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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일상의 경제학〕두 바퀴면 그만이죠 Two wheels Good

 

탄소중립이 갈급한 지구에서 두 바퀴를 단 자전거만큼 유용한 기구가 또 있을까.

 

속도는 자동차만큼 빠르지 않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타는 이는 물론, 국민의 건강까지 지켜 주는 자전거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약칭: 자전거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자전거의 역할과 평가는 후진적이다.

 

마침 자전거 세계 여행가가 쓴 탄소 중립과 자전거의 역사를 다룬 책이 뉴욕타임스에 서평으로 나왔기에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자전거 철학서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소개한다.  (Two Wheels Good: The History and Mystery of the Bicycle by Jody Rosen, Illustrated, 396 pp, Crown, $28.99, 뉴욕타임스 Charles Finch의  서평)

 

유물론적 관점에서 본 자전거의 존재 이유

 

단일 사물-이를 테면, 소금, 나무, 양-의 역사를 다루는 책들은 시간의 흐름을 다룬다. 다시 말해 유물론적(唯物論的) 관점에서 단일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어떤 주제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없이 단지 그 사물만을 추적함으로써 수 천 년에 걸친 깊이를 알 수 없는 부분까지 우리를 인도할 수 있다.

 

이를테면, 페니키아 사람들이나 융커당원, 그리고 중세 왕들의 일상생활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시간의 흐름으로 만들어진 선(線) 위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도 이상하게 아주 아름다운 것으로 바뀌고, 무의식중에 시공을 초월해 인간적인 것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자전거는 1817년에 발명됐다. 소금이나 나무, 양(羊)보다 훨씬 뒤에 일어난 일이다. 실제로 Jody Rosen이 쓴 새로 나온 훌륭한 책 ‘Two wheels Good(두 바퀴면 그만이죠)-자전거의 역사와 신비’에서 지적하듯이 “최초의 사이클은 증기기관차가 발명되고 나서도 10년하고도 5년이 더 지나서 세상에 출현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직관적이고 단순한 형태의 교통수단인 자전거가 그토록 늦게 도래(到來)하고, 새삼스럽게 그런 사실이 최근에 드러난 건 놀라운 일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그가 자전거보다 선행(先行)한 가능한 모든 것을 조사하여 (이를테면, 영국 버킹엄셔에 있는 100년 된 스테인드글라스-색 유리창-속에 들어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미지까지 포함했다) 미시사(微視史)를 서술함으로써 자전거의 역사만을 다룬다는 근본 취지(趣旨)에서 벗어났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다르다. 전혀 근본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자전거라는 매우 협소한 주제를 가진 이 책 ‘Two wheels Good’은 비교적 시간적으로 짧은 구조를 가진 덕분에 19세기까지 우리에게 남겨진 현대의 초상(肖像), 이를 테면 우리를 짜증나게 만들고, 그러다가 아주 신나게 하고, 사람을 죽이려 드는 자전거라는 기계의 세계를 수정처럼 맑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의 볼베어링이 비행기 시대를 열었다

 

자전거는 세상에 출현한 이후 지상의 모든 생활 요소와 거의 맞닿아있던 것으로 드러난다. 베트콩은 역습을 감행할 때 자전거를 사용했다. Susan B. Anthony는 “한때 자전거가 다른 어느 물건보다도 여성을 해방하는 데 아주 많은 공헌했다”고 언급했다.

 

이른바 기계 시대의 원자(原子)라고 불린, 볼베어링 특허를 가진 사람은 베어링을 제조하는 어느 파리 시민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볼베어링이 있었기에 하늘을 나는 비행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라이트 형제가 볼 베어링을 모르면 안되는 자전거 기계공이었으니까 말이다.

 

자전거라는 기계의 발명가는 괴짜로 통하는 Karl von Drais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었다. 1817년 6월 12일, 독일 만하임에서 그는 자신이 만든 창조물에 넋을 잃고 쳐다보는 군중에게 타는 법을 선보였다. 당시 그 자전거를 Laufmaschine이라 불렀는데 페달이 없었다.

 

von Drais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발명한 제품에 대한 칭찬을 거의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이디어는 저지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로부터 불과 2년도 되지 않았을 때 런던에서는 “세 발 자전거의 초기 형태인 벨로시페드(velocipede)를 타지 못한다”는 법이 나왔을 정도였다.

 

 

저자인 Rosen에 따르면, 그런 금지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영국귀족이 열정적으로 새로운 탈거리를 이용하고자 하는 걸 막지 못했다. (초기에 자전거는 비쌌다. 8기니-영국의 옛 금화 23실링, 1.05파운드에 해당-한다고 John Keats는 그의 동생과 계수에게 보낸 편지에 썼다) 이 책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첫 장에서 작가는 von Drais가 만든 원시형태의 러닝머신 Lauf(‘달린다’는 독일어 명사이다)에서부터 1860년대의 덜덜 거리는 고물 자동차와 옛날 자전거, 그리고 (앞바퀴는 크고 뒷바퀴는 아주 작은 우스꽝스러운 페니-파싱 같은 스타일의) 70년대 것,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고전 형태의 자전거로 알고 있는 80년대의 안전 자전거를 추적해 들어가고 있다.

 

아무 것도 먹지 않는 말(馬)이 기여한 정치발전

 

Rosen이 보여주는 것처럼 초창기 자전거는 정치적 견해를 자석처럼 끌어들였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자전거는 저렴하고 이동성이 있었기 때문에 여성운동이든 사회주의운동이든 모든 종류의 집회를 여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자전거는 여행의 한 수단으로서  말을 사고파는 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람의 말(馬)’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자전거를 만든 컬럼비아사의 ‘항상 안장이 얹어진 아무 것도 먹지 않는 말’이란 광고 문구에 등장했다. Rosen은 이러한 이야깃거리를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기고 작가답게 자신이 얻은 여러 사례를 익숙하게 모아 놓았다.

 

“1933년, A. 히틀러가 권력을 잡자마자 첫 번째로 취한 행동은”이라고 궁금증을 유발하여 독자를 한껏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어 놓은 뒤 “독일의 사이클 연맹을 박살내는 것이었다”라는 식으로 썼다. 자전거는 이렇게 정치적 함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환경적 영향력을 들이밀음으로써 우리 시대까지 살아남아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가장 고통스럽게 겪어할 사람들은 역시 그들이 선택한 수송수단을 고려할 때 기후 변화에 대한 공헌도가 가장 낮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는 “페달로 가는 택시는 싱가포르와 마닐라의 거리를 오도 가도 못하게 한다”고 쓰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 그리고 그들 나라처럼 자급자족하는 다른 나라 농민들은 자전거를 개조해 밭을 갈고 써레질을 한다. 페루에서는 자전거가 자동차처럼 과일과 채소를 파는 가판대 기능을 한다. 잠비아에서는, 자전거로 시장까지 물건을 실어 나르며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도시를 계속 뛰게 하고, 상업이 물 흐르듯 하게하며, 삶과 죽음 사이에 서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페달의 힘이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다른 어떤 형태의 교통수단보다 자전거를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 책 ‘Two Wheels Good’은 쓸 수 있는 소재를 가리지 않고 가져다가 만드는 브리콜라주(bricolage) 형태를 취하고 있다. 꼼꼼한 역사적인 연구 결과와 부탄, 방글라데시와 같이 자전거에 의존하는 지역주민에게서 흘러나온 뉴스 그리고 뉴욕과 보스턴에서 작가 자신이 자전거를 탔던 개인적인 기억등을 섞어놓고 있다.

 

Rosen은 소위 이러한 세 가지 스타일 가운데 첫 번째 스타일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세 가지 스타일을 모두 능가하고, 호기심이 넘치는 문체가 뒤섞여 있다는 특징으로 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인 빌 브라이슨, 존 맥피, 레베카 솔니트를 떠올리게 한다. 주로 물질세계와 그 세계에 존재하는 극미한 존재를 예술적인 탐구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작가들 말이다.

 

섹스와 커피에 맞먹는다는 자전거타기의 열락(悅樂)

 

하지만 많은 독자는-자전거를 타는 독자들은-아마도 Rosen의 자전거에 대한 틀림없는 개인적 열정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내가 아는 한 개조된 의식에 다다르는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또한, “요가보다, 와인, 혹은 담배보다 더 좋은 것으로 자전거는 섹스와 커피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고 쓰고 있다.

 

열정이 지나치면 약간 바보스럽기는 하다. 그렇지만 Rosen는 때로는 인력거를 타고 다카 사막을 가로지르면서 마술적인 라이더의 묘기를 보여주거나, 일반 자전거를 타면서 만난 눈(雪)을 멋지게 표현한다. 한편 자전거를 타면서 자동차 운전사와 벌였던 불쾌했던 일, 그리고 인정머리라고 눈곱만큼도 없는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던  운전사들과의 일을 오히려 다정스럽게 이야기하듯 쓴다.

 

그리하여 저자는 자신의 주제를 심사숙고하며 쑥스러운 열반에 이른다. ‘네 바퀴는 나쁘다-는 말은 두 바퀴가 좋아요’라는 이 책의 제목으로 볼 때, 논리적으로 책의 마무리로 우리를 초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대신에 자전거를 타야하는 종족이어야만 하는 걸까? “자동차 시대는 대학살의 시대다” 라며 Rosen은 “얼추 125만 명이 해마다 자동차 사고로 죽는다”고 쓰고 있다. 단지 그 뿐만이 아니다. “엔진이 달린 탈 것들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데 가장 큰 원흉”이라고 한다.

 

인간의 자동차에 대한 로맨스와 전투중인 자전거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문제는 자동차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자동차만의 로맨스가 있다는 점이다. 이 책 ‘Two wheels Good’은 자동차에 대한 로맨스와 대단한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자전거는 아직까지 자동차를 진압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1966년 자전거가 최 정점을 이루었던 중국에서-당시 시민들이 타고 다니던 자전거는 약 5억 2천3백만 대였는데도 새로운 ‘자동차 광풍’에 자전거가 굴복해 자전거의 이용률은 ‘급전직하’였다.

 

자전거가 묘한 매력과 유용성, 그리고 우아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란 종족인 우리는 불행하지만 문제가 많은 자전거의 후계자, 자동차에 끌려 다니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 책 서평을 쓰는)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다. 그곳에서 사이클을 타는 사람들은 그리피스 파크(Griffith Park)의 커브 길을 타고 내려가는데 어찌나 빨리 타는지, 사이클리스트들 가운데 단 한명이라도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게 기적처럼 보인다.

 

로스앤젤레스는 운전해야 살 수 있는 도시이고 그래서 나는 지금 운전을 하고 있다-비록 자전거를 타고 다니도록 지어진 도시는 “더 안전하고, 제 정신을 갖고 살 수 있으며, 더 건강해 지고, 다른 도시보다 거주환경이 더 좋을 것”이라는 Rosen의 주장을 전적으로 믿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맙소사,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과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얼음은 지구의 꼭대기와 바닥에서 녹아가고 있다”며 작가는 “숲은 불에 타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펜데믹은 매일의 일상을 흔들고 있으며 그 소란의 한 가운데에서도 새로운 글로벌 자전거 문화가 출현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문제는 무인 자동차까지 등장하는 지금 세상에 자전거 문화의 재등장이 과연 적절한 때인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자전거 문화가 오든지 오지 않던지 간에, 지구의 종말이 오기 전에 지상의 우리 모두가 변변치 않지만 편안하고, 파괴될 수 없는 기계, 자전거를 타고 서로 만난다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지 않을까?

 

Rosen의 열정적인 자전거 역사를 읽은 후에, 나는 지구의 종말 상황이 올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집 근처에 자전거 가게가 있으니 그곳에 가서 자전거를 한 대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지만 그곳까지 차를 몰고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게 문제인 듯하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