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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지상의 모든 생명은 흙의 저주로 멸종할 것이다

윤영무 기자가 간다 ‖ 생명을 살리는 흙의 건강 처방전 - 제11편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대기 중의 탄소는 원래 흙에서 나왔다가 식물의 광합성 등을 통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모든 유기화합물 (有機化合物)의 필수성분이다. 산업화 이전까지는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탄소의 양적(量的) 균형이 이루어졌지만 화석연료, 농약, 화학비료가 사용되기 시작함으로써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크게 늘어나 현재 400ppm을 넘어섰다. 이는 대기 중 탄소농도의 마지노선이라고 알려진 350ppm을 무려 50ppm을 초과하는 양이다. 그렇다면 왜 탄소중립의 균형을 이루며 지상의 모든 생명체에 먹이를 제공해 주는 대지(大地)가 잉여탄소 저장을 거부하고,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있을까? 인간의 자연파괴에 대한 복수, 인류멸 종을 노리는 지하제국의 반란을 취재했다. 

 

보복을 준비하는 지하제국 


지하세계의 반란 소식을 전하기에 앞서 지금 인류가 처한 위기를 설명하겠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 6번째 생명체의 멸종을 가져올 온실가스 -화산폭발로 생긴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덮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서 생명체가 멸종하는 등 45 억년 지구 역사에서 대멸종은 5번이 있었다- 는 화산폭발로 인한 것보다 인간이 200년간 배출한 양이 5배나 더 많다. 


온실 가스는 주요 성분인 이산화탄소 이외에 메탄, 오존, 그리고 이산화질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는 지난 수백 년 동안 동물의 호흡이나 늪지대의 기체 방출, 흙속의 질소고정박테리아에서 나오는 가스 등 자연적인 과정을 통해 흙과 물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어 왔다. 이 정도의 가스는 자연적인 과정을 통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기 때문에 온실 가스가 발생되더라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양 -탄소중립- 이라면 기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1만2,000년 전, 농경을 위해 벌채(伐採), 개간 (開墾)과 기경(起耕, 묵힌 땅이나 생땅을 일궈 논밭으로 만듦)을 함으로써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왔고, 1750 년경부터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태웠으며 도시화와 함께 농업의 공업화가 빠르게 이뤄져 온실가스의 규모와 배출량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인류역사를 통해 280ppm(또는 0.03%) 이하로 유지 되었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무려 400ppm을 넘어 서고 있다. 

 

 NASA의 과학자들은 인류가 공룡처럼 대멸종의 비극을 맞지 않으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최소한 350ppm까지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수치보다 더 낮춰 인류역사 평균치 280ppm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 말은 현재 인류가 대기 중에 존재하는 400ppm의 이산화탄소에서 적어도 50ppm을 대기 중에서 추출해서 어딘가에 저장을 해 두고, 지금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점차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대기 중에 녹아 있는 잉여 이산 화탄소를 어디에 저장해야 할까?  

 

흙에 대한 기대감   

 

유럽의 농업 강국인 프랑스 농업연구소는 흙속에 탄소를 해마다 0.4퍼센트 -다시 말해 흙의 유기물함량을 0.4%-씩 늘려 가면 현재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두 흡수해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고 농업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4퍼 밀 운동(4 per 1000 Initiative)을 펼치고 있다. 흙 속에 탄소를 더 많이 저장해 두려면 피복작물-풋거름 작물을 심고, 경운을 하지 않는, 즉 땅을 갈아 엎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 


프랑스 국립 농업식품 및 환경연구소의 끌레르 슈누 교수는 “4퍼 밀 운동을 실천하면 프랑스 농업 배출량의 41%, 국가 배출량의 7%에 해당하는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이 방안이 즉각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적극적 흙 살리기 운동을 통해 농경지 유기물 축적량을 늘리고 있다. 이를 통해 대기 중에서 감축된 이산화탄소의 양 만큼 농민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로 제공해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일본도 「환경 보전형 농업직접 지불사업」의 하나로 피복 작물-풋거름 작물을 심고 퇴비를 주며 토양유기물 축적량 을 늘리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15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40만대의 에어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저장하려고 한다. 

 

이처럼 흙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낮출 수 있다. 흙이 저장하는 총 탄소량은 2,500기가톤(1기가=10억)으로 대기의 총 탄소량(760기가톤)의 3.3배, 생물체(560기가톤)의 4.5배에 달한다. 따라서 흙이 탄소를 얼마큼 저장하느냐에 따라 온실가스의 농도를 줄여, 지구 온도를 낮출 수도 있고 높일 수도 있다. 


공룡에 이은 인류의 대멸종


그러나 문제가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 농기계를 사용하는 대량생산의 산업적 농업방식은 흙의 생태계를 망가뜨려 흙이 탄소를 흡수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흙속의 탄소를 대기로 방출하게 만든다. 그래서 친환경 농법으로 건강한 흙을 만들면, 흙속의 미생물 군집(이것을 마이크로바이옴이라 한다)이 살아나서 이들이 영양분을 순환시키고 토양 유기물 (soil organic matter) 형태로 토양에 저장할 수 있는 탄소 총량이 늘어난다.

 

그러니까 건강한 토양을 만들면 실제로 2m 지하에 2조4000억 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고, 표토(30cm) 에는 1조6000억 톤 정도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전통적 농업은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했다. 그러다 1990년대 말부터 환경 보존이라는 목표가 추가됐고, 2000 년대 들어 기후변화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기후변화 완화와 관련해 이러한 흙의 기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건강한 흙은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흙보다 18%~26%가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흙이 살아나면 탄소저장 능력뿐 아니라 물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그 일대의 기온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2020년 한 해 전 세계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390억 톤이지만 세계의 농지와 목초지를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면 그 이상을 흙으로 흡수하고 격리시켜 지구 온도를 지킬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건강한 흙은 인류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흙속에서 사는 미생물과 가축 장내(腸內) 미생물, 그리고 인간 장내(腸內) 미생물은 흙에서 자란 음식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데 흙속의 미생물이 죽으면 몸에 좋은 건강한 농산물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흙속 미생물이 사라져 흙과 인간의 생태 순환 고리가 끊기면, 기후위기는 물론, 건강한 먹을거리를 얻지 못해, 영양소 부족과 그로 인한 면역체계의 붕괴로 서서히 공룡처럼 멸종되고 마는 것이다.  


흙의 제국의 비상 회의 

 

프랑스 파리에서 4시간을 가야 하는 어느 농촌에 20년 동안 흙을 갈아엎지 않고 옥수수를 키워온 프랑스와 랑댕 씨의 옥수수 밭이 있다. 그 밭의 정 중앙의 위치한, 라면박스 2개를 채울 부피의 흙에는 5조에 달하는 생명체가 제국을 이루며 수천 년을 살고 있다. 이름 해 「랑댕 흙의 제국」에서는 최근 지상에 사는 인간들의 자연파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면서 수억 명의 생물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제국 비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의장은 가장 나이가 많은 지렁이였고 의장석 아래 좌우에는 달팽이와 딱정벌레가 부의장의 자격으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의석에는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10여종의 생명체와 인간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 등 수억 명의 미생물 대표들이 앉아 있었다. 의회 전광판에는 흙의 제국에 사는 주민의 수가 환율 수치 처럼 수시로 바뀌고 있었다. 인간으로 치면 엄지손가락 길이인 5cm의 흙을 쌓아 올리는데 천년이 걸렸고, 지금과 같은 흙의 제국을 만드는데 반만년이 걸렸지만 그동안 한 번도 소집하지 않았던 비상회의였다.

 

 

이번 회의의 서기장인 벼룩처럼 생긴 톡토기가 제국의 백성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안경을 손으로 벗더니 볼펜 끝으로 짚어가며 0의 숫자를 헤아리고 있었다.  S자의 몸을 똑바로 일으켜 세운 지렁이 의장이 말했다.

 

“지상의 상황이 매우 심각해지면서 우리와의 상생관계가 깨졌소. 인간이 산업혁명을 일으키더니 그 이후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410ppm을 넘어섰고... 자연파괴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소.

 

웬만하면 전 세계로 이어진 우리 흙의 제국들이 우리가 필요한 탄소를 얻고, 남은 탄소를 저장해 주려고 했건만 지금 들리는 소식은 전 세계의 우리 동맹국인 흙의 제국이 소멸하고 백성들이 죽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오. 인간의 자연파괴, 환경오염을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우리 흙의 제국 백성들이 살아남지 못하게 생겼소. 50년 뒤엔 지상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고 650ppm까지 높아질 것이라 하고, 이로 인해 온도가 2.8까지 높아져 해수면이 1.5 미터까지 상승한다고 하니, 육지의 16%는 침수되며 그곳에 살았던 인간과 우리의 동료와 제국은 사라질 것이오.

 

이제 인간의 이기적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소. 죽느냐 사느냐, 우리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으니 우리의 반만년 역사 가운데 처음으로 이렇게 모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오. 우리가 인간을 몰살 시킬 방안을 찾아보고, 지상의 인간에게 선전포고를 하기 위함이오.” 

 

회의장이 참석자들이 저마다 좌우를 돌아보면서 웅성거렸다. 그러자 달팽이 부의장이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마이크를 잡고 헛기침을 했다. 


“조용하십시오. 으흠~ 요즘 인간들은 예전 인간들과 다릅니다. 지렁이 의장님과 지하에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 일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잘 해주면 우리 역시 열심히 지상의 생명체를 위해 일을 할 텐데 말입니다. 우리는 일년 내내 먹을 것이 필요합니다. 식물, 식물찌꺼기, 심지어 숙성이 잘 된 퇴비로 만든 거름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인간들이 독극물을 뿌려대니 우리 동포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패스트푸드인 화학비료를 줘서 우리들 가운데 몸이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회의장에 가득 메운 대표들은 부의장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분위기에 고무된 부의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 제국 백성의 집은 인간의 쟁기질로 뒤집히기 일쑤고, 무거운 트랙터 바퀴에 짓눌려 자고 있다가 압사당하고 있습니다. 수직으로 배열된 우리의 집은 인간이 쟁기질을 하는 순간 뒤섞여 버리고, 갑자기 표면에 먹이가 부족해서 달팽이 동포를 비롯해 지네, 딱정벌레, 쥐며느리와 같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분해할 동포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흙으로 이동한 권력 

 

정해진 의사일정에 따라 다른 생명체 대표들도 차례로 나서 자신들의 무리가 처한 위기상황을 보고하고 지상의 인간이 저지른 자연파괴를 성토하며 인간에 대한 보복전쟁을 치루지 않을 수 없다는 데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톡토기 서기장이 일어나, 본회의에 이어 각 종족과 분과별로 회의를 열어서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유럽에서 특별히 초대한 진드기 대표로부터 생명이 백척간두인 유럽 백성의 위기 상황, 특히 지하 생명체의 고향인 바다의 파괴에 대한 보고 를 듣는 시간을 갖자고 제의했다. 박수소리로 함께 단상에 오른 진드기 대표가 돋보기안경 너머로 좌중을 둘러 보고나서 입을 떼었다.    

 

“제가 사는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체의 흙은 절반 가까이 유기물 함량이 낮아, 한마디로 우리들이 먹을게 부족합니다. 거기에다 해마다 6만 톤에서 40만 톤의 미세 플라스틱을 들판에 흘리고 있으며, 발트 해의 7만㎢의 흙은 이미 생물학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인간이란 종족이 버린 과도한 질소와 인 때문이죠.”

 

진드기 대표는 미리 배포한 유인물에서 바다는 지표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이산화탄소 저장소’라고 했다.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저장할 수 있어서 지구 온도를 낮추는데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방식은  두 가지라고 설명 했다. 먼저 플랑크톤이 광합성 작용을 통해 흡수 배출한 유기물질-탄소로 이루어진 물질이 되어 바다 밑에 가라앉아 저장하는 생물학적 방식이 있다.

 

또한 어류들의 먹이사슬을 통해서도 많은 양의 탄소가 저장된다. 예를 들면, 고래 사체 (死體)에 저장된 수십만 톤의 탄소가 매년 해저로 가라앉는다. 이밖에 해수면에서 흡수된 이산화탄소가 어류 등 바다 생물들이 이동하며 발생시키는 물기둥의 순환작용을 통해 점점 깊은 바다 아래로 저장된다.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추운 극지방에서 더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가 북극과 남극을 온실효과로부터 더욱 보호해야 하는 이유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인간들이 산업화를 한답시고 백년 이상 다량으로 발생 시킨 온실가스가 해수면 온도를 상승시키고 있소. 또한, 마구잡이로 물고기를 잡고, 수많은 플라스틱 및 유기성 폐기물로 바다를 오염시켜 해양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는 바람에 이런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던 고래사체 내의 탄소는 무분별한 고래잡이를 통해 대기 중으로 퍼지게 됐고, 상어를 남획함으로써 바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어져 이산화탄소의 물리적 흡수에 핵심역할을 하는 수많은 어종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그는 유인물을 펼치면서 “인간 때문에 바다의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숲으로 따지면 매년 1,600만 ㎢씩 사라지는 셈”이라면서 “인간이 만든 축구장 4천개가 1분 만에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흥분하면서 우리들의 고향이 인구감소와 소멸하는 과정을 도시화하는 지상의 마을과 똑같이 되고 있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바다는 토양의 16배에 달하는 38조 톤의 탄소가 저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기 중 7800억 톤, 초목(草木) 에 5750억 톤이 저장되어 있는 것과 비교해도 어마어마한 양으로,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지구상의 가장 큰 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에 용해되어 탄산을 만드는 탄소가 지나쳐 바다는 산성화됐고, 이 때문에 불가사리, 해초와 플랑크톤 등으로 순환되는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유럽에서 온 진드기 대표의 보고가 끝나자, 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은 질소고정박테리아가 제공한 특식으로 커피 브레이크 타임을 가졌다. 이어서 각 분과 특별위원회 회의가 10층 높이의 제국회의장 건물 전체에서 열렸는데 모든 참석자들의 관심은 박테리아, 균류의 대표들이 모인 미생물공생 위원회 분과위원회 회의로 쏠렸다. 그때였다. 환한 빛을 발산하면서 301호실의 캄캄한 회의 공간으로 광합성이 만든 포도 당 대표와 뿌리 분비물이 미생물 대표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입장했다. (다음호에 계속)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22