장은 “양국이 잠재력과 협력 가능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의 투자, 양국의 교역을 늘리기 위해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리랑카에서 한국 기업의 성공 신화가 필요하다”며 “스리랑카에 진출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들면 인적 물적 교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라자팍사 대통령은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고, 피리스 스리랑카 외교부장관은 “한국 기업을 위한 투자 특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편 박 의장은 “스리랑카에 진출해있는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이 있는데, 애로사항 해소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다. 현재 한국 기업들이 1년 단기 비자만 발급받고 매년 갱신해야 하는데 5년간 장기비자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라자팍사 대통령은 “잘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중과세 방지와 항공협정 개정에 의견접근...광물 투자 등 경제협력 약속도

 

박 의장은 양국 간 논의 중인 ‘이중과세 방지협정’과 ‘항공협정’의 조속한 개정도 요청했고, 라자팍사 대통령도 뜻을 같이했다. 이중과세 방지협정은 기업이 외국에서 소득을 얻었을 때 본국이나 외국 중 한나라에서만 세금을 물도록 한 협정이다. 현재 글로벌기업의 소득 이전을 통한 조세회피 차단을 위해 OECD 수준의 정보교환을 규정하도록 논의를 진행 중인데, 신속한 마무리를 요청한 것이다. 항공협정 개정협상에선 안전 및 보안규정 신설, 운임 허가제를 신고제로 변경하는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스리랑카는 흑연을 비롯해 광물자원이 풍부하니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박 의장은 “전환기적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과 스리랑카가 신뢰에 기반한 우호국으로서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흑연 등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보내달라”고 했다. 현재 스리랑카는 리튬 배터리, 차량 소재 부품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흑연을 매년 5,000톤 정도 생산하고 있다.

 

스리랑카 흑연은 순도가 높아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나 탄광 시설이 낙후된 데다 기술 부족으로 채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리랑카는 흑연 외에도 금홍석, 지르코늄, 백운석 등 희귀광물을 포함한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박 의장은 “한국은 40∼50년 전만해도 원조를 받던 나라였으나, 이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면서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서로 윈-윈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접근이 있었다. 박 의장이 “양국이 추진 중인 ‘한-스리랑카 기후변화 협력협정’의 조속한 체결 및 발효로 양국 협력이 구체화하길 기대한다”고 하자 라자팍사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스리랑카로서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스리랑카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태양광, 풍력발전에 대한 한국의 투자를 희망한다”고 했다. 박 의장은 “한국은 그린뉴딜 차원에서 재생에너지에 중점 투자하고 있다”면서 “그린뉴딜 차원에서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박 의장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과의 회담에 이어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와 만나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포함한 인적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는 대통령을 역임했고, 총리만 3번째로 맡고있는 스리랑카 최유력 정치인이다.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2년 한-스리랑카 수교 35주년을 맞아 우리나라를 국빈방문한 적이 있고, 노동장관과 야당 대표 시절에도 방한한 적이 있는 친한파 인사다.

 

 

박 의장, 스리랑카 국회의장 만나 행정·상업수도 분리운영 놓고 의견교환

 

박 의장은 1월 21일 행정수도 스리 자야와르데네푸라 코테(약칭 코테)에 있는 스리랑카 국회를 찾아 스리랑카의 행정수도·상업수도 분리 경험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이날 스리랑카 국회는 본회의 도중 회의를 멈추고 박 의장과 대표단을 환영했다. 박 의장은 마힌다 야파 아베와르다나 의장과의 회담에서 “한국도 세종시에 새로운 국회의사당을 지을 계획”이라면서 “(스리랑카가) 왜 국회와 주요 부처를 코테로 옮겼느냐”고 물었고, 아베와르다나 의장은 “두 개의 수도를 가진 이유는 첫째 교통난 해소, 둘째는 공간확보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콜롬보에는 더 이상 새 건물을 짓기 위해 부지를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콜롬보의 건물들은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보존이 필요한 건물들이어서 허물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또 “국회와 다수의 부처가 코테로 분리되고 난 뒤 어려움은 없었느냐”고 물었고, 아베와르다나 의장은 “국회와 여러 부처를 옮겨 보니 콜롬보의 교통이 수월해졌고 안전에 도움이 됐다”면서 “코테는 개발이 매우 활발해졌다. 저개발지역이 발전하게 됐고, 인구도 늘었다. 국회와 부처뿐 아니라 가령 군 본부도 최근 이전해서 6000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개발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여러 부처를 코테로 보낼 예정이다. 코테는 더 중요한 도시가 될 것”이라고 자세히 설명했다.

 

스리랑카는 최대도시인 콜롬보를 상업수도로, 코테를 행정수도로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1977년 콜롬보에서 10여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코테에 행정수도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코테의 국회의사당은 1982년 완공됐다. 현재 코테에는 국회 이외에도 국방부와 교육부, 교통부, 환경부, 국토부, 농업부, 수자원부, 플랜테이션부, 공안부 등 10여 개 정부 부처가 입주해 있다. 대통령실과 총리실, 외교부, 법무부, 대법원 등 20여 개 기관 및 각국 대사관 등은 콜롬보에 남아있다.

 

한편 박 의장은 지난해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바 있다. 박 의장은 이날 스리랑카 국회의장이 전하는 생생한 코테 의사당의 성공담을 현장에서 경청하고 확인하면서 세종의사당 건립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박 의장은 지난해 10월 세종시 건립예정부지(연기면 세종리 805번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회세종의사당 기본계획 수립을 서둘러 세종국회의 큰 그림을 빠른 시일 내 완성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스리랑카 동포 및 현지 진출 기업인과 간담회도

 

한편 같은 날 박 의장은 우리 동포 및 기업의 지·상사 대표들을 만나 애로와 건의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스리랑카에는 600여 명의 재외동포들이 있다. 박 의장은 “바닷물 닿는 곳에 파도가 있듯이, 우리 국민이 활약하고 있지 않은 곳이 없다”며 “코로나19로 최근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동포들에게 위로와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2박 4일간 스리랑카 공식방문 일정을 마친 박 의장은 1월 22일 귀국했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