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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수돗물 안전 위협…재발 방지 방안은?

- 지난해 붉은색 수돗물 사태 이어 지난 7월 깔따구 유충 발견

-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한국 수돗물…국민 신뢰 금가

- 숙련 기술 인력 부족 및 지방-중앙 소통 강화해야

지난 7월 이른바 ‘깔따구 수돗물’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출발은 인천이었다. 당시 인천광역시 공촌정수장을 통해 직접 수돗물을 공급받는 인천 서구, 영종, 강화 내 주택의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왔다는 최초 민원이 접수됐다. 이후 인천 수도사업소가 자체적으로 현장 조사한 결과 수돗물에서 살아있는 유충이 발견됐다. 환경부도 서둘러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 동안 인천광역시 정수시설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전국 정수장 49개소를 점검한 결과 인천 공촌, 인천 부평, 경기 화성,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울산 회야, 의령 등 7개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지금은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어떤 방안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반복되는 수돗물 안전 위협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돗물을 바로 먹을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음용가능 국가 중 하나다.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다룬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석회질이 없는 우리나라 수돗물에 감탄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깔따구 유충 사태로 우리 수돗물의 우수성과 이를 가능하게 한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렸다.

 

시간을 7월로 되돌려 보자. 7월 9일 최초로 민원이 접수된 뒤 2일 후인 11일부터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가정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천광역시는 14일 오후에야 비로소 수돗물 음용을 금지하고 민원인에 대해 필터와 병물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16일 환경부와 비상대책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합동정밀조사단을 구성해 정수장 유충 발생의 운영상, 설계상 원인 규명, 수돗물 공급 안정성 확보 방안 및 재발 방지 대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정수장 활성탄지 운영 중단과 오존주입률을 높이는 등의 운영강화 조치를 완료했다.

 

8월 인천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이 구성한 ‘수돗물 유충 관련 전문가 합동 정밀 조사단’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온 이유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관리방안으로 도입된 고도정수처리 공정인 오존접촉조와 활성탄 여과지 중 우선적으로 가동되고 있던 활성탄 여과지에 깔따구 성충이 유입해 부화된 유충이 걸러지지 않고 정수장, 배수지를 거쳐 가정까지 공급된 데 따른 것이었다. 실제 인천시가 활성탄지의 운영을 중단한 뒤에는 깔따구 유충 검출량이 현저히 줄었고 나중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조사단의 조사 결과 노출된 활성탄지 상층부는 깔따구 성충이 물웅덩이를 산란처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또 깔따구가 알을 낳고 유충으로 성장하는 데까지 20일에서 30일이 걸리는데 활성탄지 세척 주기가 20일이어서 알의 부화와 성장이 가능했다.

 

환경부 역시 합동정밀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반영해 8월 말까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며, 종합대책 수립 전에 우선 정수처리시설 내 유충 유입 방지, 수도 공급계통 유충 번식 차단, 대국민 정보제공 확대 및 국민 소통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문 인력 문제 부족 등 문제

 

환경부는 이미 지난 2019년 11월 수돗물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예방, 대응, 안심 단계의 전략과 추진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수도시설 생애주기 관리체계 도입, 스마트상수도관리체계 구축, 관리‧운영인력 전문성 제고, 중앙‧지방 협조 체계구축, 사고대응 전문기관 설립‧운영, 정보공개 및 찾아가는 수질검사 항목 도입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수돗물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가 깨지는 사건이 또 다시 터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는 근본적으로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한다. 우선 인력 문제다. 수도시설 운영인력의 절대적인 감소와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한 관리역량의 부족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지방공무원임용령’과 ‘지방연구직 및 지도직 공무원의 임용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직군·직렬 개편으로 상수도 운영 기술인력이 대폭 감축됐고, 절대적인 종사 인원도 2008년 15,000명에서 2017년 13,000명으로 줄었다.

 

또 161개 지방자치단체 중 74개 지자체에만 시설 책임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상수도 종사 직원 중 기술인력은 약 23%가 감축됐는데, 이중 운영에 특화된 기술인력은 약 40%가 줄었다. 유충이 나온 인천광역시의 상수도사업본부 인력을 살펴보면 586명 공무원 중 연구직은 19명으로 대부분이 행정·관리직이었다.

 

또 고도정수처리과 그에 따른 인력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정수장 운영을 경제적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의 발달로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급증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상수원수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상수원수를 통해 취수된 원수는 응집-침전-여과와 같은 기존 표준정수처리공정으로는 제어되기 어렵기 때문에 고도정수처리공정이 필수적이다.

 

이때 고도정수처리 방안 중 하나인 활성탄여과지 운영은 까다롭다. 활성탄의 재질, 여과속도, 여과지 체류시간, 표면부하율, 여층의 깊이 등과 활성탄의 역세척(backwashing)주기가 중요하다. 역세척은 처리 수의 수량과 수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수장별로 4∼30일 범위로 운영된다. 특히 역세척은 많은 역세척수와 동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

 

정수장 운영을 비용 절감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이런 종합적인 과정을 판단하고 운영하는 전문적인 인력이 세척주기를 판단하기 어렵게 된다. 사고 대응을 위한 중앙과 지방의 원활한 소통체계 부족도 문제다. 환경부는 수돗물 안전관리 종합대책 4대 전략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체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수돗물 유충 민원이 7월 9일 발생한 후 4일이 지난 13일에야 언론을 통해서 사태를 인지하고 7일 후에야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2019년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 당시 주민여론의 악화를 우려해 인천광역시가 자체 해결을 추진하다가 수습에 실패하면서 사고발생 후 14일 만에 환경부에 지원을 요청했는데, 여기서 개선된 것이 7일이다. 서류가 아닌 현장 실태 점검 확인 강화 목소리도 나온다. 일반수도사업자의 운영관리가 서류심사 위주에 그치고 있고, 감점사항도 중대한 안전사고 발생, 시설개선명령 미이행, 서류심사 자료 미제출 시에만 적용되고 있다.

 

 

 

숙련 기술 인력 확보 및 중앙-소통 강화해야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숙련된 기술 인력의 확보와 수돗물 사고에 대한 중앙과 지방간 소통체계 구축, 수돗물 품질관리를 위한 인증체계와 가이드라인 마련을 제언했다.

김 조사관은 정부가 오는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수돗물 신뢰도를 높이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적정한 수의 전문 기술 인력이 정수장에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수도법에 따라 정수시설의 운영과 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격을 부여받은 정수시설운영관리사가 적절하게 평가받고, 이러한 전문인력이 승진과 같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또 적절한 기술인력을 배치한 지자체에 대한 평가체계를 통해 우수한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상수도 분야의 자동화와 기술혁신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 인력을 감축하면 운영 및 유지관리 여건의 악화와 상수도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했던 지방의 수돗물사고가 지체 없이 중앙에 전달될 수 있는 소통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김 조사관은 “수돗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수돗물 사고 소통체계 구축은 국가 차원의 문제”라며 “수돗물 민원신고 창구를 중앙정부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숨기는 지자체에 대한 제재 규정을 두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또 “국민이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담당 부서를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환경부의 물 관련 조직에서는 수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수도정책과’를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현재 ‘물이용기획과’의 명칭을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특히 김 조사관은 수돗물 품질을 위한 인증과 가이드라인 마련을 강조했다. 그는 “수도용 자재와 제품의 범위에 수돗물 안전을 위해 필요한 활성탄도 인증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활성탄운영에 필요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며 “수돗물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고도산화공정 중 하나인 활성탄여과지는 많은 오염물질을 한꺼번에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활성탄 조달 시 인증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활성탄교체주기 결정을 위한 주요성능 인자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김 조사관은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는 상수도사업소 운영자들의 기술력 부족으로 인한 관재(官災)라는 지적이 있다”라며 “정수처리장에 방충망이 설치돼 벌레가 직접 활성탄여과지에 접근하지 못하고 활성탄지의 활성탄 관리를 위한 전문가가 현장실태점검을 했다면 일어나기 힘들었던 사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 제공이라는 환경부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수도 분야에 전문 기술 인력이 확보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했다.

 

본 기사는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20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