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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김포시민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김포시민들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분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17년 전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서울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발표된 12곳의 신도시 가운데 김포시의 한강신도시 계획을 포함해 놓고 교통인프라 조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전무 했던 데다 이번에도 김포시가 건의한 서울로 바로 가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노선이 반영되지 않았다. 또 김포시가 건의한 노선 대신 서울 도심까지 30분 안에 간다는 GTX 개념과 전혀 동떨어진 김포시와 부천시까지 잇는 이른바 김부선 안을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았기 때문이다.

 

 

앞뒤가 뒤바뀐 우리나라 신도시 정책

 

노무현 정부 당시 발표한 제2기 신도시는 수도권 10곳, 충청권 2곳이었다. 수도권의 경우 ▲김포시의 한강신도시 ▲성남시의 판교신도시, ▲화성시의 동탄1도시, 동탄2도시, ▲파주시의 운정신도시, ▲수원, 용인시의 광교신도시, ▲양주시의 양주신도시, ▲송파, 성남시, 하남시의 위례신도시, ▲평택시의 고덕국제신도시, ▲인천서구의 검단신도시 등이었다. 이들 신도시는 판교, 위례를 제외하고 서울에서 반경 30~40km, 그러니까 서울 광화문 네거리(도로 원점)에 컴퍼스의 중심을 대고 원을 그렸을 때 원 안에 들어오는 지역이다.

 

마라톤 코스인 42.195km보다 짧긴 하나 김포시의 한강 신도시뿐만 아니라 다른 신도시도 서울과의 거리가 먼데도 교통인프라의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큰 문제점을 처음부터 안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신도시는 교통 인프라 등 기반시설을 먼저 해놓고 주거 시설을 설치하는 게 순서일 터.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단 주거단지부터 만들어 놓고 주민을 이주시킨 후 기반시설을 보완하는 방식이라서 자연히 서울로 연결되는 교통망에 신도시의 성패가 달린 건 물어보나 마나이다.

 

GTX는 잉글랜드 런던의 크로스레일이 모델

 

이런 상황에서 2010년 경기도 도지사에 출마한 김문수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기존 수도권 간선 전철 계획을 수정 보완한, 서울시와 경기도 등 수도권 주요지점을 연결하는 이른바 광역급행철도, GTX(Great Train eXpress)였다. 잉글랜드 런던의 크로스레일을 벤치마킹한 대심도(大深道?), 즉 터널공법으로 지하 30~60m(기존 지하철 깊이는 10~27m)를 직선에 가깝게 뚫어 시속 100km의 급행열차를 운행하자는 것이었다.

 

이 공법은 땅값 상승, 지상에 설치된 시설물 등 도심에서 추가용지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주목받았지만, 공사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었다. 김문수 후보가 유시민 후보를 제치고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는데, 2018년 들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각 지역구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정책이 되어 이미 A노선(운정역~동탄역)은 공사에 들어가 있으며, B노선 (송도역~마석역), C노선(덕정역~수원역)은 확정된 상태였다. 이런 계획을 보면 김포시는 무슨 이유인지 계획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었다.

 

정부와 김포시장의 해석 차이

 

김포시 정하영 시장은 정부가 2019년 10월 31일, “대도시권 광역 교통 비전 2030”에서 수도권 인구의 약 77%가 광역급행철도의 수혜를 보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서부권은 제외되어 있다는 상황을 인정하고, 수도권 서부권과의 광역급행철도 신규노선과 서울 5호선 연장 등 수도권 전체 주요 거점을 30분대로 연결하는 광역 철도망을 구축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신문의 fact 확인 결과 정부의 강남행 약속은 없었다지만, 서울 못 가는 김부선(김포시와 부천시)은 GTX의 본래 개념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을 30분 안에 연결하는 교통수단의 의미이므로 정부의 발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 보인다.

 

 

김포시를 왜 차별하는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수도권을 11개 축으로 나눠 교통계획을 세운다. 이에 따르면 김포 축에 있는 철도는 김포 골드라인이라고 해서 2량이 다니는 꼬마 경전철이 유일하다. 그러나 성남 축의 경우 서울 8호선과 신분당선, 고양 파주 축은 3호선과 GTX-A, 인천, 부천 측은 7호선과 공항철도 등이 있어서 김포 축과 대조된다. 김포시의 인구는 현재 45만 8천505명으로 지난달보다 6,663명이 늘어 인구증가율로 보면 전국 226개 지자체 가운데 1위이다. 인구수로는 경기도에서 13위, 전국 지자체 가운데 30위다.

 

인구로 봐도 철도가 안 놓이는 게 이상하다. 김포시 인구는 신도시 발표가 있던 2003년에 20만 명, 10년 뒤인 2013년에 31만 2천 명, 2019년에 43만 명, 50만 명을 돌파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더구나 신혼부부 등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김포시민 평균 나이는 39.7세, 전국평균인 44세보다 3.3세가 어리다. 그러니 필자처럼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이 제일 많이 듣는 인사가 어르신! 이란 말이다.

 

필자는 작년 10월, 한강 신도시 계획상 상업지구로 조성 중인 김포시 구래동의 한 임대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임대 아파트에 들어온 것이므로 부동산 차익에 흑심을 품은 투기꾼으로 오해 없으시길, “임대 아파트로 들어가려면 무주택자여야 하지 않나? 그 나이에 아직 집도 없으신가?”하고 물으면, 창피하니까, 그 이야긴 이쯤 접고, 사실은 둘째 아들이 5년 전부터 이곳에서 가게를 임대해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녀석을 보러 왔다가 눌러앉게 된 거다.

 

서울에서 31.5km 김포시 구래동

 

혹시 필자가 사는 김포 구래동을 아시는지? 아마 처음 듣는 분들이 많을 거다. 필자 역시 이런 동네가 있다는 걸 예전에 미처 몰랐으니까, 구래는 가현산(213.5m, 이곳에 올라보면 서해, 강화도, 한강, 그리고 멀리 한강 너머로 북한의 산이 아스라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인천 서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김포반도의 중간 아래쪽에 속하는 지역이다.

 

인구는 5만 명, “뭐라고? 구래동이라고? 거기가 아디야, 전남 구례 말하는 거야?” 전화로 대화를 하다 보면 그렇게 묻는 지인들이 많다. 산수유가 노랗게 핀 그 구례가 아니고, 김포시 구래동이다. 이곳은 서울 광화문 네거리(도로 원점)에서부터 31.5km 떨어진, 그러니까 42.195km 마라톤 코스에도 훨씬 못 미치는 거리라, 마라톤 좀 하시는 분이라면 뛰어오셔도 2시간 안에 오실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가 사는 구래동 아파트에서 걸어서 김포 골드라인의 구래역까지 가는 데는 15분이 걸린다.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는 시간 5~6분, 김포공항역까지 31분, 거기서 9호선 급행을 타고 여의도역에 내려 샛강역까지 완행으로 바꿔 타는데 대기하는 시간 10분, 샛강역에서 지상으로 나와 걷든지,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가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 돌아올 때는 김포공항역에서 골드라인을 타는 시간이 오후 6시쯤 되는데 전동차 안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숨을 쉬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런 식으로 길에다 버리는 시간은 족히 4시간이 걸리고, 교통요금도 한 달에 10만 원이 넘게 나온다.

 

국비는 들어가지 않고 김포시민이 부설한 김포 최초의 철도

 

1997년 「대도시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정부의 광역전철 건설 및 개량사업으로 이익을 보는 택지 개발사업자, 대지 조성 사업의 시행자가 그 사업비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법이다. 사업시행자가 그 사업비 일부를 부담하는 것으로 이것이 광역교통부담금인데 분양가에 반영되는 것이니 결국은 신도시 입주민이 내야 한다. 그래서 위례신도시의 경우 1인당 1,400만 원, 파주 운정신도시의 경우 1,700만 원, 김포시 한강신도시의 경우 주민 1인당 1,200만 원을 냈다.

 

김포시는 이 돈을 모은 1조 2천억 원과 김포시 예산 3천억 원 등 그러니까 국고지원은 한 푼도 지원받지 않고 총 1조 5천86억 원을 들여 김포반도에 역사상 처음으로 지하터널에 철도를 깔고 우여곡절 끝에 2019년 9월 28일-김포 골드라인을 개통했던 거다. 그동안 5호선, 9호선의 김포 연장을 무던히도 추진했으나 좌절된 상태다. 국내 철도 역사는 130여 년, 다른 지역과는 달리 철도와의 인연이 지지리도 없었던 김포반도가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최초의 철도를 놓으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수도 늘어났으며, 자연스럽게 GTX가 서울까지 직결되기를 바랐던 거다.

 

필자가 보기에 결코, 부동산 때문이 아니다. 도시철도 국고지원을 보면 김포시민의 울분이 왜 폭발했는지 알 수 있다. 인구수가 30만 명인 하남시의 경우를 보자. 하남시는 5호선 연장, 3호선 연장, 9호선 연장 등에 총 2조 4천억 원의 국고를 지원받는 데 반해 김포시는 0원이다. 똑같이 세금을 내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니 지역 형평성이란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고양시에 샌드위치가 된 김포?

 

하늘의 길을 여는 김포공항과 경인 아라뱃길 운하의 물류 중심지가 김포 아닌가, 김포는 그 이름만으로 낭만이 넘실대는 듯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김포공항은 행정구역상 서울특별시 강서구에 속해 있고, 총 길이 18km의 아라뱃길은 거의 전 물길 좌우가 인천광역시에 속했다가 항구만 김포시에 들어온다. 그나마 아라뱃길은 한강과 이어지길 기다리며 운하로서 포기상태에 이르러, 운하 건설비로 들어간 2조 4천억 원 이상이 물에 잠긴 상태다. 더구나 북한과의 접경으로 한강에는 퇴적물이 쌓여가고 있다.

 

김포시는 이웃한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고양시 등에 끼어 국고지원의 사각 지역으로 철도가 놓인 것도, 이제 겨우 1년 반밖에 안 됐지만, 오히려 김포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해 수도권 서부 중심도시로 급성장하며 “All business is local”이란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1997년 김포시의 사업체는 9,270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9년 말 기준, 23만 4천여 개로 급증했다.

 

근로자는 17만 6천 명, 학교는 178개교에 이른다. 김포는 한강을 따라 흐른 삶의 터전답게, 비옥한 땅과 물류 중심지로 부흥한 역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강하구 워터프론트 시대’의 미래 비전을 선포했다. 올해를 한강 철책 제거와 활용의 원년으로 삼아 한강하구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한강을 활용한 테마형 개발을 통해 미래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김포 대명항을 출발하여 철책을 따라 걷는 평화누리 길도 머지않아 세계적인 평화 순례길이 될 것이다.

 

 

수도권의 경제발전은 전철에서

 

도쿄도와 가나가와현 등 7개 현을 일컫는 일본의 수도권 인구는 일본 전체 인구의 35%, 약 4천4백만 명으로, 경제 규모는 2조 154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세계 8대 경제 국가인 이탈리아 명목 GDP를 능가하는 엄청난 규모다. 도쿄에는 60개의 전철 노선이 있고, 수도권에는 100개의 지역 전철 노선이 있다. 기절초풍할 규모다. 어느 지역에서든 도쿄까지 1시간 내로 출퇴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코로나 전에 일본 수도권 여행을 끝내고 온 필자의 친구는 우리나라에서 GTX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자, 대뜸 “누군가 김포시민을 우습게 보는 거지”라고 했다.

 

누가 누구를 우습게 보는 걸까? 강남의 지하로 터널이 뚫리면 고층아파트가 무너진다는 민원이 제기되었기 때문일까? 어째서 김포에서 부천까지만 가려고 하는 걸까? 예산? 노선중복? 그런 말은 말단 공무원이나 하는 소리지, 장관이 할 말은 아닌 듯하다.

 

아직도 건교부는 김부선을 결정한 근거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제대로 교통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을 터. 올해 경기교통공사가 새로 만들어졌다 하니, 다시 한번 머리 맞대고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이다. 어떤 노선이 진정으로 수도권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것만이 당당한 노선의 기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