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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이들의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김상규 박사】 2023년 교육④

 

지난 호에서 소개한 베티 하트(Betty Hart)와 토드 리슬리(Todd R. Risley) 연구를 신경과학의 견해에 적용하면, 아이들에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틀에 박힌 언어가 아닌 사고하도록 하는 언어를 사용하면 청각 처리 능력을 높이고 나아가서는 뇌의 움직임을 활성화해 학습 능력 향상을 가져온다.


인간의 뇌는 100억 개에서 1,000억 개의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다. 사람의 지능을 이루는 최소 단위인 뉴런은 밤낮에 관계없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각각의 뉴런에는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축삭이라는 관상 섬유 1개와 신호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수상돌기로 불리는 확장자가 여러 개 있다. 수상돌기는 나뭇가지와 같은 구조를 하고 있으며, 앞쪽 끝에는 야구의 글러브 형태와 같은 것이 붙어 있다.

 

뉴런의 축삭이 인접하는 뉴런의 수 상돌기와 기능적 결합을 형성하는 부위가 시냅스인데, 뇌의 중요한 활동 대부분이 시냅스에서 일어난다. 세포는 다른 세포와 정보를 주고받을 때에 인접하는 세포의 수상돌기 가까이 위치하는 축삭 말단의 작은 가지인 축삭종말에 축삭을 통해 전기신호를 보낸다. 정보를 보내는 측의 축삭과 받는 측의 수상돌기 간의 시냅스 간격에 전기신호가 전달됨으로써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불리는 화학물질이 방출된다.

 

이 신경전달물질이 수상돌기의 수용체에 의해 검출되어 결합할 때에 인접하는 세포가 정보를 수취한다. 두 개의 세포 간 또는 세포계통 간의 시냅스 회로가 반복하여 활성화되면 뉴런이 결합해 한쪽의 활동이 다른 쪽을 활성화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증거도 있다. 결합된 세포가 반복해 활성화되면 시냅스에 물리적인 변화가 생겨 뉴런은 결합이 구축되기 전보다도 효율적으로 시냅스를 통하여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

 

뉴런이 활성화 되면 뇌의 신경회로가 발달하지만, 거꾸로 두 개의 세포가 습관적으로 신호를 서로 전달하지 않으면 세포 간의 시냅스 간격은 효율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므로 신호가 소실되거나 정보전달 능력이 떨어진다. 부모가 사고를 유발하는 풍부한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의 유아에게 생후 36개월을 맞이할 때까지 4,800만 개의 말을 걸면 아이의 뇌의 많은 시냅스 회로가 사용되어 정밀하게 된다. 따라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사고 패턴이 한층 자연스럽고 자동적으로 활성화된다. 유아기에 있어 사고 프로세스를 촉진하도록 시냅스 회로를 발달시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인지적 발달에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생후 36개월에 4,800만 개의 말을 들은 아이는 1,300개의 말밖에 듣지 못한 아이에 비해 단지 3.7배의 시냅스 결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한 개 한 개의 뇌세포는 최대 약 1만 개의 시냅스에 의해 수많은 세포와 결합할 수 있으므로 풍부한 언어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인지적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우위에 있으므로 고도의 사고회로가 발달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뇌세포의 수는 모두가 동일하지만 각자의 환경과 경험에 의해 시냅스의 수는 변화하므로 기억력과 학습력에 개인차가 생긴다. 기억과 학습의 질은 시냅스의 가소성을 활성화함으로써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강한 자존 감정은 아이가 곤란한 학업 문제와 인생을 살면서 이런저런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데에 자신감의 기반이 된다.

 

생후 몇 년 안에 인지능력이 충분히 발달한 아이는 학교에서 처음 접하는 학습과제에 적극적이며, 자기효능감도 발달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유아교육 지원 프로그램이 왜 중요한가!

 

취학 전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교육의 격차 문제가 취학 전 교육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인생의 가장 좋은 기회를 얻고자 할 때 필요한 인지적 능력과 비인지적 능력의 격차는 어떤 사회 경제적 그룹일지라도 상당히 일찍부터 생긴다.

 

200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시카고대학의 James J. Heckman(헤크먼) 교수에 의하면 어머니의 교육 정도에 의한 아동의 인지적 도달도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6세 시점에서 거의 나타난다고 한다.  취학 전 아동 교육이 중요한 이유를 입증하는 실험은 HighScope재단의 지원으로 헤크먼 교수팀이 주관한 Perry Preschool Program과 Frank Porter Graham Child Development Institute에 의한 Abecedarian Project가 있는데 여기서는 헤크먼의 연구에 주목해보자.

 

헤크먼 교수의 연구팀은 미국 미시건 주 입실랜티(Ypsilanti)시에 있는 Perry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페리 연구를 통해 취학 전 아동에 대한 효과를 분석했다. Perry 연구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지 않는 흑인 가정의 취학 전 아동 58명을 대상으로 1960년대 초에 실시한 실험으로 3세에 시작해 4세까지 2년간에 걸쳐 학기 중의 평일에는 인지적·비인지적 능력 발달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의해 매일 두 시간 반 지도를 실시하고, 교사가 주 1회 가정을 방문해 추가로 개별지도를 실시했다. 그리고 교육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40세가 될 때까지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을 서로 비교했다.

 

연구 결과 취학 전 교육을 지원받은 아동은 지원을 받지 않은 아동보다도(남녀 간의 차이는 있지만) 학력검사 성적이 좋고 학력도 높고 특별 지원 교육 대상이 적은 반면, 수입이 많고 자가(自家 ) 비율이 높고 생활보호 수급률과 범죄율이 낮은 것을 확인했다.

 


헤크먼의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유아기의 아동들이 사회경제적 배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국가의 공공정책에 의해 공평한 기회를 받는 것은 개개인의 스타트 라인을 동일하게 하는 것으로, 취학 후의 교육의 기회균등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취학 전 교육을 충실히 하면 범죄가 낮아지고, 특별한 경비가 소요되는 교육에 참가하는 비율도 낮아지므로 장차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헤크먼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좋은 영향을 추계했는데, 페리 프로그램의 사회적 수익률은 7~10%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다른 경제학자의 추산에 의하면 사회적 수익률 7~10%는 4세 때 투자한 천원이 65세가 되었을 때에는 6만원에서 30만 원 정도가 돼 사회에 환원되는 효과라고 한다. 그러므로 유아교육에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면 질수록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범죄, 사회 보장 비용 등을 줄여 결과적으로 수십 배, 수백 배의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런데 취학 전 교육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의무교육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언제 아이들에게 투자할 것인가?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의무교육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데 그 기간은 4년에서 14년 사이이다. 주로 사회복지국가 체제인 북유럽 국가의 의무교육기간이 길고, 미국도 각 주에 따라 10년에서 14년까지를 의무교육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취학전 교육을 무상으로 하는 국가는 많지만,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국가는 거의 없고 스위스의 일부 주에서 실시하는 정도이다.

 

그런데 취학 전 교육 자체를 의무교육으로 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아동의 심리적 발달 문제, 교육 행·재정적 측면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한편 취학 전 의무교육으로 하더라도 교사를 양성하는 문제, 유치원 시설 등 교육 조건을 정비하는 문제는 막대한 재정과 기간이 소요된다. 어설픈 의무교육은 지역 간의 취학 전 교육격차를 만들어낼 것이다. 취학 전 교육의 지원 문제는 저출산 문제, 여성의 사회참여 문제, 소득 하위계 층의 교육복지와 관련이 크므로 단편적인 정책보다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정책 패키지로 접근해야 한다. 

 

아동 성장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아이와 부모와의 가족애가 형성되는 중요한 유아기에 국가가 유치원 등에 취학하도록 강제하여 표준화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유아기는 학습보다는 애착의 형성, 사람에 대한 기본적 신뢰감의 획득, 기본적 생활습관의 형성, 충분한 자기의 발휘와 타자에 대한 수용태도 형성 등 자기 긍정감을 획득해 가는 시기이다. 

 

그러므로 틀에 맞춰진 의무교육보다는 부모와 자녀가 친밀한 관계, 또래와의 관계 속에서 도덕성과 사회성이 발달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유아교육에서 가정의 격차에 따른 교육적 결손을 보완할 수 있도록 교사 양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 3천만 단어의 차이를 메꾸어 줄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4월 28일 취임 후 최초의 연방의회 상하원 양원 합동회의 시정 방침 연설에서 제안한 정책 구상 ‘미국가족계획’(American Famalies Plan)에는 3세 아동 및 4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취학 전 교육(PreK) 무상화가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 로는 무상으로 제공되는 공립학교 교육(K-12) 외에 그 전 단계에서 통상 유상인 취학 전 교육을 무상으로 하며, 이를 위하여 2,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제안대로라면 4세아의 경우 500만 명이 대상이 되며, 한 가족당 13,000달러가 소요되었던 경비가 경감되는 효과가 생긴다.

 

정부는 2022회계연도 예산교서에서 대통령안으로 3~4세를 대상으로 2년간의 취학 전 교육 무상화를 위한 예산 200억 달러를 요구했다. 2021년 5월 12일에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총액 1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 대책(Califronia Comeback Plan)의 중점 시책으로 2024년까지 모든 4세 아동의 교육 무상화를 표명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K-12에 해당하는 5세부터 고교 3학년까지는 무상이 되어 있지만, 무상 교육의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4년까지 4세 아동 전부를 Universal Transitional Kindergarten의 대상으로 하기 위해 27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4세아 무상화는 3년에 걸쳐 달성되는데, 2022년 9월 2일 부터 12월 2일까지의 기간에 5세가 되는 아이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주지사는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조기교육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는 한편, Transitional Kindergarten 학급의 교사 1인당 원아 수를 24명에서 12명으로 줄이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상규 박사

와세다대학에서 기초교육학을 전공했으며 연구 분야는 학교제도개혁, 비교교육정책, 재일한국인 교육이다. 저서로는 『민족교육―일본의 외국인 교육정책과 재일한국인의 교육적 지위』(2017), 『교육의 대화』(2017), 『교육의 폴리틱스·이코노믹스』(2022,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가 있다. 주요 논문은 「세계의 학교제도 연구」(2019), 「대학법인 경영구조 개선과 재정건전성 확보방안 연구」(202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